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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자 여성단체 회원들이 안 전 지사의 구속과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위력으로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안희정 첫 공판 출석, '엄중 판결' 요구 시위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자 여성단체 회원들이 안 전 지사의 구속과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위력으로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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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덫을 놓고 기다리는 상황을 연출했다."

여성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첫 번째 공판에서 검찰은 범행 발생 과정을 이렇게 비유했다. 심야 시간 담배 심부름조차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자가 절대적 약자였던 점을 강조한 것이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2일 오전 열린 공판에서는 '위력'의 존재 여부를 두고 검찰과 피고인 측이 맞붙었다. 피고인 출석 의무에 따라 안 전 지사도 두 번째 구속 영장이 기각된 지난달 5일 이후 28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재판 시작 시간인 오전 11시께 변호인 5명과 들어온 안 전 지사는 빈 자리 없는 방청석 사이를 어두운 얼굴로 걸어 들어왔다. 피고인석에 앉은 뒤에는 바로 앞에 높인 마이크를 버튼을 한번 눌러 상태를 확인한 뒤 의자에 기대어 눈을 꽉 감았다. 방청석 첫 줄 사건관계인석에는 피해자 김지은씨가 앉았다.

안 전 지사는 재판 시작에 앞서 당사자가 맞는지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제외하곤 침묵했다. 양손을 앞으로 모은 채 서서 답변을 이어간 그는 현재 직업이 뭐냐는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다 "현재 직업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검찰이 20분 가까이 공소사실을 읽어내려 가는 동안에는 대부분 안경을 벗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위력으로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 답변 없이 법정 향하는 안희정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위력으로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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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지시 가장한 범행" vs. "위력 존재 불분명해"

이날 검찰은 두 사람의 관계가 절대적으로 수직적인 형태였다는 점을 적극 강조했다. 범행 당시 안 전 지사는 유력 대선 후보였고, 당내 경선에서 2위로 떨어진 후에는 여당의 차기 대선후보로 꼽히는 인물이었다. 또 경선 캠프에는 현직 국회의원을 비롯, 사회 유력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었다. 반면 해당 캠프 공보물 담당자로 시작해 충남도청 별정직 공무원으로 자리를 옮긴 피해자는 신분이 불안정할뿐더러 향후 진로에도 안 전 지사의 영향력이 막강했다.

수행비서의 업무 특성이 피해자의 거부권 행사를 무력화한 점도 언급했다. 검찰은 김씨가 '모두가 노(No)라고 할 때 수행비서만은 예스(Yes)라고 해야 한다', '안 전 지사의 기분을 절대로 거슬러서는 안 된다', '수행 중 알게 된 내용을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업무 인계를 받았던 점에 주목했다. 그런 상황에서 안 전 지사의 공식 스케줄뿐만 아니라 맥주·담배 심부름, 숙박시설 예약 등 사적 일정까지 밤낮으로 수행한 점 역시 피해자를 절대적 약자 자리로 위치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검찰은 안 전 지사가 출장 일정을 마친 뒤 호텔 객실에서 다른 객실에 있던 김씨를 담배 심부름 등으로 부른 뒤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건 "업무 지시를 가장한 범행"이라고 봤다. 김씨의 입장에서는 안 전 지사가 성관계를 마음먹고 심야 시간에 담배 심부름을 지시했고, 그 의도를 꼬치꼬치 캐묻거나 내일 아침에 가져다드리겠다고 답하는 건 상상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위력으로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위력으로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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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피고인 측은 성관계를 맺고 신체적 접촉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성적 감정에 따른 결과라고 반박했다. 안 전 지사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부적절한 관계를 뉘우치고 책임지고자 충남도지사 직에서 사퇴했으며 그보다 더 가혹한 여론의 질책을 받았다"라며 "그러나 형법이 규정한 성폭력을 저질렀는지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또 '유력 정치인'이라는 신분을 곧바로 위력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주장하는 위력의 존재를 인정하려면 물리적 힘 행사가 있어야 하고, 그 힘은 상대방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정도여야 한다"라면서 "아동도, 청소년도 아닌 혼인 경험이 있는 고학력 여성의 의사를 피고인이 어떻게 제압했는지 불분명하다"라고 맞받았다. 재판부를 향해서는 "이성간 스킨십은 성폭력이 될 수 없다"라면서 "공정한 재판으로 피고인의 억울함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달라"라고 요청했다.  

첫 재판이 시작하기 전에는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라며 "사법부의 정의로운 판결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태그:#안희정, #위력에의한간음, #서울서부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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