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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희옥 1 필담으로 자신의 생각을 적고 있는 오희옥 지사, 서울중앙보훈병원 재활병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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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여성독립운동가인 오희옥(92) 지사가 지난 3월 17일, 급성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의식을 회복한 이래 4개월 째 서울중앙보훈병원(강동구 진황도로 61길 53) 재활병동에서 치료 요양 중이다.

기자는 오희옥 지사가 입원 1개월이 되던 4월 중순 병문안을 하고 지난 14일 다시 재활병동을 찾았다. 14일 낮 2시 무렵 찾은 병상에서 오희옥 지사는 곤히 취침하고 있었다.

"간밤에 어머니는 잠을 못 주무신 듯합니다. 아직 코에 꽂은 호스로 미음을 드시고 계셔서 기력회복을 못하고 계십니다." - 오 지사의 아들 김흥태씨

잠시 뒤 오 지사가 깨어나면 휠체어에 모시고 환자 대기실로 가겠다는 아들의 말이 있었고, 대기실에서 기다리기 10여 분. 흰모자를 쓴 오희옥 지사가 아들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노환에 장기간 입원... 기력 부족한 상태

오희옥 지사는 병문안하러 간 기자를 알아보고 오른손을 약간 흔들면서 반가움을 표시했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왼쪽 손발을 쓰지 못하는 상태지만 오른손은 쓸 수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노환에다가 장기간 입원에 따르는 기력 부족으로 대화를 나눌 정도는 아니었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오희옥 지사와 함께 우리는 유리창 넘어 병원 뜰이 잘 보이는 재활병동 2층 복도 끝으로 가서 환담을 나눴다. 이날 <신한국문화신문> 양인선 기자가 함께 병문안을 갔는데 양 기자는 오희옥 지사가 살던 수원집에서 멀지 않은 화성시에 살고 있던 터라 평소 오희옥 지사를 여러 번 찾아뵌 적이 있다.

특히 양 기자와 나는 오희옥 지사가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중국 내 유적지를 함께 답사한 경험이 있기에 함께 중경 근처 청화중학교에 다니던 오희옥 지사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당시 오희옥 지사는 청화중학교 시절 수영대회에 나가 조선인으로 당당히 3등을 차지했고, 이 소식이 임시정부에 알려져 김구 선생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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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희옥 2 평소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졌던 오희옥 지사께 갓 출간한 <여성독립운동가 300인 인물사전>을 드렸더니 기뻐하셨다. 왼쪽부터 양인선 기자, 아드님, 기자 그리고 휠체어에 앉은 분이 생존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 서울중앙보훈병원 재활병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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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희옥 지사는 말할 기운이 없을 정도로 기력이 몹시 쇠진한 상태라 주로 우리의 말을 경청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지난해 72주년 광복절 때 오희옥 지사가 세종문화회관 무대에서 애국가(지금의 애국가가 아니라 스코틀랜드 민요인 올드랭사인에 맞춰 불렀던 애국가)를 부르던 모습을 유투브에서 찾아 들려드렸더니 감회가 깊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 정상적인 대화는 어려운 상태지만 상대의 말은 잘 이해하고 있으며 자신의 의사는 필담으로 또렷이 전하고 있는 상태다. 14일도 기자에게 펜을 달라는 손동작을 해 종이를 건네니 "피가 목구멍 가득 차 있다"라고 썼다. 그러나 함께한 아드님 말에 따르면 침을 삼키지 않아 고이다 보니 본인은 피가 고인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14일로 4개월째 병원에서 지내면서 재활치료 중인 오희옥 지사는 일반식을 먹지 못하고 코에 꽂은 호스로 미음식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더 기력이 쇠진한 것 같아 보였다. 현재는 24시간 간병인이 간호하고 있는 가운데 자제분들이 교대로 병실을 지키는 상황이었다.

현재 생존하고 있는 여성독립운동가는 3명뿐

오희옥 지사 가족은 아버지 오광선 장군(1962. 독립장), 어머니 정현숙 지사(1995, 애족장), 광복군 출신 언니 오희영 지사(1990, 애족장) 등 독립운동가 집안이다. 오희옥 지사와 기자와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기자는 여성독립운동가들의 기록을 남기고자 <서간도에 들꽃 피다>(전 8권)를 집필하기 시작하였으며 <1권> 인물에 오희옥 지사가 등장한다.

오희옥 지사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록하고 있는 기자를 딸처럼 여겨 틈나는 대로 찾아 뵐 때마다 중국에서 독립운동한 이야기며 임시정부 요인들의 활동 이야기 등 생생한 독립운동 이야기를 들려줬다.

14일에는 최근에 기자가 쓴 <여성독립운동가 300인 인물사전>을 들고 찾아뵈었는데 또렷하게 책 제목을 이해하고 있었고, 소리는 내지 못하지만 입모양으로 제목을 읽어줘 함께한 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현재 생존 중인 여성독립운동가는 오희옥 지사, 민영주 지사, 유순희 지사 등 세 분뿐이다. 그동안 민영주 지사와 유순희 지사는 건강 상태가 안 좋아 일반인들이 만날 수 없었지만, 오희옥 지사는 우리 곁에서 당시의 생생한 독립운동 이야기를 들러줬었다. 하지만 오희옥 지사가 3월 17일 쓰러진 이후 투병 중이라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함께한 양인선 기자는 병실 침상에서 오희옥 지사와 헤어지면서 "오희옥 지사님이 어서 회복하시어 내년 3.1만세운동 100돌 때 다시 한 번 우리 앞에 서시길 빈다"라고 말했다. 오 지사의 아들인 김흥태씨는 "어머님의 빠른 회복을 빌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라고 전했다.

기자 역시 날이 더워서 그런지 더 복잡해 보이는 다인실 병실을 나오며 오희옥 지사가 하루속히 기력을 회복해 일상으로 복귀하길 간절히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