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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매일 쓰려니 쓸 말이 점점 없어져 편지는 일기가 되어간다. 애인에게도 이렇게 매일 편지를 쓴 적은 없었다. 입대한 아들은 일과 후 받는 전자편지가 위로가 된다고 손편지를 보내 왔다. 힘겹게 훈련받는 아들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전자편지를 보내는 것뿐인데 위로가 된다고 하니 신병훈련소에 있을 때라도 매일 편지 한 통을 받게 해주고 싶다.

여자 친구들은 하루에도 여러 통의 편지를 써 보낸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 아들은 여자 친구도 없으니 내가 안 보내 주면 편지를 매일 받기는 힘들 것이다.

편지를 쓰려니 옛 생각이 난다. 학생 땐 이름도 모르는 국군장병 아저씨들에게 위문편지를 쓰라고 학교에서 많이도 시켰다. 이제 우리 아들이 자라서 그때 내가 아저씨라 부르던 그 군인 아저씨가 되어 있다. 우리 아들더러 누가 아저씨라고 부른다면 아들은 아마 기분 나빠 할 거 같은데........ 그땐 아저씨라 당연하게 불렀던 군인들이 이젠 전혀 아저씨로 보이진 않는다. 내가 그만큼 늙은 걸까?

그 펜션은 안 돼요

입대 3주 차 금요일, 수료식에 갈 펜션을 예약하려고 마음먹었다. 아들은 입소식 때 펜션을 빌리지 말라고 했다. 위수지역 안에 있는 상인들이 군인을 상대로 비싼 가격 정책을 펴는 상황에 분노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엔 신병훈련 수료식에 갈 펜션 예약을 빨리하지 않아서 고생했다는 글이 많았다.

입소식 때 안내를 하고 있던 군인 장병을 잡고 내가 물었다. "저, 수료식 때 펜션을 빌리는 게 좋아요?" 군인은 난처해하면서도 빌리는 게 좋다고 답을 했다. 부대 주변에 펜션이 아니면 갈 곳이 없다는 이유였다.

내 눈에도 허허벌판의 휴전선 마을엔 아들과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보였다. 부대 가까운 펜션의 가격을 알아보니 10만 원이다. 부대에서 가장 가까운 A 펜션은 부대에서 걸어서 4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수료식 날 저녁에 모든 차량이 동시에 복귀해서 부대 근방이 정체되더라도 그 정도 거리면 아무 걱정이 없을 거 같았다.

부대에서 가까운 펜션 순서로 홈페이지에 들어가 숙소 사진을 확인했다. 제일 가까운 A 펜션도 그다음 가까운 B 펜션도 C 펜션도 내부가 안 좋아 보였다. 부대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펜션이 그나마 실내가 마음이 들었다. 가격도 부대 앞보다 저렴하다. 곧장 예약했다.

나중에 아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연병장에서 훈련을 받을 때 A 펜션이 다 보였단다. 그래서 동기들끼리 "우리 부모님이 저 펜션 예약하면 안 되는데." 하며 기도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부모님이 보내 준 전자편지에는 "수료식 때 갈 펜션, 제일 가까운 A펜션으로 예약했으니 걱정하지 마." 이런 내용이 들어 있었고 그런 연락을 받는 동기가 하나둘 늘어나 우리 아들도 내가 그런 연락을 할까 봐 두려웠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물었다.

"A 펜션이 왜 싫은데? 가까워서 엄마는 거기로 예약하려고 했었는데?"
"엄마, A 펜션에서 연병장이 보이면 펜션에 가서 뭘 해도 부대 안에 있는 느낌이지."

훈련병이 부모에게 연락할 방법은 공식적으로 입영 첫 주말에 거는 '효도 전화' 3분과 수료식 앞두고 '안내 전화' 3분 딱 두 번이다. 그리고 아들이 보내는 손편지는 배달되는데 일주일이 걸린다. 이렇게 연락이 원활하지 못하니 아들이 원하지 않는 펜션을 부모가 예약하는 답답한 상황이 벌어진다.

펜션을 예약한 다음날, 토요일 아침 아들에게 전자편지로 부대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펜션을 예약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그리고 나는 아들의 신병훈련소 공식 카페에 들어가 아들의 사진이 올라오진 않는지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두세 명의 엄마가 아들이 훈련 때 점수를 잘 따서 '포상 전화'를 받았다는 글을 올렸다.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엄마들은 아들에게 받은 전화를 '통신 보약'이라 말하며 반가워했다. 포상 전화까지 받은 엄마들이 부러웠다.

그렇게 홈페이지 이곳저곳을 돌며 아들이 흔적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남편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시댁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무슨 일인가 보니 시댁의 제삿날이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아들이 입대한 후로 제사를 챙기는 것을 까맣게 잊었다. 이미 시간은 오후 3시, 우리 식구는 서둘러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젓가락을 안 준다고?"

토요일 오후라 나들이 차량이 많아 길이 막혔다. 큰 집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밥을 먹으면서 입대한 아들에게 온 편지 이야기를 꺼냈다.

"소포에 편지가 같이 왔는데 어느 날인가 식사 때 컵라면이랑 나무젓가락을 같이 나와 너무 행복했다고 쓰여 있어."

아들의 사촌 형이 박수를 치면서 정신없이 웃으며 말을 한다.

"작은 엄마, 군대에선 아예 젓가락을 안 주거든요. 숟가락으로 반찬을 퍼먹어요. 그래서 젓가락을 받고 행복했을 거예요."
"젓가락을 안 준다고?"
"네."

아들이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세상에 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지에서 보니까 특공대 지원해서 면접까지 봤다는데 특공대 생활이 다른 곳보다 훈련은 빡센 것은 감당할 수 있겠는데 자유도 타 부대보다 없을까 봐 걱정이 되나 봐."

밥을 먹던 아이의 사촌 매형이 말을 꺼낸다.

"특공대가 훨씬 편해요. 훈련이 빡세서 그렇지 내무반 생활도 자유롭고 휴가도 많이 나와요. 제가 특공대였거든요. 헬기에서 내려오는 훈련을 많이 받는데 보기에는 위험해 보여도 그게 훨씬 안전해요. 적응하면 재미도 있고 걱정하실 거 없어요."

아이의 사촌 매형이 특공대 출신인 줄 몰랐다. 내 마음 편하라고 그렇게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가까운 사람이 저렇게 말을 해 주니 마음이 놓인다. 덕분에 아들이 지원했다는 특공대에 대한 걱정이 많이 줄었다.

그리고 한 주가 지나 토요일에 아들이 일주일 전에 보낸 손 편지가 도착했다. 아들은 감기에 걸렸다고 했다. 덜컥 걱정이 앞섰다. 그러면서 훈련생 중 70%가 감기에 걸렸고 자신은 늦게 걸린 편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때 이른 더위로 야외활동을 하던 군인이 열사병으로 쓰려졌다는 기사를 접하니 더욱 걱정되었다. 그것 말고도 부대에서 일어난 사고 기사는 내 가슴을 아프게 후벼팠다.

아마 아들은 자신의 20년사 인생 중에서 가장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 난관을 잘 이겨내길 바란다. 몸도 다치지 말고 마음도 상하지 말고 슬기롭게 군대 생활을 마치길 그것 하나만을 바란다.

지금 누군가가 나에게 바라는 소원 하나만을 말하라고 한다면 단연 아들이 건강하게 군 생활을 마치는 것 그것 하나뿐이다. 이렇게 내가 아들에게 바라는 것이 소박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우리 아들뿐 아니라 모든 군인들이 건강하게 임무를 마치길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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