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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생태계의 흐름을 무조건 따라갈수는 없지만 공생의 노력은 필요하다
 자연생태계의 흐름을 무조건 따라갈수는 없지만 공생의 노력은 필요하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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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에서 풀을 없애는 이유는 하나다. 작물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것. 풀이 있으면 벌레가 많아서 작물에 피해를 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는 풀의 부정적인 부분만 받아들인 것이다. 자연생태계 전체로 보면 모든 생명체는 불교의 인드라망 세계관처럼 그물로 연결되어 있는 한 몸과 같다는 생각이다. 꽃이 피면 벌과 나비가 날아오듯, 작물과 풀이 생겨나면 그것과 연결된 생명체가 찾아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 농사는 자연생태계의 흐름을 무조건 따라갈 수는 없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을 표방하는 자연농업에서도 풀을 뽑거나 잘라내고 벌레를 퇴치하기 위한 방법들을 쓴다. 화학농약을 금지한 유기농업에서도 자연에서 얻어낸 물질로 만든 살충제는 허용하고 있다.

몇년 전까지 벌레의 개체수가 많으면 조절한다는 명분으로 식물에서 추출한 농약을 사용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내가 하는 행위가 농사를 짓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인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처럼 벌레를 죽이는 행위가 다른 피해를 불러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후로 죽이는 농사를 하지 않았고, 작물에 피해를 주는 상황이 발생을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 비율은 높지 않았다.

자연은 스스로 조절한다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이 오면 흙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식물들이 순서에 따라 싹을 틔운다. 그 다음으로 긴 겨울잠에 들어갔던 초식곤충이 나오고, 그것을 먹이로 살아가는 육식곤충도 알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새, 개구리, 두더쥐, 뱀 등... 해마다 경험하는 자연현상을 보면서 생태계에는 약속된 질서가 존재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자연현상이 흙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을 보면, 모든 생명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평범한 진리를 떠올리게 한다. 인간의 먹을거리뿐만 아니라, 생활소비재도 흙에서 나온 것이 많다. 흙이 사라지면 인류는 멸망한다는 말은 허구가 아니다.

흙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을 품어준다. 한 개체가 독점하지 않고 모두가 균등하며 다양하고 지속가능한 생태계의 산파 역할을 한다. 산과 숲, 들판을 보더라도 다양성이 어우러진 생태계를 볼 수 있으며, 먹이사슬의 그물로 엮여 있지만 그것은 서로 공생하는 자연순환의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자연생태계는 천적을 불러오는 약속된 질서가 존재한다
 자연생태계는 천적을 불러오는 약속된 질서가 존재한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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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농사의 관점으로 보면, 다양성은 다수확을 방해하고 이익이 안 되기 떄문에 인간이 선택한 작물 외에는 풀과 벌레는 모두 없애야 할 대상이 되었다. 더구나 다양한 작물이 아닌 특정 작물만 존재하고 풀과 벌레가 사라진 흙은 농사에서도 실제로 지력을 잃고 황폐해진다.

풀이 많으면 벌레를 불러들여서 작물이 피해를 입을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풀이 없으면 작물이 안전할까? 경험과 관찰에 의하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풀이 없는 밭에서 벌레(해충)에 의한 피해가 생기는 것을 목격했으며, 풀이 있으면 천적을 불러들여 해충의 개체수를 조절하기도 한다. 다양한 풀과 벌레가 공존하는 것은 서로를 견제하고 균형을 유지하며 작물은 저항력을 높인다.

다음의 실험은 농사의 관점에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20종의 풀숲에 두 개의 울타리를 쳐 초식동물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한 쪽은 주기적으로 벌초를 해 초식동물들이 드나드는 것과 같은 환경을 유지시켰고, 다른 한쪽은 그대로 방치했다.

이후 벌초를 한 구역에서는 20종 모두 살아남았지만, 초식동물의 접근이 막힌 채 방치된 구역에서는 11종만 살아남았다. 울타리를 쳐서 초식동물의 접근을 막아 생태계의 순환법칙이 작동하지 않은 결과다. 끊어진 먹이그물 생태계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보여준 것이다.

균형 있는 생태계를 유지하는 농사는 자연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유익한 도움이 되지만, 자연에 대한 배려의 농사철학과 소농(小農)이 아니라면 실행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또한, 크고 때깔좋은 상품을 요구하는 농산물시장에 예속된 농사라면 자연생태계와 어우러지는 농사는 더욱 더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을 보면서 답답할 때가 많고, 그것으로부터 나도 완전하게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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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도 짓고, 농사교육도 하는 농부입니다. 소비만 하는 도시에서 자급자족의 생산을 넘어서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농부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흙에서 사람냄새를 느꼈을때 가장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