2018년 1월 22일 노박 조코비치가 한국의 정현에게 0-3으로 패한 일(호주 오픈 16강)은 올해 테니스계 최고의 뉴스였다. 어떤 이들은 노박 조코비치의 시대가 예상보다 일찍 저물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사건이라고 했다. 2016년 프랑스 오픈 우승 이후 약 2년 간 메이저 대회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지 못했기에 들려온 이야기이기도 했다.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세계 랭킹 21위)가 한국 시각으로 15일 오후 10시 10분 런던에 있는 올잉글랜드 테니스클럽 센터 코트에서 벌어진 2018 윔블던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케빈 앤더슨(남아공, 세계 랭킹 8위)을 2시간 18분 만에 3-0(6-2, 6-2, 7-6)으로 물리치고 대회 통산 네 번째 우승의 위업을 이뤘다.

 2018년 7월 15일(현지 시간), 세르비아의 노박 조코비치가 윔블던 테니스대회 최종일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우승한 후 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다.

2018년 7월 15일(현지 시간), 세르비아의 노박 조코비치가 윔블던 테니스대회 최종일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우승한 후 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첫 단추 침착하게 끼운 조코비치

노박 조코비치는 준결승전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 세계 랭킹 2위)과 파이널 세트 대결을 치르느라 5시간 15분을 뛰어다녔다. 결승전 상대 케빈 앤더슨은 그보다 더한 준결승전을 견디고 올라왔다. 존 이스너(미국, 세계 랭킹 9위)를 물리치기까지 6시간 36분이나 걸렸으니 과연 결승전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마지막 세트(케빈 앤더슨 26-24 존 이스너) 소요 시간이 무려 2시간 55분이었다.

체력면에서도 준결승전 후유증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케빈 앤더슨은 서브권을 쥔 첫 게임부터 더블 폴트로 조코비치에게 점수를 헌납했다. 그리고 1세트 다섯 번째 게임에서 우승자를 가리는 갈림길이 만들어졌다.

앤더슨의 포핸드 스트로크가 네트를 넘지 못하는 바람에 2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가 조코비치에게 찾아왔고 앤더슨을 너무 급하게 네트 앞으로 달려오게 만드는 조코비치의 침착한 리턴이 돋보였다. 케빈 앤더슨에게 첫 세트부터 1-4 점수판의 격차는 쉽게 좁힐 수 없는 것이었다.

이어진 두 번째 세트 흐름도 첫 세트와 많이 닮았다. 앤더슨의 서브 게임이었지만 스트로크 실수가 눈에 띌 정도였다. 노박 조코비치에게 찾아온 2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는 너무도 선명하게 적립 포인트가 된 셈이다.

그리고 2세트 다섯 번째 게임도 첫 세트와 비슷하게 노박 조코비치가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가져왔다. 오른 팔 동작이 불편해 보인 케빈 앤더슨의 포핸드 스트로크가 옆줄 밖에 떨어졌다. 첫 세트에서 본 4-1 점수판이 그대로 복제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조코비치의 3세트, 타이 브레이크도 완승

준결승전의 피로도가 드러날 것 같은 3세트가 시작되었지만 오히려 케빈 앤더슨의 과감한 공격이 위력을 발휘했다. 조코비치는 앞 세트처럼 쉽게 브레이크 기회를 잡아내지 못했고 점수판은 6-6까지 이어졌다. 타이 브레이크로 승자를 가려야 했다.

타이 브레이크도 케빈 앤더슨의 서브로 시작됐고 네 번째 포인트에서 가장 중요한 갈림길이 만들어졌다. 노박 조코비치 특유의 포핸드 다운 더 라인이 절묘하게 안쪽에 떨어진 것이다. 앤더슨은 그 다음 자기 서브 기회에서도 너무 급하게 네트 앞으로 달려나온 바람에 하프 발리가 너무 길게 떨어지는 실수를 저질렀다.

노박 조코비치는 이어진 자기 서브 기회에서 188km/h 속도의 서브를 정확하게 꽂아넣으며 앤더슨의 리시브 실수를 이끌어냈다. 타이 브레이크 점수 5-1의 격차는 결승전이라는 무게까지 겹치는 바람에 더 따라잡기 힘든 거리가 되고 말았다.

노박 조코비치의 챔피언십 포인트도 위력적인 서브에 따른 앤더슨의 리시브 실수였다. 공이 네트를 넘지 못한 순간을 최종 확인한 노박 조코비치는 잠시 쪼그리고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아마도 지난 2년 힘겨운 시간들이 빠르게 눈앞을 스쳐 지나갔으리라.

그리고는 플레이어 박스에서 환호하고 있는 코칭 스태프와 가족들에게 다가가 그랜드 슬램 13번째 타이틀의 감격을 나눴다. 테니스 팬들은 올해 남아있는 메이저 대회인 US 오픈을 앞두고 정현과의 만남을 더욱 기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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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8 윔블던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 결과(15일 오후 10시 10분, 올잉글랜드 테니스 클럽 센터 코트)

★ 노박 조코비치 3-0(6-2, 6-2, 7-6 타이 브레이크 7-3) 케빈 앤더슨

◇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노박 조코비치 6개, 케빈 앤더슨 10개
더블 폴트 : 노박 조코비치 4개, 케빈 앤더슨 5개
퍼스트 서브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72%(68/94개), 케빈 앤더슨 61%(49/80개)
퍼스트 서브 성공시 득점률 : 노박 조코비치76%(52/68개), 케빈 앤더슨 69%(34/49개)
세컨드 서브 성공시 득점률 : 노박 조코비치65%(17/26개), 케빈 앤더슨 48%(15/31개)
네트 포인트 득점률 : 노박 조코비치62%(8/13개), 케빈 앤더슨(57%(12/21개)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노박 조코비치 100%(4/4개), 케빈 앤더슨 0%(0/7개)
위너 : 노박 조코비치 20개, 케빈 앤더슨 26개
실책 : 노박 조코비치 13개, 케빈 앤더슨 32개

◇ 노박 조코비치의 그랜드 슬램 타이틀 13회 기록
윔블던 4회(2011년, 2014년, 2015년, 2018년)
호주 오픈 6회(2008년, 2011년, 2012년, 2013년, 2015년, 2016년)
프랑스 오픈 1회(2016년)
US 오픈 2회(2011년,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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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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