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이후 52년 만에 월드컵 우승에 도전하는 잉글랜드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의  조건을 하나씩 만들고 있다. 강력한 우승후보 독일과 스페인이 일찌감치 탈락한데 이어 토너먼트 대진이 이전의 대회보다 좋다는 점, 그리고 팀의 공수 전력이 탄탄하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잉글랜드는 7일 밤(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사마라 아레나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8강전에서 2-0의 승리를 거두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자신들만의 장점을 살리며 철옹성 수비를 과시하는 스웨덴을 눌렀다.

최대 장점인 '세트피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잉글랜드의 주된 공격루트는 후방에서 한 번에 길게 전방으로 찔러줘서 빠르고 기술이 좋은 라힘 스털링과 같은 선수들이 역습을 한다거나, 세트피스를 통한 것이었다.

특히 세트피스는 잉글랜드가 준결승에 진출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튀니지와의 경기에서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이어진 공격에서 해리 케인이 2골을 터뜨리면서 승리했고, 파나마와의 경기에서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수비수 존 스톤스의 멀티골이 나오면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그리고 8강에서 만난 스웨덴전 역시 세트피스였다. 시작은 전반 30분. 왼쪽에서 애슐리 영이 올려준 코너킥을 해리 맥과이어가 헤딩골로 연결시키며 1-0으로 앞서나갔다. 맥과이어의 헤딩골이 의미 있었던 점이 0-0으로 경기가 이어질 경우 스웨덴에게 유리한 흐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컸기 때문.

후반전에도 잉글랜드의 장점인 세트피스가 돋보였다. 후반 13분 키에런 트리피어의 패스를 받은 제시 린가드가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올려준 볼을 델리 알리가 헤딩골로 연결하며 쐐기를 박았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쓰려했던 스웨덴의 수비라인을 델리 알리가 라인을 잘 유지한 채 기회를 잡았고, 알리가 이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한 것이었다.

잉글랜드의 세트피스 능력만큼이나 마르쿠스 베리와 올라 토이보넨을 비롯해 빅토르 린델뢰프, 안드레아스 그랑크비스트 등 스웨덴의 세트피스 능력도 만만치 않지만 폼이 올라오지 못한 포르스베리의 활약 속에 스웨덴의 세트피스는 그 위력을 보이지 못했다.

픽포드 골키퍼의 선방

러시아 월드컵을 앞둔 잉글랜드의 최대 고민은 골키퍼 자리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후 대표팀을 떠난 데이비드 시먼 이후 데이비드 제임스, 폴 로빈슨, 스콧 카슨, 로버트 그린, 조 하트 등이 골문을 지켰지만 크고 작은 실수들을 남발하면서 메이저대회 때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로버트 그린은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미국 전에서 알까기로 실점을 허용한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남아공 월드컵이후 대표팀의 주전 수문장으로 자리매김한 조 하트 골키퍼가 기량저하와 소속팀에서의 부진이 맞물리면서 끝내 이번 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낙마한 잉글랜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친 조던 픽포드와 잭 버틀란드, 닉 포프를 발탁했다. 그런데 이 세 선수의 A매치 출전횟수는 월드컵 개막 직전까지 합계 10경기에 그쳤다.(픽포드 3경기, 버틀란드 7경기, 포프 0경기)

세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전으로 올라선 픽포드 골키퍼는 그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번 대회 5경기 모두 출전한 픽포드 골키퍼는 4실점을 기록하며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웨덴과의 8강전에서도 픽포드 골키퍼의 존재감이 빛났다. 1-0으로 뒤진 채 전반전을 마친 스웨덴은 후반전 공세를 강화하면서 잉글랜드의 골문을 두드렸다. 그 시작은 후반 2분 왼쪽 측면에서 아우구스틴손이 올려준 크로스를 베리가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픽포드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득점에 실패했다.

그 후 10분 뒤 알리의 골이 나오면서 2-0으로 달아난 잉글랜드였는데 그럼에도 픽포드 골키퍼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 16분 스웨덴의 역습상황에서 클라에손-토이보넨-베리-클라에손으로 이어진 득점기회에서 클라에손의 슈팅이 또다시 픽포드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고, 후반 25분 마르쿠스 베리의 슈팅 역시 픽포드 골키퍼가 펀칭으로 쳐냈다.

후반전에만 무려 세 차례의 결정적인 실점위기를 선방으로 막아낸 픽포드 골키퍼의 활약 속에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픽포드 골키퍼는 지난 콜롬비아와의 16강전에서 콜롬비아의 5번째 키커 카를로스 바카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잉글랜드의 승부차기 징크스를 깨는 데 일조한 바 있다. 결국 24년 만에 준결승진출을 노리던 스웨덴의 희망마저 꺾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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