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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에서 열린 제68주기 19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
 27일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에서 열린 제68주기 19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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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에서 열린 제68주기 19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 사진은 노래공연을 하고 있는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
 27일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에서 열린 제68주기 19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 사진은 노래공연을 하고 있는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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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에서 열린 제68주기 19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 사진은 진혼무 공연을 하고 있는 금비예술단 전연순 단장.
 27일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에서 열린 제68주기 19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 사진은 진혼무 공연을 하고 있는 금비예술단 전연순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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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돌아가신 지 68년. 연좌제에 묶여 '아버지'라고 한 번 제대로 불러보지도 못한 채 그 긴 시간을 살았습니다. 이제야 마음껏 불러 봅니다. 아버지~"

양성홍 제주4.3희생자유족회 부회장의 애끓는 목소리가 산내 골령골 골짜기에 울려 퍼졌다. 그의 추도사를 듣고 있던 유족들도 함께 '아버지'를 소리 높여 불렀다. 어떤 이는 눈물을 훔쳤다.

제68주기 19차 대전산내학살사건희생자 합동위령제가 27일 오전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서 200여명의 유족과 시민사회단체 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후퇴하던 이승만 정부는 대전형무소의 재소자와 보도연맹원, 예비검속자 등 7000여명을 이곳 산내 골령골에서 무참히 학살했다. 이들 중에는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 관련자들도 있었다.

아무런 법적 절차도 없이 공권력에 의해 학살 당한 이들의 죽음은 거론조차 하지 못하는 금기였다. 연좌제로 인해 후손들은 아버지라는 존재를 애써 지운 채 살아야 했다. 그 한 맺힌 세월이 벌써 68년이다.

지난 2000년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진상규명 노력으로 시작된 합동위령제는 올해로 19회째를 맞았다. 그 사이 특별법이 만들어져 진실이 드러났다. 이제 2021년이면 이곳에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추모공원'도 들어설 예정이다.

이 때문에 이날 합동위령제에 참석한 이들은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이제 곧 학살터를 국가가 매입하여 유골을 발굴하고 추모공원으로 조성해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하고 다짐하는 곳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합동위령제에는 이재관 대전시장 권한대행과 황인호 대전 동구청장 당선자, 권중순·조성칠·오광영·홍종원·남진근·윤종원 시의원 당선자, 김순호 천주교대전교구 원로신부, 정효순 6.15공동선언남측위원회 대전본부 고문 등이 참석했다.
27일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에서 열린 제68주기 19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 사진은 김종현 (사)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회장이 배재대 이승만 동상 철거의 당위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장면.
 27일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에서 열린 제68주기 19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 사진은 김종현 (사)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회장이 배재대 이승만 동상 철거의 당위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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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에서 열린 제68주기 19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 사진은 헌화와 분향을 한 뒤, 절을 하고 있는 희생자 유가족의 모습.
 27일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에서 열린 제68주기 19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 사진은 헌화와 분향을 한 뒤, 절을 하고 있는 희생자 유가족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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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유족대표로 인사말에 나선 김종현 (사)대전산내사건희생자 유족회장은 "기억하지 못하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 아픈 상처는 덮는다고 잊히지 않는다. 옳지 않은 과거를 반복하지 않는 방법은 명백히 밝히는 것"이라며 "그렇기 위해 우리는 아직 못 다한 조사와 유해발굴, 위령시설 설치 등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과 기간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만들어 갈 새로운 역사는 더 이상 증오의 역사가 아닌 화해와 평화의 장이 될 것"이라며,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억울하게 희생된 영령들의 명예회복이 되는 그날까지 끊임 없는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또한 추도사에 나선 이대식 대전민중의힘 상임대표는 "서로 총부리를 겨누었던 남과 북, 북과 미국이 남북정상회담으로, 북미정상회담으로 만나 평화와 화해와 번영을 말하고 있다"며 "이제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격랑을 이루며 흘러가는 평화와 통일의 강물이 여기 산내 골령골에도 세차게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혼들이 위로 받고 유가족들의 눈물이 씻어지고 국가폭력의 진정한 참회가 있기를 바란다. 야만의 역사 속에서도 소중한 민중의 역사를 삶으로 살아 오셨던 분들이 진실의 역사로 다시 부활하시길 바란다"며 "우리의 뿌리는 그 분들이며, 우리는 그 뿌리에서 나와 역사를 이어가는 민중들이다"라고 강조했다.

추도사에 이어서는 산내학살사건 희생자 유족인 신순란 시인과 전숙자 시인의 시낭송이 이어졌다. 신순란 시인은 '골령골아'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 "몇 번이나 더 올 수 있을까/ 아픈 상처 아물지 못한 채/ 그립고/ 그리워서/ 한 분 한 분/ 님 들 곁으로 떠나가네"라며 늙어가는 유족들의 마음을 노래했다.

또한 전숙자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에 봄이 오면'이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 "아버지 떠나실 때 강보에 쌓여 울던 어린 자식/ 머리에 하얀 서리 내리고/ 골령골 긴 무덤에 봄이 오면/ 붉은 피로 얼룩진 이 산하 골짜기에/ 쓰러져 가신 칠천 영혼들이시여"라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기도 했다.

또 이날 합동위령제에서는 먼저 가신 영혼과 남겨진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다양한 추모공연도 펼쳐졌다. 먼저 금비예술단 전연순 단장은 '진혼무' 공연을,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은 노래공연을, 마당극단 좋다는 추모극을 공연했다.
27일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에서 열린 제68주기 19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 사진은 시낭송을 하고 있는 전숙자 유족.
 27일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에서 열린 제68주기 19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 사진은 시낭송을 하고 있는 전숙자 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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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에서 열린 제68주기 19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 사진은 행사장 주변에 걸어 놓은 전국 문인들의 민간인 학살터를 주제로한 시화들.
 27일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골령골에서 열린 제68주기 19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 사진은 행사장 주변에 걸어 놓은 전국 문인들의 민간인 학살터를 주제로한 시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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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추모식이 끝난 후에는 원불교 대전충남교구와 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의 종교제례가 진행됐으며, 마지막 순서로는 참석자들의 헌화와 분향으로 합동위령제는 끝이 났다.

이날 위령제에 참석한 전순옥(71)씨는 "숨 죽여 살아온 지난 세월은 참으로 힘겨웠다"며 "그래도 이제서라도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를 기억해 주고, 함께 아픔을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전씨의 아버지는 보도연맹원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끌려가 산내에서 학살됐다.

한편, 이날 위령제가 열리는 행사장 주변에는 전국의 문인들이 전국 곳곳의 민간인 학살터를 떠올리며 지은 시를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또 대전지역 시민단체들은 배재대학교에 세워져 있는 '민간인 학살의 책임자'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을 철거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기도 했다. 


태그:#산내학살사건, #대전산내학살사건 합동위령제, #제주4.3사건, #여순사건, #골령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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