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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기자님."
"안녕하세요. 스타 페부커님."

아주 단조로운 일상을 살던 내게 언제부턴가 이런 호칭이 붙었다. 예전 같았으면 생각도 못했을 호칭이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내가 왜 이렇게 과한 칭찬의 호칭을 듣게 됐는지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난 얼리어답터가 아니다. 새로운 게 등장해도 뭐든 한 발 늦다. 스마트폰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도 그랬다. 주위 친구들이 하나씩 다 장만했을 때 그때서야 뭔가 싶어서 호기심에 샀다.

친구들이 알려주는 대로 카카오톡을 깔고, SNS라 불리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깔았다. 특히 SNS라는 곳은 아주 생소한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는데, 너무 낯설어서 그걸 따라잡고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을 팔로우 해도 되는 건지, 페친을 맺어도 되는 건지 두려웠다.

문득, 페이스북에 내 일상으로 조금씩 적어보기 시작했다. 그냥 가볍게 내 이야기를 적어봤는데 점점 댓글이 오가더니, 몇 달 후엔 댓글이 10개 이상씩 달려서 답글을 달아주는 것조차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몇 년 후, 일상 기록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이젠 '연대'의 용도로 활용되는 내 계정을 보고 있다.

그리고 내가 속해있는 의료 현장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얘기하고,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를 논의하는 공론의 장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일상 기록에서 벗어나 집단지성을 이용한 정책적 어젠다를 제시하고, 연대에 손길을 내밀 수 있는 SNS의 위력을 절감하고 있다.

보건복지 분야도 홍보가 필요해요?

보건복지 분야는 폐쇄적인 성격이 짙다.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그걸로 끝이라는 생각이 대부분의 보건의료인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보건복지 활동을 홍보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 생각했다.

어쩌면 어떠한 사명감쯤으로 여겨졌으니까. 내가 현재 업으로 삼고 있는 '작업치료' 도 임상중심의, 환자치료만 잘하면 된다고 옛 선배들이 한결같이 얘기했다. 마찬가지로 간호사도 간호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의사도 진료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보건복지 분야의 모든 이슈들이 전문가 집단인 그들의 입을 통해 전문성을 홍보하고 있고, 그들의 입을 통해 정책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 종사자들이 공익활동을 할 땐, 이렇게 사회적으로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있노라고 홍보한다.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되어버렸다. 홍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SNS 이다. 대한민국 어딜 가든 쉽게 볼 수 있는 장면, 손 안에 든 스마트폰을 보는 당신은 내가 올린 홍보 메시지를 응시하고 있을지 모른다. 

메시지가 미디어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산다.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최고라는 통계가 그 주장을 뒷받침 한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도 통계적으로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이젠 언론사 뿐만 아니라 1인 미디어라 불리는 SNS 유저 조차도 사람들의 공감과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인터넷 상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우린 언론사를 거치지 않아도 이슈를 전파할 수 있는 시대를 경험한다.

정치 캠페인 전문가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의 신간.
▲ <메시지가 미디어다> 정치 캠페인 전문가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의 신간.
ⓒ 나무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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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소개할 책 '메시지가 미디어다'는 스마트폰 시대를 살면서 대중들에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스킬을 알려준다. 기존에 사용됐던 효과적인 방법들을 예시로 제시하면서 메시지의 중요성을 설명함과 동시에 이해를 돕고 있다.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마틴 루터킹 목사의 메시지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람사는 세상'까지, 역사속의 특정 유명인과 유명인을 대표하는 문구를 보여줌으로써 '메시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책은 2012년 총선, 대선,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후보 당 대표 선거, 2017년 안철수 후보의 메시지와 온라인 홍보를 담당한 정치 커뮤니케이션 회사 스토리닷 대표인 유승찬씨가 썼다.

정치 캠페인 전문가답게 '정치'에 대한 그의 철학도 엿볼 수 있다. 또한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라는 것을 증명하듯 글이 딱딱하지 않고 수월하게 잘 읽힌다. 경험으로 터득한 홍보 기술과 평소 갖고 있던 정치 사회에 대한 식견들을 이 책에 잘 녹여냈다.

미디어를 뛰어 넘는 메시지의 힘 

작년 가을, 한 자매의 이야기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장애시설에 있던 동생을 데리고 나와 사회 속에서 함께 살기로 한 언니의 이야기가 화제였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 책의 저자인 유승찬 대표의 동료 장혜영씨다.

발달 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는 동생을 보살피려면 24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동료 장혜영씨와 같이 일할 수 없음이 매우 안타까웠던 것. 하지만 저자는 당시를 회상하며 장혜영씨의 삶과 사랑에 대한 고민이 깊어 만류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화제가 된 생각많은 둘째언니. '어른이 되면'
▲ 장혜영 장혜정 자매 화제가 된 생각많은 둘째언니. '어른이 되면'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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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뜨거웠다. 창작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진행한 모금 행사에서 목표인 5000만 원을 초과 달성했다. 공중파 방송은 물론이고 중앙 일간지들도 취재를 요청할 만큼 뜨거운 반응이었다. 저자는 자매의 이야기가 큰 힘을 갖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개인의 경험과 공적 가치가 만나는 지점에서 메시지는 폭발한다. 서른한 살 장혜영은 동생과 함께 사는 삶을 선택하는 것과 탈시설 운동을 결합했다. 개인의 삶과 공적 가치가 일치하는 순간들의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며 퍼져나갔다. 장혜영의 유튜브 채널 '생각 많은 둘째 언니'는 장혜영-장혜정 메시지를 퍼나르는 저수지가 됐다. 장혜영의 메시지는 그대로 중증발달장애인을 위한 미디어가 되었다. 그것도 기존의 미디어보다 더욱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미디어가 되었다." - P43


일상의 기록도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SNS에 일상을 기록하는 것도 때론 큰 힘을 발휘한다. 딱딱한 언론 기사보다 타인의 세상 사는 이야기에 대부분 귀를 쫑긋 세운다. 타인이 쓴 희로애락 서사를 보고 있으면 마치 내 삶 같아 절로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그래서 나도 요즘 SNS나 <오마이뉴스>에 글 쓸 때 최대한 일상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다.

일상 이야기 속에 집단지성으로 생각해 볼 만한 이슈가 같이 다뤄진다면 읽는 입장에서 이해와 공감도가 몇 배 커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간 폐쇄적이라 여겨졌던 의료현장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이면서 극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요즘 그 '메시지'를 고민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체감하고 있는 현 제도의 문제점, 그에 따른 개선 방향을 집단지성으로 풀어보고 싶다. 책을 읽으며 솔루션에 대한 많은 힌트를 얻었다.

"한 사회에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많아져야 한다. 청년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청년의 이야기가 많아져야 하고, 여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성의 이야기가 많아져야 하며, 장애인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장애인의 이야기가 많아져야 한다. 이야기는 개인의 경험과 공적 가치가 만나는 지점에서 강력해지며 그 자체로 미디어가 된다." - P298
1. 메시지는 진실하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2. 메시지는 구체적인 것을 포함해야 한다.
3. 메시지는 유권자에게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
4. 메시지는 명확하며 가슴을 움직이여 한다.
5. 메시지는 대조를 이뤄야 한다.
6. 메시지는 짧아야 한다.
7. 메시지는 반복되어야 한다.
8. 메시지는 행동과 연결되어야 한다.
9. 메시지는 겨냥되어야 한다.
- 좋은 메시지의 9가지 원칙 <본문 중에서>


메시지가 미디어다 - 스마트폰 시대의 사회변동과 메시지 전략

유승찬 지음, 나무바다(2018)


태그:##메시지가미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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