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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결과 발표가 열리고 있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이 조류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대한 저감방안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채 환경영향평가가 협의됐다고 밝히고 있다.
▲ 4대강 사업 감사결과 발표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결과 발표가 열리고 있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이 조류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대한 저감방안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채 환경영향평가가 협의됐다고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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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감사원은 지난 1년 간 진행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앞서 2011년 1월, 2013년 1월과 8월 등 3차례에 걸쳐 4대강사업 세부계획, 품질 및 수질 관리실태, 설계·시공 일괄입찰 등 주요 계약 등을 감사한 바 있다.

이번 감사에 대해 감사원은 ▲기존에 감사하지 않았던 4대강 사업 결정과정 ▲환경영향평가 등 법적절차 및 집행 과정 ▲기존 감사에서 일부 확인된 사항 보완 및 이행실태 ▲4대강 사업 목표 대비 성과(홍수방어 및 수자원 확보의 효과, 수질 개선 여부)를 평가했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MB 대통령실 한마디에 4대강사업 보고서에서 사라진 '조류' ).

이번 감사는 4대강사업에 따른 수질 악화, 혈세 낭비 문제와 환경영향평가 왜곡 등 4대강사업을 위해 국가 시스템을 훼손하는 등 그간 전문가 단체와 민간단체들이 지적해왔던 내용을 국가 기관이 거듭 확인해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전 대형 국책사업서 봐 왔듯이, 환경문제는 찬반으로 둘러싼 거대한 지식 투쟁의 공간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감사원의 현실을 반영한 평가는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이명박은 왜 대운하에 집착했나?

여기서는 이번 감사에서 주목할 점과 감사원이 여전히 짚어내지 않은 문제점을 중심으로 다뤄 보고자 한다. 감사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수심을 6m(낙동강)로 유지할 것과 물그릇(수자원)을 8억 톤으로 늘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왜 그러한 지시를 하였는지 직접 듣고자 하였으나 감사원의 방문이나 질문서 수령 등 협조를 하지 않아 사유나 근거를 확인하지는 못하였"다고 밝혔다.

사실 수심 6m와 8억 톤 수자원 확보 지시는 MB 정부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2008년 6월 '국민이 반대하면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 한반도 대운하의 다른 이름이었음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감사원도 2013년 8월 4대강사업 3차 감사에서 '대운하를 염두에 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 이명박은 왜 그토록 대운하에 집착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운하 사업은 철도와 도로가 발달하기 전, 즉 19세기적인 구시대 발상이다. 빠른 속도와 함께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라는 현재의 물류 체계가 갖춰진 상황에서, 운하는 경제성이 없어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인천과 한강을 잇는 경인 아라뱃길(경인운하)의 경우, 개통 5년 차인 2017년 물동량은 계획 대비 8.7%에 불과했다. 여객선 비율도 당초 계획 대비 20여 % 정도뿐.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는 아라뱃길 1년 물동량을 평가한 결과 비용편익(B/C)을 0.1(통상 B/C가 1이 넘으면 경제성 있는 것으로 본다)로 분석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국토부 관행혁신위원회는 아라뱃길의 기능 전환과 함께 존폐를 검토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아라뱃길 사례에서 보듯이 한반도 대운하는 환경파괴 논란 속에서 편익, 즉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감사원이 밝힌 이번 감사 주요 목표인 '4대강사업 정책 결정 과정' 관점에서 볼 때, MB가 왜 4대강 살리기로 포장한 대운하를 강행했는지, 사실 이걸 확인하는 게 핵심이었다. MB 본인이 어려웠다면 측근들을 통해서라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감사원이 밝히지 못했다면(또는 밝히지 않았다면), 이제 청문회를 통해서 국회가 밝혀야 한다.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야 제대로 된 방지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수질 개선에 3조9천억 원 투입했는데, 편익은 50년 동안 2363억 원

이번 감사가 이전 감사와 다른 점은 4대강사업에 대한 경제성 분석을 실시했다는 점이다. MB 정부는 4대강사업을 강행하면서 전체의 90%를 예비타당성 평가 제외 사업으로 설정해 경제적 타당성 평가를 회피했다. 그러면서도 4대강사업을 통해 34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40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을 것이라 홍보했었다.

감사원은 실제 사업비와 실측된 성과 자료를 토대로 2013년을 기준으로 향후 50년간의 4대강사업에 따른 편익과 비용을 분석했다. 전체 편익은 6조6천억여 원으로 봤다. 세부적으로 보면 ▲수질개선 2363억 원 ▲이수 1조486억 원 ▲친수 3조5247억 원 ▲수력발전·골재판매 1조8155억 원 등이다.

심각한 것은 홍수피해 예방 편익이 '0원'이라는 점이다. 큰비가 왔을 때 편익이 증가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MB 정부가 4대강사업 추진의 강력한 명분으로 '근원적 홍수 방어'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4대강사업의 치명적 부실함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결과다.

수질 개선 편익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 환경부가 4대강사업 수질개선에 투입한 혈세가 3조9천억 원인데(본 사업 5천억 원, 직접 연계사업 3조4천억 원), 50년 동안 수질 개선에 따른 편익은 2363억 원으로 예상됐다. 감사원은 친수 편익을 3조5천억 원으로 평가했는데, 4대강에 방치된 망초공원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편익 산정이란 지적이다.

반면 비용은 ▲사업비 24조 6966억 원 ▲유지관리비 4조286억 원 ▲재투자 2조 3274억 원으로 총 31조 원으로 분석됐다. 그에 따라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은 0.21로 나타났는데, 쉽게 말해 100원을 투자하면 21원밖에 건질 수 없다는 말이다. 강별로는 한강 0.69, 낙동강 0.08, 금강 0.17, 영산강 0.01 등으로 나타났다.

4대강사업 경제성 평가를 진행 한 바 있는 홍종호 교수는 전화 인터뷰에서 "막대한 기회비용 상실"이라며, "(영산강의 경우) 1999년에 시작된 국가사업 예비타당성 분석 이래 0.01이 나온 경우는 하나도 없을 것"이라 황당해 했다. 감사원 발표 내용을 근거로 따져보면 4대강사업을 유지했을 때 향후 50년 동안 25조4천억 원이 낭비된다.

치수안전도(100~200년 빈도 대비 호우 대응)를 평가한 치수효과에 대해 감사원은 "4대강 사업 후 법정 치수안전도 미확보 구간이 사업 전 127.7km에서 74.0km 만큼 줄어들었다. 다만, 53.7km 구간은 여전히 치수안전도를 확보하지 못하여 대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국책기관 전문가 A씨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4대강 전국간의 치수안전도 확보가 목표였는데, 실제 부족한 구간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 말했다. 이어 "4대강사업 전 이미 치수안전도를 확보한 구간도 공사를 했는데, 이건 의미 없는 사업을 한 것"이라 지적했다.

다시 말해 첫째, 원래 취약한 지역, 즉 보강 공사가 필요한 지점은 공사를 안 했고, 둘째, 필요 없는 구간은 중복해서 공사를 했다는 말이다. 예산 낭비의 전형적 모습이다. 감사원은 4대강사업으로 지류의 홍수위가 낮아져 치수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국책기관 전문가 B 씨는 "본류와 합류되는 지점은 과거부터 치수안전도가 높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가 발생하는 지점의 지류의 중·상류 지점인데, 이곳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A씨는 "치수 사업은 본류냐 지류냐 보다 어디가 취약한가를 평가해서 그 지점부터 공사를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4대강사업은 제대로 된 진단 없이 막무가내 사업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효과가 볼 수 없다는 분석이다.

4대강 감사에서 누락된 문제점

불행히도 1~3차 감사는 물론 이번 감사에서도 빠져 있는 부분이 있다. 우선 4대강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사고들에 대한 원인 평가가 빠져 있다. 2012년 10월 금강에서는 환경단체 추산 60만 마리, 충남도민관합동조사단 추정 30만 마리의 물고기 떼죽음 사건이 발생했다. 비슷한 시기 낙동강에서도 물고기 떼죽음이 있었고, 4대강 다른 곳도 떼죽음이 일상사였다.

2012년 10월 금강 물고기 폐사 사건 당시 환경부는 '원인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4대강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실제 2014년 1월 원인불명으로 판정했다. 반면 충남도합동조사단은 4대강사업의 영향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4대강사업 직후 발생한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 떼죽음 사건의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건, 책임 회피의 수단이었지만, 감사원은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또한 4대강사업에 따른 주민 피해 현황에 대해서도 진단하지 않았다. 4대강사업으로 우리 강이 지탱가능하지 않은 상태가 되자, 강에 기대어 살던 사람들도 지탱가능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 보 건설로 지하수위가 상승해, 누가 봐도 뻔한 농작물 피해가 부정당하는 등 국가에 의해 발생된 피해가 개인으로 전가되는 '피해의 개인화'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혹서기, 혹한기를 가리지 않고 365일 24시간 4대강사업 공사가 강행되는 상황에서 2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지만, MB 정부의 국토부 장관은 그저 그들의 실수 탓으로 돌렸다. 강변에서 농사지어 먹고 살던 젊은이는 농지를 잃고 도시의 일용직 잡부가 되어야 했고, 텃밭으로 겨우 생계를 돌보던 노인네들은 졸지에 고령의 실업자가 됐다. 마을 공동체도 반목과 갈등의 공간으로 변한 곳도 있다.

4대강사업에 따른 악영향은 단지 강만이 아닌 사람과 자연, 우리 사회 모두에게 영향을 미쳤다. 즉, 피해 영향은 입체적으로, 4차원적으로 발생했지만 4대강사업 진단은, 이 사업의 핵심 문제점을 담고 있음에도, 1차원적 평가였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듯하다.


태그:#4대강, #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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