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만큼 세태를 솔직하게 반영하는 것이 또 있을까. 대중의 소비 욕구를 최대한 자극해야 하는 것이 그 생리이다 보니, 광고에는 이것저것 재지 않고 단도직입하는 촌철살인의 독특한 맛이 있다. 과거에는 주로 정보 전달에 치중하기도 했지만, 시청각 매체가 발달하면서 광고 또한 갈수록 감각적인 모습을 띠게 되었고, 근래에는 그 자체가 아예 하나의 작품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광고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에서도 갈수록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 음악이다. 지면 광고가 대종이던 시대에는 딱 떨어지는 광고 문구, 이른바 '카피'가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1950년대 말 이후 방송 광고의 비중이 확대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시엠송을 중심으로 한 광고음악이 '카피' 못지않은 효과를 입증해 보이기 시작했다.
줄잡아도 60년에 이르는 시엠송의 역사를 들추어 보면, 광고 자체의 흐름은 물론 시대별 대중의 욕망 변천, 대중음악의 일부로서 시엠송의 의미 등 다양한 사회문화적 이슈를 만날 수 있다.
그렇게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들을 만나 보는 시간이 6월 26일 밤 10시 국악방송 프로그램 <음악의 교차로>에서 마련된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대중문화 학자 이영미가 출연해, 1950년대 말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중의 뇌리에 각인된 다양한 시엠송을 직접 들으면서 그 의미를 분석해 볼 예정이다.
▲ 1959년 간행 노래책에 실린 < ABC 행진 > 악보 ⓒ 이준희
방송에서 소개될 다양한 시엠송 중에서는 1959년 초 이전에 남인수와 장세정이 함께 부른 < ABC 행진 >이 우선 주목된다. 현재 악보로만 남아 있는 이 최초의 시엠송은 재연을 통해 실체에 보다 가까운 모습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청로소주, 삼학소주, 포항포도주 등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없는 1960년대 인기 주류들의 시엠송도 어렵게 발굴된 당시 방송, 음반 자료로 생생하게 들어 볼 수 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장수 상품의 익숙한 시엠송이 있는가 하면, 더 이상 일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미싱 같은 과거 유물의 시엠송도 있다. 방송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드레스미싱 시엠송은 1960년대 초반에 당대 최고의 인기 작곡가 손석우가 만들어 발표한 것이다.
▲ 1960년대 초반에 발매된 드레스미싱 홍보 음반 딱지 ⓒ 이준희
원조 슈퍼스타 남인수의 화장품 광고에서 슈퍼주니어 김희철의 조미료 광고까지, 한 자리에서 들어 보고 살펴 보는 시엠송 60년 역사를 통해 한국 대중문화의 궤적을 아울러 살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