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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전혀 '특수'한 활동도 없이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엄청난 예산을 수령하고 있는 문제로 지탄을 받고 있다. 국회는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으로 불신을 받고 있는 기관으로, 특히 국민들에게 '일하지 않는 국회' 이미지는 깊게 각인돼 있다.

지금 '특수활동비'와 '일하지 않는 국회'는 더욱 선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때로는 보이지 않는 지점에 진실이 존재한다. 과연 일하지 않는 국회의 진실은 무엇인가?

본말의 전도

 제헌절을 한 달 앞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제헌 70주년을 기념하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제헌절을 한 달 앞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제헌 70주년을 기념하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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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든 입법과정은 의원에 의한 법안 발의로 시작된다. 그리고 발의된 법안이 상임위에 넘어오게 되면 상임위 의원들은 먼저 법안을 제안한 의원의 보고를 청취한다. 전문가 의견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런 뒤에 의원들의 토론이 진행되고 수정도 이뤄진다. 이렇게 하여 법안은 결의돼 낭독되며, 이에 대한 질의와 설명 그리고 최종 수정이 이뤄진다. 상임위원회에서의 이 모든 활동은 의원들 자신들이 직접 수행하며, 하나의 법안 심사를 위해 길게는 몇 년에 걸쳐 수십 차례의 회의가 열린다. 이것이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입법과정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의원들은 법안 발의의 단계에서 활동이 일단 멈춘다. 그 뒤 법안의 검토 과정은 전적으로 입법관료의 '침해될 수 없는 권한'으로서 사실상 성역화됐다. 몇 년 전 한 중진의원은 필자에게 전화를 해 "한일군사정보협정 무효화 법안이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에 의해 기각됐다"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다른 사례도 있다. 2004년 10월 21일 노회찬 의원(현 정의당 원내대표)이 대표 발의했던 '국가보안법폐지법률안'도 상대당의 반대에 의해 좌절된 게 아니다. 바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에 의해 가로막힌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상임위원회란 위원으로서의 의원들만이 참석하는 회의다. 그러나 우리 국회에서는 거꾸로 상임위에서 전문위원이 낭독과 대부분의 설명을 담당한다. 이러한 한국 국회의 모습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우리 국회법이 본래 일본 국회법을 계수(繼受)했고, 우리 국회법의 이른바 '전문위원'은 일본의 '전문원'을 모델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일본의 경우에는 상임위 회의에서 한 명의 '전문원'이 그야말로 의원들의 요구가 있을 때 그 지시를 수행하도록 배석할 뿐이다.

또한 상임위에서 의원들을 지원하는 스태프(순수 행정 및 사무 지원의 직원을 제외하고)는 다른 나라에선 정당 소속이다. 우리처럼 공무원이 상임위 스태프 역할을 맡는 나라는 없다. 독일의 경우 의원들은 각 정당별로 최고의 전문성을 자랑하는 정당 소속 정책위원들과 함께 소그룹으로 조직돼 매주 법안과 정책에 대해 열심히 연구하고 토론한다.  

유신·전두환에 의해 왜곡된 입법과정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규정한 이 조항이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원래는 "위원회는 회부안건을 심사함에 있어서 먼저 그 취지의 설명을 듣고"라고 해 검토보고의 주체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

전두환은 정권을 장악한 뒤, 국보위(국가보위입법회의)의 '선거법 등 정치관계법 특별위원회'가 1981년 1월 22일 개최된 회의에서 국회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제56조 (위원회의 심사) 조항을 "위원회는 회부안건을 심사함에 있어서 먼저 그 취지의 설명과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듣고"라고 개정했다.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슬쩍 끼워넣은 것이다. 이는 '구 정치질서'를 극도로 혐오한 신군부 측이 국회를 약화시키려는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추진한 것이다.  

이에 앞서 1972년 12월 27일 유신헌법으로 장기집권 체제의 근거를 만든 유신정권은 곧이어 1973년 2월 7일 국회법을 손대면서 특히 "전문위원은 당해 상임위원회의 제청으로 의장이 임명한다"는 국회법 제42조 2항 규정을 "전문위원은 사무총장의 제청으로 의장이 임명한다"는 규정으로 개악시켰다.

이렇게 해 상임위원회 활동에 필요한 '전문적인' 인물을 상임위원회에서 의원들이 논의해 선임하던 걸 임명직인 국회 사무총장이 사실상 임명하도록 개악함으로써 국회 전문위원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선출권을 부정했다. 유정회를 비롯한 많은 후배 군인 출신 의원들에 대한 배려이자 국회 무력화의 의도가 분명했다.

이로써 입법 보조자였던 전문위원의 위상은 명실상부한 입법 주도자로 전환됐다. 오늘날 국회 전문위원이 '갑 중의 갑'이 돼 위세를 떨치게 된 건 모두 이 '검토보고'에서 비롯된다. 이렇게 국회의 입법과정은 왜곡됐고, '일하지 않은 국회의원'의 시대가 시작됐다.

본업을 잊은 조직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없다

 국회의원 법안 발의 현황 및 내용을 알 수 있는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이미지는 7월 5일 오후 3시 기준으로 발의된 법안들 목록이다. 국회의원의 역할을 법안 발의에서 딱 멈춘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 법안 발의 현황 및 내용을 알 수 있는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이미지는 7월 5일 오후 3시 기준으로 발의된 법안들 목록이다. 국회의원의 역할을 법안 발의에서 딱 멈춘다는 지적이다.
ⓒ 의안정보시스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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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한민국은 공무원이 입법을 주도하고,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은 뒤로 빠지는 나라가 됐다.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국회 공무원이 사실상 입법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도 높다. 이는 판사가 재판을 하지 않는 것과 같고, 변호사가 변호를 하지 않는 것과 같다.

물론 전문위원 등의 입법 관료가 국회의원의 입법정책 활동을 보조하고 지원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보조와 지원은 지극히 제한된 범주여야 한다. 전문위원은 대표성을 위임받은 일반 시민의 정치적 대리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회의원과 전문위원이 위원회의 등질적(等質的) 구성요소가 될 수는 없다.

이러한 점에서 전문위원이 위원회에서 '주도적으로' 발언하거나 전문위원 검토보고를 위원회 운영상의 법률 요건화하고 있는 점은 전혀 타당치 못하다. 전문위원을 비롯한 입법관료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국회의원인 위원의 보조적이며 부가적인 조력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국회가 입법을 무기로 태업을 일삼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지금 국회는 본업인 입법, 그 자체조차 방기하고 있다. 이렇게 본업을 잊은 국회는 지역구 다지기가 본업으로 둔갑했고, 혹은 일종의 연예인으로서 소셜미디어에 이름을 알리기에 바쁘다.

설마 왜곡된 입법과정으로 인해 국회의원의 본업이 '특수하게' 변형됐기 때문에 '특수활동비'가 필요하게 된 것일까? 지금 국회의원은 우리 사회에서 출세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본업 수행의 고된 노동이 없다. 게다가 특수활동비까지 받는 상황이니... 아나운서든 스포츠스타든 그 누구든 우리 사회에서 좀 유명세가 있다 싶으면 모두 국회의원을 지향한다.

자신의 본업을 잊은 사람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그렇게 본업을 방기하는 조직이 온전하게 발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한 조직은 반드시 왜곡되고 부패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지점에 오늘 '일하지 않는 국회'의 근원, 그 진실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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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소준섭씨는 중국 푸단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받았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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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푸단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받았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논어>, <광주백서>, <대한민국민주주의처방론>, <중국사 인물열전>,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유신과 전두환정권에 반대해 수배, 구속된 바 있으며,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