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인천시 강화군) 남쪽에 있는 부속 섬 황산도 해안가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반찬으로 작은 게 요리가 나왔다. 게 이름이 특이하게도 '농게'란다. 꽃게만 아는 내겐 호기심이 가는 이름이었다. 집게발이 몸집만 한 데 한쪽 발만 그렇게 크다고 한다. 썰물 때면 강화도 앞바다에 셀 수도 없이 많이 나타난다고 해서 농담인 줄 알았는데 정말이었다.
농게를 직접 보니 서해 갯벌에 사는 게 가운데 가장 독특하게 생긴 녀석이었다. 붉은색의 집게발은 몸집만큼 커 비정상으로 보일 정도다. 사람으로 치면 만화에 나오는 '왕 주먹 장군'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재미있게도 농게의 집게발은 오른쪽이 발달하는 경우도 있고, 왼쪽이 발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사람처럼 왼손잡이, 오른손잡이가 있는 것이다. 흰발농게도 있었는데 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란다.
이 큰 집게발은 수컷에게만 해당하며 암컷은 비슷한 모양의 양 집게발을 가지고 있다. 집게발은 수컷의 과시용이자 구애용이기도 하다. 짝짓기 시기가 되면 수컷은 큰 집게발을 흔들며 암컷을 유혹한단다. 수컷 매미가 엄청난 목청으로 여름 내내 암컷에게 구애하는 것처럼.
갯벌엔 농게 외에도 방게, 칠게 등이 함께 산다. 모두 작고 귀여운 종류의 게다. 개펄에서 먹이 활동을 하며 갯벌을 깨끗하게 하는 청소부로 불리는 게. 사람이나 갈매기의 먹이가 되기도 하니 참 착하고 고마운 동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