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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정의당 김종대 의원(비례대표, 초선)님은 '국회 개혁은 국회의원 개혁이어야 한다'면서 페이스북에 새로운 글을 쓰셨습니다. 김 의원님은 나토 의원 총회에서, 미국과 유럽 의원들의 박식함에 몹시 놀랐다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의원들이 회의 중에 자리를 뜨지 않고, 보좌관이 아닌 의원 본인이 가진 지식으로 토론에 임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는 것입니다. 9명의 보좌관을 둔 한국 국회의원들이 외국 의원보다 뛰어나지 못하다는 점도 지적하셨습니다.

그리고 김 의원님께서는 국회의원이 스스로 공부하고, 사무실 회계를 다루고, 전화를 받고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9명의 사무실 직원은 줄여서 1명이면 충분하고, 아니면 외부 자원봉사자를 쓰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래도 일이 잘 될 수 있다는 걸 후반기 국회에서 입증해 보이겠다고 하셨습니다.

김종대 의원 페이스북
 김종대 의원 페이스북
ⓒ 김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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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의원님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할 점이 많습니다. 한국의 국회의원 중에는 위원회에 출석을 잘 하지 않거나, 출석을 해도 끝까지 자리에 남아있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한 상임위원회에서, 혹은 국정감사에서 황당한 질의를 통해 사람들을 당황시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국회의원의 본업인 법안 제출에 관심이 적은 의원들도 있습니다. 부패나 도덕성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큰 문제입니다. 국회의원이 전문적 지식을 갖춘 인력을 포함해 보좌관을 최대 9명이나 고용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실망스럽습니다.

그러나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하며, 국회의원이 제 할일을 스스로 하면 되고 사무실 직원은 1명이면 된다는 의원님의 방법론에는 공감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주장은 작게는 효용이 없고, 크게는 정치 혐오만 불러일으킬 수 있는 주장입니다.

그리 간단하지 않은 '일하는 국회' 만들기

우선,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일은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의원님께서는 의원들이 법안을 만들 때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이 매우 많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저는 국회의원들이 성실하게 일하게 만드려면 우선 국회의원이 성실성과 정책에 따라 평가받는 분위기가 자리잡는 것이 선결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지역이 일 잘하는 정치인을 뽑을 선택권을 동등하게 가지고 있다면, 정치인들은 일을 열심히 해서 평가받고 싶을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 후보를 못 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역 의원이 일하고 부지런한 의원이 될 이유가 극히 적습니다. 우선 경쟁을 하는 분위기가 조성이 돼야 부지런한 의원이 나올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의원님의 주장처럼 일하는 국회를 간단하게 만드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정당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출신 지역에 따라서 정당 정치인을 상당수 충원한 것이 현실입니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정당들은 유럽의 좌익 정당처럼 계급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미국의 양당처럼 이념이 공고하지도 못합니다.

정당의 정치적 지향이 일관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는 일 잘하는 국회를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잘 만든 법안'이나 '잘 만든 공약'이 무엇인지 아무도(심지어 정당 구성원마저)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자유한국당 의원이 과거 보수정당이 제시했던 경제 공약들, 예를 들면 '반값아파트' 법안(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2006년에 제시)이나 경제민주화 정책(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2012년에 제시)에 따라서 성실히 법안을 준비하고 국정 질의를 한다면 아마 당에서 몰매를 맞을 것입니다. 정치적 지향이 극심하게 변동되는 환경에서 의원들이 빨리 일을 잘 하게 되길 기원한다면 인내심이 먼저 바닥날 것입니다.

1인의 전문성 만으로 지역 현안을 모두 아우를 수 있을까

사무실 직원은 1인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은 매우 큰 문제가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솔선수범해서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솔선수범하게 만드는 일이 어렵습니다. 이게 그렇게 쉽다면 왜 국회의원 보좌관이 9명이나 되는데도 안 됐을까요. 직원이 9명이어도 안 한 사람들이 1명으로 줄이면 하겠습니까? 아마 그 1명이 죽어날 것입니다. 1명의 직원을 둔 국회의원이 이를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더 게으르고 불성실하게 활동할 확률이 높은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정말 성실하고 양심적인 국회의원이 혼자서 몸이 부서져라 일한다고 쳐도, 현실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한 지역이 많습니다. 현재 선거구 획정은 인구가 큰 선거구와 작은 선거구의 인구비례가 2:1을 넘지 않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농어촌 선거구는 상상을 초월하게 거대하며, 한 지역의 이슈와 관심사가 선거구 내 다른 지역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인천광역시의 중·동·옹진·강화군 선거구의 경우, 면적이 723㎢로 서울특별시보다 넓습니다. 이 지역의 국회의원은 중구에 위치한 영종신도시의 생활 민원, 동구의 노령화 문제, 옹진군의 다리 건설 문제, 강화군의 농업 현안에 두루 능통해야 합니다. 아무리 특정 지역에서 오래 활동했어도, 이 모든 일을 1인이 전문적인 수준으로 해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당연히 여러 명의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여기에 국회의원들이 자신이 원하는 위원회를 배정받기 굉장히 어려운 현실도 감안해야 합니다. 자신이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원하는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과거 민주당의 김진애 의원(18대, 비례대표)은 본인이 도시계획학 박사였는데도 국토위원회에 들어가는 것이 몹시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인기있는 상임위였기에 배정이 몹시 힘들었다고 합니다.

긍정적인 부분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교섭단체를 이루지 못한 소수정당의 경우는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김종대 의원님이 계신 정당인 정의당의 추혜선 의원님 역시 전문 분야는 언론이지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아닌 외교통일위원회에 배치받으신 바 있습니다.

당시 추혜선 의원님은 축구선수가 농구장에 놓인 느낌이라고 하셨습니다. 다행히 추혜선 의원님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재배치되셨지만, 앞으로도 계속 적정하게 배치되시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만약 재배치되지 않았다면 혼자서 외교통일위원회 활동을 하실 수 있으셨을까요? 축구선수가 혼자서 농구를 잘 할 수 있었을까요? 당연히 사무실에서 보좌를 받았어야 했을 겁니다.

궁극적으로, 사무실 직원들이 있어도 일을 안 하니 직원이 1명이어도 되며 봉사자여도 된다는 주장은 정치혐오를 일으켜 생산적 개혁을 막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급하다고 짧은 길만 선택할 수가 없습니다. 돌아가는 길이어도 선택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보좌관들을 사적인 일에 동원하고, 국회의원이 제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한국 정치의 큰 문제입니다. 보좌관에 대해 갑질을 한다는 말도 끊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냥 사무실에서 사람을 없애도 괜찮다는 태도는 옳지 않습니다.

김종대 의원님께서 부지런히 분골쇄신해서 일하시는 것은 긍정적인 일입니다. 차기 총선을 준비하신다고 하니 지역구 관리에도 인력을 쓰셔야 할 겁니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김종대 의원님이 의원실의 정책, 정무 기능을 폐지하지 않고 효율적인 의정 활동을 하시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태그:#김종대, #정의당, #보좌관, #국회의원,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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