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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이슈에 밀려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유세 현장의 열기는 지난 지방선거보다 뜨거웠다. 거대 양당의 대결 구도로 치뤄졌던 지난 지방선거와는 다르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여러 정당들이 경쟁하는 구도로 치뤄져서 선택의 폭이 넓었다고 말하는 유권자들도 상당수 있었다.

이전처럼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청년'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정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한 후보들을 살펴보면 청년 당원들은 별로 없었다. 주변에 정당 활동을 하는 청년 정치인들의 소식을 들어보면 공천을 받은 경우는 별로 보지 못했다.

기자는 청년 정치의 현실을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선거 유세에 참여했던 한 청년 정치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바로 정의당 경남도당 청년학생위원회 부위원장 겸 경상대학교 학생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소정 위원장. 다음 내용은 이소정 정의당 경상대학교 학생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소정 정의당 경남도당 경상대학교 학생위원회 위원장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소정 정의당 학생위원장이 답변을 하고 있다. 이소정 정의당 경남도당 경상대학교 학생위원회 위원장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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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정의당 경남도당 청년·학생위원회 부위원장 이소정입니다. 경상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있고 현재는 휴학 중입니다. 정의당에서 활동한 지는 2년 정도 되었고 현재 소수자 인권과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 정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인생의 '멘토'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재의 저를 이루는 것들은 저만의 '멘토'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저는 중학생 시절부터 힙합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한 가지에 꽂히면 그것에만 몰두하는 터라 힙합 음악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당시에도 마구 찾아서 들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래퍼는 제리케이였구요. 제리케이는 언론정보학과 출신으로 정치·사회 문제를 이야기하는, 비판적인 가사를 자주 쓰는 래퍼였어요. 그 당시 저에게 제리케이란 인물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좋아하는 래퍼의 가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도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 후로 저 나름대로 인터넷에 사회적인 이슈들을 검색해보고 신문도 읽었습니다. 정치학을 전공한 이유도, 현재 힙합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유도 모두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저는 힙합음악과 제리케이란 래퍼로 인해 제가 정치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여러 정당 중에 정의당에 입당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고등학생 시절, 정의당에서 외치는 노동, 복지, 시민을 위한 정치 등의 가치가 이 사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에 입학하고 견학 프로그램을 통해 정의당에 방문할 기회가 생겼고, 정당의 역할과 청년정치 문제를 이야기하는 장이 마련됐습니다.

선거제도 개혁과 여성주의 문제에 대해 질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청년이 직접 참여하는 청년학생위원회 활동이 궁금했고 여성주의 논란에 대한 답변이 마음에 들었기에 그날 중앙당사에서 바로 당원 가입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진보적 가치에 대한 열망과 정당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반반이었습니다.

현재 제가 정의당에서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 역시 여성이자 청년인 저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정의당이라 생각하고, 정의당의 가치를 통해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당사자의 의견이 배제되는 건 바람직한 정치가 아냐"

- 많은 사람이 대한민국은 청년들의 정치 참여와 제도권 진출이 어려운 나라라고 말하곤 합니다. 정치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정치인으로서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동의합니다. 정치에 참여하는 청년들을 그저 '기특한 젊은 친구들'로 여기는 사회에서 청년은 나이를 이유로 피선거권조차 갖지 못합니다. 지난 촛불혁명 당시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인 당사자임에도 '미성숙'이라는 프레임으로 인해 청소년과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활동하면서 어린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를 받기도 했습니다. 직접적인 언행이 아니라도 다짜고짜 반말을 하는 행위나 청년을 동원수단으로 여기는 것 역시 청년을 동등한 활동가로 여기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거권과 피선거권 연령 인하부터 청년을 '미래'나 '희망'이 아닌 '현재'로 보는 인식이 자리 잡는다면 청년의 정치 참여와 제도권 진출이 용이해지리라 생각합니다. 나이는 한 개인을 판단할 척도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 본인이 정치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치란 '나'의 의견을 사회에 전달하고 그 의견이 정책이 되어 '나'에게 돌아오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입과 산출 과정에 있어서 당사자의 의견이 배제되는 건 바람직한 정치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기에 우선 저부터 목소리 내는 것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걸음이라 생각했고, 그 목소리를 내는 방법 중 하나로 정당 가입을 선택한 것입니다.

또 거창하고 다소 이상적으로 들릴까 봐 잘 하지 않는 말이 있는데, 저는 저 자신부터 시작해서 저의 가족, 친구들, 저와 어떻게든 인연이 닿은 분들, 또 제가 모르지만 어디선가 살아가는 사람 모두가 자신의 기준에 맞게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치란 궁극적으로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아닐까'라고 늘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저에게 달리 이득도 없는데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정당 활동을 하느냐고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말이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되었으면 합니다."

- 정치를 함에 있어서 자신만의 신념 또는 가치관은 무엇입니까?
"모두가 차별 없이 평등한, 인간이 오로지 인간으로서 대우받는 정치를 지향합니다. 따라서 저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고자 합니다. 혹자는 약자의 편을 드는 것 역시 편파적인 태도가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애초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약자가 바로 서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계적 중립에서 벗어나 약자에 대한 아낌없는 연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현재 공부하고 있는 여성, 성소수자, 청년, 노동 등의 의제 역시 이와 같은 결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세상에 존재하는 편견을 없애고 싶습니다. 인간이 인간 그 자체로 존중받기 위해서는 성별, 성적지향, 나이, 장애여부, 학력, 직업 등에 뿌리박힌 고정관념이 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나'다운 '나'를 존중하는 사회가 곧 평등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언제나 연대의 힘을 믿는다"

- 앞으로 하고 싶은 정치 활동과 방향에 대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의 정치 활동과 방향은 저의 신념과 가치관을 따라갈 것입니다. 평등을 지향하고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 약자와 연대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의당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행·운영위원 외에도 일반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고 싶은 또 다른 활동으로는 다양한 청년 모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청년 퀴어 모임, 청년 독서 모임 등 청년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논의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함께 투쟁할 청년 활동가를 길러 보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약 2년간 대학생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학교는 학생들의 정치 참여를 고취하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연대를 요청하면 '정치적이다' '편파적이다'라는 말로 막아서기 바쁩니다. 대학은 여러 학문을 연구하고 다양한 토론을 통해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기관입니다.

다양성을 존중해야 할 대학에서 "정치적이지 말라"라는, 가장 정치적인 언어로 배제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우면서도 화가 났습니다. 학생이 정당 활동 하는 걸 유난스럽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있다면, 누구나 지지자에서 더 나아가 당원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이것 또한 경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교내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걸 이상하게 보지 않듯, 학생의 정치활동을 일상의 한 부분으로 존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태그:#이소정, #정의당, #경남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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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 역사문화학을 전공한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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