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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학교는 3명 1조의 단체전으로 4∼8매의 사진을 응모. 각 테마에 따라 '마음, 기술, 눈'을 겨룬다……라." (37쪽)

만화책 <도쿄 셔터 걸>켄이치 키리키/주원일 옮김, 미우, 2015)은 만화로 사진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일본에서는 이 같은 만화책이 틈틈이 나옵니다. 한국에서는 사진을 만화로 풀어낸다거나, 삶을 만화라는 옷에 입혀서 이 줄거리에 사진을 한복판에 놓는 이야기책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살림새가 다른 두 나라 모습이겠지요. 일본은 온누리에서 첫손 꼽는 '만화누리'인 터라, 만화로도 사진을 얼마든지 깊고 넓게 다루어요.

모두 세 권으로 나온 <도쿄 셔터 걸>은 도쿄에서 나고 자라며 사진에 흠뻑 빠진 아이가 제 마을하고 골목하고 이웃을 사진으로 담는 마음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합니다. 이러면서 사진마실을 다니는 이야기를 곁들이고, 고등학교 사진대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일본에는 '사진 고시엔'이 있다는데, 이 대회에서는 '마음, 솜씨, 눈' 세 가지로 사진을 살핀다고 합니다.

2권 겉그림
 2권 겉그림
ⓒ 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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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머리 한구석에 언제나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사진고시엔. 지구 예선의 응모작품 테마는 자유. 자유로운 사고는 마치 줄이 끊어진 연처럼 머릿속을 빙글빙글 돌아다닐 뿐이다. 도무지 내 안에서 착지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지금의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이제까지 무엇을 찍어 왔는가 하는지 묻는다면 답은 하나밖에 없다. 언제나 익숙하게 보아 온 도쿄의 거리.' (50쪽)


일본에서 고등학교 푸름이가 사진을 겨루는 자리에서 살핀다는 세 가지는, 한국 사진밭을 돌아보면 매우 다르구나 싶습니다. 한국에서 사진잔치나 사진대회를 열 적에 이 세 가지, '마음, 솜씨, 눈' 가운데 무엇을 헤아릴까요? 한국은 으레 '솜씨' 하나만, 더욱이 값진 기계로 황금분할을 선보이는 몸짓만 따지지는 않나요?

지자체마다 관광사진 공모를 하고, 여러 공공기관에서도 주제사진 공모를 하는데, 이러한 사진공모에서 '기계 다루는 솜씨'를 넘어서 '사진을 마주하는 마음'이나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마음'이나 '삶을 짓는 사랑이라는 마음'은 얼마나 살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삶을 보는 눈'하고 '사람을 보는 눈'하고 '숲을 보는 눈'은 얼마나 생각해 볼는지요?

'촬영하고 싶은 피사체를 만나면 난 눈을 깜빡이듯 셔터를 누른다.' (54쪽)


"나도 어린 시절에 자주 아버지의 카메라를 빌려서 타카라즈카의 산과 들을 촬영했어." (77쪽/고등학교 사진부를 이끄는 교사가 들려준 말)


<도쿄 셔터 걸>에 나오는 열여덟 살 푸름이는 사진대회에 낼 사진을 고르는 길에서 살짝 헤맵니다. 이제껏 스스로 즐겁게 사진을 찍었을 뿐, 대회에 내서 다른 사람하고 '솜씨 겨루기'를 해 본 일이 없기 때문이요, 이를 생각조차 안 했거든요. 그리고 사진대회에서 바라는 다른 두 가지인 '사진을 하는 마음'하고 '사진으로 보는 눈'이란 무엇인가를 처음부터 새롭게 생각해 보려니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합니다.

이러다가 천천히 실마리를 찾아요. 도쿄(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주인공)는 언제나 익숙하게 사진으로 담은 도쿄(서울)를 찍으면 됩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나(주인공)라면 시골을 찍으면 되겠지요. 남한테 보여주려는 사진이 아닌, 스스로 삶을 즐기려는 사진입니다. 남한테 솜씨를 자랑하려는 사진이 아닌, 스스로 기쁘게 활짝 웃으면서 찍은 사진을 넌지시 나누려는 사진입니다.

사진동아리 아이들은 찍고 싶은 모습을 마주하면 눈을 깜빡이든 사진기 단추를 누른다고 해요. 삶에 고이 스며든 몸짓으로 사진을 누린 사진부 교사한테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진동아리 아이들은 사진에 서리는 깊이가 무엇인가 하고 새삼스레 되새깁니다.

1권 겉그림. 한국으로 치면 '서울 사진순이'쯤 되리라. '시골 사진돌이'도 '골목 사진순이'도 '숲 사진돌이'도 싱그럽게 태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해 보았다.
 1권 겉그림. 한국으로 치면 '서울 사진순이'쯤 되리라. '시골 사진돌이'도 '골목 사진순이'도 '숲 사진돌이'도 싱그럽게 태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해 보았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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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왔으니까, 아까부터 날아다니는 저 나비도 풍경과 함께 찍고 싶은데." (86쪽)


"테즈카 선생님이 타카라즈카에서 자라지 않으셨다면 완전히 다른 형태의 작품이 생겨났을지도 몰라." (93쪽)


사진을 찍는 마음이란, 어쩌면 배우고 싶은 마음일 수 있습니다. 나를 둘러싼 이웃을 헤아리면서 배우려는 마음일 수 있어요. 이웃인 사람을, 이웃인 나무를, 이웃인 숲을, 이웃인 골목을, 이웃인 하늘과 바람을 배우려고 사진기를 손에 쥘 만합니다.

사진을 찍는 눈이란, 어쩌면 사랑하려는 눈일 수 있습니다. 스스로 오롯이 사랑으로 거듭난 몸과 마음으로서, 우리를 둘러싼 이웃을 두루 어우르거나 어깨동무하려는 사랑스러운 눈이라고 할 만합니다. 따사롭게, 넉넉하게, 포근하게, 너그럽게, 널리 껴안거나 손을 맞잡을 수 있는 눈이 바로 사진눈이지 싶습니다.

이리하여 사진을 찍는 솜씨란, 더 값진 장비나 기계로 멋을 부리는 솜씨일 수 없습니다. 사진솜씨는 살림을 짓는 손길이자 몸짓입니다. 마음을 가꾸는 손길이 사진솜씨요, 사랑을 짓는 몸짓이 사진재주일 테지요.

덧붙이는 글 | <도쿄 셔터 걸 2>(켄이치 키리키 / 주원일 옮김 / 미우 / 2015.8.30.)



도쿄 셔터 걸 2

켄이치 키리키 지음, 미우(대원씨아이)(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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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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