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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소환되는 조양호 조세포탈과 횡령, 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6월 2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지난달 28일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드디어 검찰에 출석했다. 자식들에 이어 아내, 그리고 본인까지 대기업 총수 일가가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고 있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들의 주요 혐의는 횡령과 배임 등이었지만,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은 없다. 그 모든 것의 시작은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갑질'이었음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그들의 갑질이 국민감정을 거슬렀기 때문이고, 정치권과 검찰이 예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움직인 결과다.

갑이라는 이유만으로 을에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고, 심지어 폭행까지 휘둘렀던 그들. 지금도 현재진행 중인 그들의 갑질에 대한 내부고발을 듣고 있노라면 과연 이들이 사람을 고용한 것인지, 노예계약을 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국민들의 공분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처벌이 가능할 것이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한때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지만 결국에는 유야무야 되어버린 소위 '땅콩회항'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갑질은 우리 사회에 너무 일상화되고 만연화되어 있어 처벌의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서 조양호 총수 일가를 갑질이 아닌 다른 명목으로 부른 것 자체가 상징적이다. 그것은 결국 갑질에 대한 정확한 정의나 처벌규정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갑질에 대한 처벌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갑이 갑질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인 분위기부터 바뀌어야 하는데 아직 우리 사회는 미투조차 쉽게 할 수 없는, 약자가 한없이 약한 세상이다.

그렇다면 이런 갑질이 만연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모두가 대한항공 직원들처럼 길거리로 나와야 할까? 박창진 사무장처럼 갑질하는 회사에 맞서서 끝까지 싸워야 할까?

피자연합 협동조합은 이와 같은 질문에 던지는 또 하나의 답이다. 피자연합은 지난 2016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미스터피자의 갑질 사태 이후 만들어진 협동조합으로서, 미스터피자를 비롯해 외식업계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모여 기존 업계의 갑질을 개선하고자 설립한 기업이다. 피자연합 협동조합 정종열 이사장을 지난달 15일에 만났다.

협동조합의 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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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피자 가맹점주 "정우현 회장, 갑질 사과하라"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MPK그룹 본사 앞에서 "경비원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정우현 MPK그룹 회장을 대신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협의회 측은 "정우현 회장과 MPK그룹도 정중하게 사과할 것을 강력이 촉구한다"며 "단지 경제력과 힘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폭행하고 폭언하는 갑질은 반드시 근절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피자연합 협동조합은 미스터피자의 갑질 사태 때문에 만들어진 건가요?
"2016년 경비원 폭행 사건(2016년 4월 2일 미스터피자의 정우현 회장이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에 있는 계열사 'SICTAC' 매장 내에서 60대 경비원 A씨를 폭행해 논란이 되었다. -기자주)이 결정적이었죠. 미스터피자 정 회장이 싫고. 제가 싫어하는 사람을 욕하면서 밥 먹고 사는 것 자체가 창피한 일이니까요."

- 미스터피자의 갑질이 심했나요?
"사실 피자 업계 다 비슷해요. 영업이 잘될 때는 신경도 쓰지 않고. 충분히 벌면 많이 뺏기더라도 그만큼 가져오는 게 있으니까. 그런데 매출이 빠지다 보면 타격이 있죠. 높은 식자재율과 로얄티, 말도 안 되는 광고비를 걷어가면서도 광고는 안 하고. 이런 것들이 갑질로 크게 다가오죠. 처음에는 이렇게 따로 협동조합을 만들 생각을 안 했어요. 대신 우리 가맹점주들이 신제품을 개발해서 미스터피자 전문 R&D팀에게 주는 등 여러 가지를 준비하자는 생각이었죠. 그리고 본사와 소통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았고, 저희가 나오게 됐죠."

- 그렇게 나와서 만든 협동조합의 기조는 뭔가요?
"갑질을 하지 말자. 열심히 하면 열심히 한 만큼 모두 성과를 가지고 가자. 그리고 프랜차이즈 본사에게 갑질을 당하셨던 분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해주자. 다른 프랜차이즈점에서 넘어오신 점주 한 분은 기사를 통해서 저희를 보셨대요. 참 뜻이 좋다. 앞으로 한국 피자업계의 새로운 장이 되지 않을까. 오셔서 피자 드셔보고 운영되는 모습을 보니 '자기가 있던 곳보다 훨씬 좋다, 여기는 강제되는 부분이 거의 없으니까'. 그러셨어요."

협동조합의 위기와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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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자연합협동조합 홈페이지
ⓒ 피자연합협동조합	관련사진보기

-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만든 협동조합이었는데, 잘 운영되었나요?
"아니요. 미스터피자는 본사에서 모든 일 처리를 하지만 저희는 생계형으로 각 매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본사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졌죠. 체계적이지도 않고. 점주님들이랑 연대해서 모든 걸 풀어나가야 하는 시스템인데 다들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모이는 것도 힘들고. 게다가 결정적으로 미스터피자가 보복출점을 하고 나섰잖아요."

- 어떤 점이 많이 힘드셨나요?
"당시 소스 회사도 못 쓰게 하고, 물류도 끊어졌지만 보복출점이 대표적인 갑질이었죠. 피자연합 매장 반경 2~300m 안에다가 미스터피자 매장을 차렸어요. 그리고 엄청난 가격경쟁을 하고. 그것 때문에 미스터피자 정 회장도 구속되고 집행유예를 받은 건데, 그때 때마침 우리 이사장님이 돌아가셨어요. 조합 내부에서도 위기였죠. 이사장 할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제가 나라도 끌고 가야겠다, 안 할 사람은 나가라 하고 이사장직을 맡았습니다."

(*2018년 1월, 1심 판결에서 정우현 전 회장은 징역 3년(집행유예 4년)과 벌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동생 회사 부당 지원이나 자금 횡령 등의 부분은 유죄로 인정됐지만, 보복출점·광고비 횡령 등의 혐의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됐다. 당시 재판부는 "언론보도와 달리 위법하게 탈퇴 가맹점주에 대한 보복출점 증거가 없다", "(탈퇴 가맹점주에 대해) 자유로운 경쟁이 불가능할 정도로 업무를 방해해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맹점주와 시민단체는 이 같은 판단이 '오너 봐주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검찰도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편집자주)

- 그리고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셨나요?
"외부에서 도와주신 분들이 있었어요. 구례 아이쿱 전 이사장님과 해피브릿지 협동조합 전 이사장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센터장 등 해서 연락을 주셨어요. 우리가 어려운 걸 기사로 접하시고 도와주러 오셨더라고요. 수익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런 일들이 있는데 같은 협동조합에 있는 우리들이 도와야지 않겠냐고. 구례에 가서 교육도 받고 간담회도 하고. 협동조합에 대해 심층적인 이야기를 나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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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동조합간의 연대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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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도와주신다고 하니 당황스럽진 않으셨어요?
"놀랐죠. 제가 그분들에게 물어봤어요. 왜 저희를 아무런 이유 없이 도와주느냐. 구례에서의 숙식과 교육비용 등을 다 대주셨거든요. 그랬더니 '도와주는 거 뭐 이유 있나'. 그러면서 '당신들도 만약 도움받았다고 생각하고 고맙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다른 이들에게 베풀어라'라고 하시더라고요. 당신들이 받은 만큼 우리한테 줄 생각하지 말고 베풀어라. 그게 협동조합이다. 진짜 고마웠어요. 그 당시 저희는 아무것도 모르고 이사장님도 부재한 상황이었는데."

- 감동하셨겠네요. 그 뒤로 협동조합 간 연대는 계속하시나요?
"그럼요. 이번에 신협에서 홍보책자를 냈는데 거기에 저희를 맛집으로 소개해줬고요, 동네빵네협동조합은 저희의 우리밀 도우를 만들어 주시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이쿱도 그렇고. 도드람도 협동조합이잖아요? 도드람이 좀 비싼 편이지만 도드람과 계약해서 좋은 돼지고기를 쓰고 있죠. 저희도 주거래 은행을 신협으로 옮기려 하고 있고, 어디 숙박하려고 하면 협동조합 위주로 숙소를 찾기도 해요."

모두가 주인 되는 협동조합으로

- 그렇게 위기를 극복하고 현재 협동조합은 잘 운영되고 있나요?
"아직 미스터피자보다는 좀 덜 되는 것 같기는 해요. 그래도 마진율은 비슷한 것 같고. 대신에 일은 좀 더 많아요. 단가가 틀리니까. 브랜드 파워도 없고. 그런 점에서는 힘든 부분이 있지만 몇 개 매장들은 미스터피자 때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하기도 해요. 지금 매장이 27개 정도 되는데, 저희가 본격적으로 홍보하지 않는데도 1주일에 1~2건 정도 가맹점 문의가 와요. 점점 발전하고 있는 중입니다."

-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소비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아요. 재구매율이 굉장히 높아요. 배달앱에도 나쁜 리뷰 거의 없고. 저희는 좋은 재료와 제품, 착한 사람, 좋은 컨셉을 추구합니다. 레스토랑에서나 드실 수 있는 그런 퀄리티의 스파게티와 필라또 등을 하나의 컨셉으로 개발해 나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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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자연합협동조합 정종열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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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협동조합으로 바꾸셔서 좋다고 하시나요?
"협동조합 힘들어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협동조합이라고 해도 운영진을 뽑을 수밖에 없는데 모든 사람들이 그 운영진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힘든 만큼, 고생한 만큼 이익을 조합원들이 가져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그리고 내가 주인, 한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한다는 점. 규제가 없는 자율적인 분위기. 저희들끼리는 자부심이 매우 크죠. 진짜 험난한 시장에서 이름도 없는, 아무것도 아닌 업체가 그래도 피자업계에서 꼴등은 아니니까."

- 끝으로 하실 말씀은?
"저희는 착한 기업을 추구해요. 정부는 그것을 소셜 프랜차이즈라고 하는 것 같은데 조합원들과 모든 걸 소통하고 의논하고 해결하고자 합니다. 아이쿱 전 이사장님이 이야기하셨던 게 우리가 정말 잘 되면 한국의 30%는 이런 형태로 만들 수 있을 가능성이 보이니까 우리가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해주셨는데, 저희도 저희의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싶습니다."

피자연합 협동조합이 번창하길 바란다. 갑질이 만연한 사회에서 약자들의 연대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보여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