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4년간 단 한 번도 통합 우승을 놓친 적이 없는 삼성 라이온즈에게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라는 말은 통하지 않았다. 2015년 정규시즌을 1위로 마치고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게 무릎을 꿇었고,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팀이 한순간에 내려오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2016년에는 '통합 4연패' 삼성 왕조를 이끌었던 류중일 감독이 시즌이 끝난 이후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지난해에는 '국민 타자' 이승엽이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또한 릭 밴덴헐크와 같은 훌륭한 외국인 투수를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올 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위권 경쟁에서 멀어진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9위 KT와 반 경기 차에 불과할 정도로 8위 수성마저 위태롭다.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 중 한 명인 강민호가 가세했지만 이렇다 할 효과가 없고, 야심차게 영입한 두 명의 외국인 투수 보니야와 아델만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사실상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등을 꿈꿨지만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3-8로 패배한 삼성은 7연패에 빠졌다. 선발 투수 아델만이 6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1탈심진 3실점으로 역투를 펼쳤으나 타선의 득점 지원이 따르지 않았다. 7회초에 뽑은 3득점이 전부였다.

득점 이후 곧바로 마운드가 무너졌다. 7회말 박건우가 2사 만루에서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터뜨렸고, 양의지의 1타점 적시타와 권오준의 폭투 등 무려 5실점을 기록했다. 아델만에 이어 등판한 최충연이 2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놓고 박건우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것이 뼈아팠다. 그러나 마운드의 붕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6월 이후 줄곧 마운드의 부진이 이어졌다.

5월 한 달간 팀이 14승 11패를 기록하는 동안 팀 평균자책점은 4.75(6위)였다. 심창민(11경기 3승 1홀드 1세이브 ERA 3.00), 최충연(12경기 1패 4홀드 2세이브 ERA 1.76)의 호투가 빛났고 선발진에서는 아델만(6경기 2승 1패 ERA 3.21)과 보니야(5경기 2승 ERA 2.73)가 고군분투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구자욱을 중심으로 타자들까지 힘을 보태면서 성공적인 한 달을 보냈다.

6월이 되자 상황은 다시 바뀌었다. 팀 평균자책점이 무려 6.59로, 리그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심창민 정도를 제외하면 5월에 활약했던 대부분의 투수들이 부진했다. 결국 6월을 10승 1무 14패로 끝낸 삼성은 중위권 경쟁에서 밀려났다. 타선도 6월에 비해선 조금 힘이 떨어졌다.

가라앉은 팀 분위기는 7월 들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주중에 KT와의 3연전에서 1무 1패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지 못했고, 잠실구장으로 이동해 두산에게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헌납했다.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불만족스러웠고 반등할 만한 요소를 꼽기도 어렵다.

이대로 무너지나

삼성은 8일 잠실 두산전에서 선발 윤성환을 앞세워 7연패 탈출을 노린다. 이 날 경기에서도 패배할 경우 시리즈 스윕패와 팀 8연패라는 1패 이상의 데미지를 입게 된다. 이미 앞선 두 경기에서도 두산에게 승리할 기회가 있었지만 금요일 경기에서는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토요일 경기에서는 뒷심 부족이 삼성의 발목을 잡았다.

올 시즌 팀 내 선발진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지 않은 윤성환이 선발로 나선다. 두산 또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장원준이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선발 등판한다. 양 팀 선발 투수들의 최근 흐름을 감안하면 쉽게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경기다. 이미 주간 5할 승률은 멀어졌지만 삼성으로선 연패를 끊는 게 시급하다.

9위 KT가 7일 롯데전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삼성과의 간격이 반 경기 차까지 좁혀졌다. 8일 경기 결과에 따라서 삼성의 위치가 바뀔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선수단과 팬 모두에게 생각하기 싫은 시나리오이다. 8일 두산전 승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롯데에게 뺏긴 7위 자리를 찾는 것도 버거운데 8위 자리에서도 내려온다면 선수단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상위권과 멀어진 것은 맞지만 결과에 관계없이 매일같이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선 매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냉정하게 팬들은 팀의 반등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저 김한수 감독과 선수들이 실망스럽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아직 삼성에게는 58경기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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