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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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원정을 준비하면서 목표가 하나 있었어요. 우리나라 경기가 아닌, 다른 나라의 경기들도 같이 보는 것, 말입니다. 우선은 아르헨티나의 경기를 보고 싶었는데, 표를 구하지 못해서 실패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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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한국 경기들 사이에 다른 나라의 경기를 끼워 넣는다는 게 6월 22일에 볼고그라드에서 펼쳐지는 '아이슬란드 vs. 나이지리아', 6월 24일에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열리는 '잉글랜드 vs. 파나마'가 추가되었습니다. 문제는 6월 23일에 로스토프-온-돈에서의 멕시코전이 있었다는 것이죠. 사흘 동안 2800km에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며 세 경기를 소화(?!)하느라 어제의 경기를 보고 나니 완전 녹초가 되어 버렸네요. 그래도 무사히 국토 대장정을 마친 6월 25일의 아침, 뿌듯한 느낌까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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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경기는 축구 종가인 잉글랜드와 월드컵 첫 출전인 파나마의 일전이었습니다. 일주일 만에 다시 찾은 니즈니 노브고로드는 그사이 훨씬 더워진 느낌이었고, 한낮의 뙤약볕 아래 펼쳐진 경기는 잉글랜드의 완승이었어요. 잉글랜드는 '거의' 파나마 선수가 없는 것처럼 자기들이 하고 싶었던 모든 플레이를 했고 결국은 6 대 1의 대승을 거두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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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경기장에서 가장 놀라웠던 순간은, 파나마가 '그' 한 골을 기록하던 그때였어요. 잉글랜드의 수백 수천의 케인과 루니들로 가득 찬 것만 같던 경기장은, 일순간 너무도 큰 함성이 울려 퍼진 거예요. 인구가 400만에 불과한 중남미의 작은 국가, 그것도 월드컵에 처음 인사하는 나라에서 온 응원단은 경기장 요소요소에 숨어있었나 봐요. 경기 전 국가를 부를때부터 놀랍기는 했지만, 알아차리지는 못했어요. 저부터도 잉글랜드의 위세에 눌렸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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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첫 출전에서 기록한 첫 골의 순간. 그들은 경기장이 떠나가라 즐거움을 표현하고 있었어요. 저도 덩달아 행복해졌답니다. 고생했어요, 파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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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경기를 마친 후, 갑자기 사흘의 피곤이 갑자기 밀려듭니다. 시내에서 그들의 기쁨을 같이 느끼고 싶었는데, 더는 몸이 움직여지질 않았어요. 얼른 숙소에 들어와서 잠을 청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꿀잠'을 잤네요! 덕분에 몸도 한결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이젠, 대한민국의 마지막 경기를 위해, 카잔으로 출발해야겠습니다. 제 월드컵 티켓도, 이제 딱 한 장 남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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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퉁 부은 눈으로 아침을 먹으러 나왔는데, 또 주문이 잘못 들어갔나 봅니다. 분명히 '커피만' 주문했는데 라떼가 나왔어요. 러시아에서 열흘을 보냈음에도, 주문을 바꿔 달라는 말을 할 만큼의 실력은 없으니 그냥 마실 수밖에 없네요. 여러 가지로 실수도 많고 사건도 많은 원정이지만, 행복한 시간입니다. 자, 이제, 카잔으로 출발해 볼까요?

이상, 니즈니 노브고르도였습니다. 카잔에서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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