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5분 선제 실점을 허용할 때만 해도 이번에는 크로아티아의 행진은 멈추는가 싶었다. 하지만 크로아티아의 놀라운 집중력은 후반전 들어 빛을 발했고 이번에도 승리를 거뒀다.

크로아티아는 12일 오전 3시(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연장 승부 끝에 잉글랜드를 2-1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크로아티아는 20년 만에 준결승에 진출한 데 이어 크로아티아 축구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그리고 메이저대회 첫 번째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반면 승승장구하며 준결승까지 진출해 52년 만에 우승에 도전한 잉글랜드의 도전은 여기서 멈췄다.

'체력 열세' 크로아티아를 버티게 만든 건 '정신력'

16강 덴마크전과 8강 러시아전 모두 연장전까지 120분 승부를 넘어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전을 펼친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체력은 눈에 띄게 떨어져 있었다.

빌드업 과정에서의 잦은 패스미스와 모드리치와 라키티치가 포진한 중원장악 실패, 스피드싸움에서 밀리는 등 전반전 초반부터 크로아티아는 완전치 않은 모습이었다.

여기에 전반 5분 키에런 트리피어에게 프리킥으로 선제실점을 허용하면서 '이번에는 힘들겠다'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또다시 크로아티아는 후반전 무서운 집념을 발휘했다.

 2018년 7월 12일 오전 3시(한국시간)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 크로아티아와 잉글랜드의 경기. 크로아티아의 이반 페리시치가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2018년 7월 12일 오전 3시(한국시간)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 크로아티아와 잉글랜드의 경기. 크로아티아의 이반 페리시치가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그 시작은 페리시치의 골이었다. 후반 23분 브르살리코가 올려준 볼을 이반 페리시치가 왼발로 골을 터뜨리면서 동점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경기 주도권을 서서히 잡아가기 시작한 크로아티아는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갔고 연장 후반 3분 역전골을 터뜨렸다.

왼쪽에서 피바리치가 올려준 볼을 잉글랜드 수비가 걷어냈고 이 볼을 페리시치가 제공권 싸움에서 이겨내 따냈다. 페리시치가 헤딩으로 떨궈준 볼을 만주키치가 절묘한 라인 브레이킹을 바탕으로 따내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체력 저하와 끌려가는 경기 속에서 공격루트를 찾는 데 애를 먹은 크로아티아는 측면에서 크로스를 통해 공격루트를 찾았다. 그러면서 2골을 터뜨려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승리의 일등 공신은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한 이반 페리시치였다.

득점 기회 못 살린 잉글랜드 '뼈아픈 역전패'

전반 5분 만에 트리피어의 선제골이 터질 때만 해도 잉글랜드의 승리는 유력해 보였다. 기동력 싸움에서 확연한 우위를 점한 데다 세트피스라는 확실한 공격루트를 갖고 있었다. 여기에 3백을 중심으로 측면 윙백과 미드필더 조던 핸더슨이 구축하는 수비 블럭이 흔들림 없었기에 승산이 충분했다.

하지만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넣어야 할 타이밍에 골을 넣지 못한 것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그 시작은 전반 29분 제시 린가드의 패스를 받은 해리 케인이 득점기회를 잡았으나 수바시치 골키퍼의 선방과 골대을 맞으며 분루를 삼켰다. 결과적으로 오프사이드 판정이 났지만 득점으로 연결됐을 경우 VAR로 번복이 가능했을 정도로 케인의 위치는 온사이드로 보였다. 전반 35분에도 린가드의 슈팅이 골대를 한참 벗어나며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연장 전반 7분에도 득점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존 스톤스가 헤딩슛을 시도했지만 이 볼은 골문 앞에서 크로아티아의 브르살리코가 헤딩으로 걷어내며 득점에 실패했다.

여기에 철옹성 같았던 3백라인도 균열이 발생했다. 실점 상황에서의 집중력이 아쉬웠는데 페리시치의 동점골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달려드는 페리시치를 막지 못해 동점골을 내줬다. 연장 후반 만주키치의 득점 상황에서도 순간적으로 라인브레이킹을 시도한 만주키치를 놓치면서 결승골을 내줬다. 또한 페리시치의 동점골 이후 크로아티아에게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헌납하는 등 8강전까지 좋은 경기를 선보였던 잉글랜드답지 않은 경기였다.

 2018년 7월 12일 오전 3시(한국시간)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 크로아티아와 잉글랜드의 경기. 크로아티아의 마리오 만주키치가 결승골을 득점한 뒤 환호하고 있다.

2018년 7월 12일 오전 3시(한국시간)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 크로아티아와 잉글랜드의 경기. 크로아티아의 마리오 만주키치가 결승골을 득점한 뒤 환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결국 수비의 불안, 득점을 터뜨려야 할 타이밍에 득점을 터뜨리지 못한 잉글랜드는 유리한 기회를 살리지 못한채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3연속 연장 승부' 크로아티아, 첫 우승 가능할까?

크로아티아가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과도 같다.

조별리그에서부터 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 아이슬란드라는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났다. 쉽지 않은 조별리그 일정 속에서 3전 전승을 기록해 1위로 죽음의 조를 통과한 크로아티아는 토너먼트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승부를 펼쳤다.

덴마크와의 16강전을 시작으로 4강 잉글랜드전까지 모두 연장 승부를 펼친 데 이어 덴마크, 러시아전은 승부차기까지 펼치는 혈투를 벌인 끝에 결승에 진출했다.

그리고 조별리그에선 선제골을 넣어 앞서나가는 경기를 펼쳤다면 토너먼트에 들어서는 선제 실점을 허용한 이후 따라가는 양상으로 경기를 치렀다. 더욱 힘겨운 승부를 벌인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체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무서운 집중력과 정신력을 보인 크로아티아는 결승까지 진출해 내친 김에 우승까지 넘보게 되었다.

결승전에도 상대는 만만치 않은 프랑스다. 3연속 연장 승부를 벌인 크로아티아와 달리 토너먼트 3경기 모두 90분 정규시간에 경기를 마친 데다 하루를 더 쉰 프랑스가 체력적으로나 기본적인 팀 전력으로나 유리한 상황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크로아티아가 지금까지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또 한번의 명승부를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은 지난해 10월 지휘봉을 잡았다.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은 불과 8개월여 만에 감독 교체로 뒤숭숭하던 팀 분위기를 다잡으며 크로아티아를 결승까지 진출시키며 크로아티아 축구 역사상 최고 성적을 이뤄냈다.

달리치 감독이 팀을 바꾼 결실이 과연 크로아티아 축구 역사상 첫 번째 우승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그리고 달리치 감독 개인에겐 알 아인(UAE) 감독 시절 2016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전북 현대에게 패해 준우승을 기록했던 우승의 한을 풀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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