뤽 베송 감독의 대표작이자 장 르노와 나탈리 포트만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작품 <레옹>이 오는 19일 국내 4번째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 상영되는 버전은 기존 극장판에서 23분이 추가된 133분짜리 감독판이다.

<레옹> 출연 이후 '널 강간하고 싶다'는 팬레터를 받는 등 수차례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는 지난 1월 나탈리 포트만의 고백과 최근 뤽 베송 감독의 성폭행 혐의가 겹치면서 재개봉 여부에 대한 논란에 휩싸였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레옹>을 '90년대를 대표하는 감성 액션 누아르'로 기억하고 있다.

<레옹>은 뉴욕을 배경으로 사랑스런 소녀에게 구속된 한 킬러의 이야기이다. 대서양과 뉴욕의 빌딩 숲을 지나 카메라는 마피아 두목 토니(대니 에일로)의 가게에 앉아있는 레옹(장 르노)의 큰 눈앞에 멈춘다. 거구임에도 아직 덜 자란듯 우유를 마시고는 홀홀단신으로 토니의 살인 지령을 완수한다. 냉혹한 살인 기계 레옹에겐 아킬레스건도 없다. 그런 그가 마틸다를 만나게 된다. 어느 날 옆 집 소녀 마틸다의 가족이 스탠(게리 올드만)일당에게 몰살 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 사이 심부름을 갔다 돌아 온 마틸다(나탈리 포트만)는 가족들이 처참히 몰살 당하자 레옹에게 도움을 청한다. 가족의 원수를 갚기 위해 킬러가 되기로 결심한 12세 소녀 마틸다는 레옹에게 글을 알려주는 대신 복수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렇게 서로에게 스승이 되어준 그들. 그리고 레옹을 혼란에 빠뜨리는 마틸다의 한마디.

"사랑해요. 내 첫사랑 레옹."

 레옹 스틸 컷

레옹 스틸 컷 ⓒ (주)제인앤씨미디어그룹


<레옹>은 친숙한 액션과 이질적인 것의 감성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액션영화 장인 뤽 베송의 액션연출에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만 여전히 감각적인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액션은 영화의 개성도 아니고 강점도 아니다. 영화의 강점은 액션 누아르 앞에 '감성'이란 단어를 집어넣게 만든 레옹과 마틸다의 관계이다.

대리 부녀 관계 혹은 멘토와 멘티 관계에서 시작된 그들의 감정을 진정성있게 다루며 영화의 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주려 돼지인형을 가지고 웃음을 선사했던 것이 레옹의 시작이었으며, 마틸다를 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내던진 것이 레옹의 마지막이었다.

뤽 베송의 페르소나인 장 르노는 냉혹한 킬러에서부터 내면이 아직 덜 자란 연기까지 그만의 스펙트럼을 구축하며 '레옹'을 인생 캐릭터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레옹>을 통해 데뷔한 나탈리 포트만은 이제 막 소녀의 경계를 넘어선 오묘한 마틸다를 매력을 잘 살려 내며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올랐다. 또한 나탈리 포트만은 단발머리에 초크목걸이로 상징되는 마틸다의 패션을 완성하며 인상적인 비주얼도 남겼다. 특히 다양한 의상을 소화하며 청량감 있는 매력을 발산했던 영화 속 캐릭터 맞추기 게임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게리 올드만은 부패한 마약 형사 스탠스를 맡아 관객마저 압도하는 광기를 선보이며 영화사에 남을 만한 악역을 만들어냈다.

<레옹>은 감독과 배우들의 뛰어난 앙상블이 눈부신 작품이다. 그들이 만들어낸 퍼포먼스속에 액션, 웃음, 로맨스, 음악 그리고 누아르의 감성까지 모든게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많은 20세기 작품들이 리메이크 되고 있지만 그들이 아닌 <레옹>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돌이켜 보면 <레옹>은 아저씨+소녀 조합 액션영화의 시작점이 되었다. 훗날 할리우드에 등장한 덴젤 워싱턴의 <맨 온 파이어>나 제임스 스타덤의 <세이프> 그리고 우리나라 원빈 주연의 <아저씨>까지 모두 <레옹>의 영향 하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다시 아저씨+소녀 조합의 액션영화들이 등장한다면 <레옹>은 제일 먼저 소환될 수밖에 없는 작품일 것이다.

 영화 <레옹> 재개봉 포스터

영화 <레옹> 재개봉 포스터 ⓒ (주)제인앤씨미디어그룹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레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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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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