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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아를 해치는 가짜 음식> 책표지.
 <내 아아를 해치는 가짜 음식> 책표지.
ⓒ 느낌이있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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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해치는 가짜 음식>(느낌이있는책 펴냄)은 건강하지 못한 자신의 아이에 대한 한 부모의 절박한 심정에서 출발한 책이다.

건강하게 자란 아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 영구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온 다른 치아들과 달리 앞니 두개는 때가 되어도 빠지지 않았던 것.

원인과 치료방법을 찾아 여러 치과를 전전하던 중 "요즘 영구치 없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 "아마도 환경호르몬이나 인스턴트식품 때문일지도 모른다"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2005년, 가공식품의 폐해를 알리는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이 출간됐다. 내부고발서인 이 책의 파장은 컸다.

책을 바탕으로 TV프로그램이 방송된 직후 전국적으로 과자 매출이 끊기다시피 줄어들었다. 부모들은 물론 과자를 즐겨먹던 아이들까지 충격에 빠뜨린 엄청난 내용이었다. 저자가 자신의 아들에게 영구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아이의 문제가 먹는 것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당시 방송 작가였던 저자는 관련 프로그램 기획을 제안하게 된다. MBC-<위험한 밥상>(2007년 1월 방송)은 이렇게 나왔다고 한다. 당시 취재한 것과 자료들은 이후 밥상 관련 여러 프로그램들(<곡괭이와 청진기>, <크레타 사람처럼 먹어라>, <밥상재건 프로젝트>,<두뇌 음식>과 같은 프로그램들의 소재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단발성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방송이 안타까워 만들어낸 세계 취재의 결과물이자 밥상을 바꾸려는 가정에게 건네는 응원입니다. 세계를 돌며 만난 많은 ADD, ADHD 아이들이 먹을거리를 바꾸는 것만으로, 약물로도 어쩌지 못했던 행동장애를 바로잡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을 보며, 그리고 지극정성으로 아이들의 음식을 챙겨주는 그들의 부모를 보며 저는 밥상에 답이 있다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밥상을 바꾸자 아이가 변했다고, 또 아이가 변한 이유가 오직 밥상 때문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잘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방송을 거듭하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직접 보고 들으면서 확실하게 믿게 됐지요. 밥상을 바꾸면 아이들이 건강해진다는 것을, 밥상을 바꾸면 아이들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것을 말입니다.- 8~9쪽

이 책 <내 아이를 해치는 가짜 음식>은 저자가 MBC <위험한 밥상> 이후 방송 내용과 자료를 더해, 방송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덧붙여 발간한 <대한민국 초등학생이 위험하다>란 책에 최근의 취재로 얻은 자료들을 더해 쓴 책이다.

방송으로 소개되었던 사례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어서 훨씬 설득력 있게 와 닿는 것 같다. 첫 번째 사례자는 리(영국. 10세). 평소 착하고 온순해 사랑스러운 리는 어쩌다 한 번씩 순간적으로 발작,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곤 했다.

벽이 움푹 패일 정도의 강한 흠집을 낼 만큼 난폭해지곤 했다. 학교에서도 이미 위험천만한 요주의 인물이었다. 평소 온순한 리가 한순간 얼마나 난폭해지는지, 리의 엄마가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리의 엄마는 어느 날 우연히 리가 친구 생일잔치에 갔다 온 직후 크게 바뀌는 것을 느끼게 된다. 평소와 달리 한순간 어눌하게 말하다가 갑자기 공격적인 말투로 바뀌고, 이어 화를 내다가 난폭해진 것. 차도로 뛰어드는 위험한 상황으로까지 간 것. 이에 리의 엄마는 생일잔치에 먹은 어떤 음식이 아이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난폭해지게 하는 것이라고 추측, 확신하게 된다.

리의 엄마는 그날부터 아이가 먹는 음식들을 낱낱이 기록, 한 영양사와 함께 2년여에 걸쳐 음식으로 인한 반응들을 분석한다. 그리하여 '식품첨가물과 설탕, 유제품이 분명하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천연화합물인 살리실산염에도 반응을 보여, 실리산염이 많이 들어있는 오렌지와 딸기, 토마토를 금지했더니 화를 내는 증상이 줄어들었다(28쪽)'와 같은 결과를 얻는다.

또한, 학교에서 간식으로 나누어 주는 특정의 가공식품들이나, 급식으로 나오는 연어 통조림과 냉동치킨과 같은 가공식품을 먹은 날이면 같은 말을 반복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물건을 집어던지거나와 같은 행동을 보인다는 것 등, 학교 급식에도 문제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이에 의심스러운 음식들을 모두 끊고 직접 구한 신선한 재료로 직접 조리해 먹이게 된다.

결과는 놀라웠다. 음식을 바꾼 후 6주 만에 학교에서 많은 사람들이 감탄할 정도의 멋진 시까지 써 낸 것. 그리고 여덟 살까지 글자도 제대로 터득하지 못했던 아이가 6개월 만에 언어 능력이 늘어 어떤 어려움 없이 혼자 책을 읽어내는 등, 학습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 학교에서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뿐더러 친구들과도 원만하게 지내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최근 들어 미국이나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 청소년들에게 저혈당증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병이 퍼지고 있다. 이 병의 특징은 기분이 급격하게 우울해지면서 자살 충동을 느끼고 돌발적으로 흉기를 휘두르게 한다고 한다. 저혈당증 또한 칼슘 부족이 주요인으로 백색밀가루나 백설탕을 많이 섭취한 아이들에게서 나타난다. 결국 패스트푸드가 아이들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햄버거에 들어 있는 식품첨가물은 원인 모를 병을 유발하거나 아이들에게 과잉행동장애나 주의력 결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85쪽

책은 4부로 나눠 아이들의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망가뜨리는 바람직하지 못한 음식들의 폐해와 실체, 대안을 이야기한다.

1부에서는 리처럼 요주의 인물이었으나 음식을 바꾼 후 생활이 전혀 달라진 여러 아이들(브래드, 트레이시, 피어스 등)의 사례와, 소년원 아이들이나 비행 청소년들이 탄산음료와 가공식품, 정크 푸드들을 특히 좋아한다는 자료 등을 통해 특정 음식들이나 당분을 비롯한 식품첨가물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이야기한다.

이유식 책 읽기 전에 먼저 읽어야 할 책

그리고 2부에서는 교사들이 나서서 급식을 바꾼 영국 한 학교의 사례 등, 일본과 영국, 미국 등 여러 나라들의 밥상재건 움직임에 대해, 머리가 좋아지는 두뇌음식, 여섯 살까지 먹은 음식이 정말 중요한 이유 등을 설명한다. 2부에서 특히 인상 깊은 부분은 '여섯 살까지 먹은 음식이 앞으로 살아갈 뇌를 만들어낸다'는 제목의 글(135~139쪽)이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유식을 한식과 자연식 위주로 하면 어른이 되어서도 그 입맛을 찾아갈 확률이 높지만, 반대로 미국산 이유식을 먹이면 성장기는 물론 어른이 되어서도 미국식 식사를 지향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새로운 음식에 대한 불안을 뜻하는 '푸드 네오포비아'를 예방하려면 두 살 이전에 여러 가지 음식을 먹여 낯설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기에 뇌기능이 떨어지거나 오작동을 하는 것은 세살 이전 영양실조에 걸렸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영양실조 외에 경제적, 사회적, 유전적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그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임신 중이나 이유식 등 세살 이전의 식단이 청소년기는 물론 한 사람의 일생에 훨씬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3부에서는 밥상을 점령한 패스트푸드와 식품첨가물 그 실체, 그리고 특히 어떤 일이 있어도 멀리해야 할 첨가물에 대해, 4부에서는 안전하고 바람직한 식습관을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부록에 누구나 따라해 볼 수 있는 안심밥상 레시피와, 저자가 직접 사용해본 결과 요리를 즐겁고 손쉽게 하는데 유용한 조리도구들을 소개한다.

교내 폭력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먹는 음식들을 조사해보니 대부분 아침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점심과 저녁은 간식으로 때웠다. 음식이라고 먹는 것은 거의 인스턴트식품이었다. 혈액 검사 결과, 혈당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나타났다. 과자나 탄산음료에 들어 있는 당을 과다섭취하게 되면 갑자기 혈당이 올라가고 몸은 당을 내리는 호르몬을 분비시켜 혈당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그러면 떨어진 혈당을 다시 올리기 위해 또 다른 호르몬이 나오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아드레날린이다. 아드레날린은 공격적인 호르몬으로 사소한 일에도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 폭력범을 조사하면 대부분 저혈당 범죄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불을 내는 방화범 중에도 저혈당증이 많다고 한다.(99~100쪽)

누구나 내 아이를 잘 먹이고 싶어 한다. 음식을 몸의 성장과만 연관시키는 부모들도 많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이 책이 말하는 '어떤 음식을 먹이는가?'라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이 어려운 이 사실이다.

책 내용에 많은 부모들이 동감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그동안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 혹은 식품첨가물의 위험을 알리는 관련 책이나 뉴스 등이 많았음에도 여전히 위험한 우리의 밥상이나 식습관이 보다 건강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내 아이를 해치는 가짜 음식>(이선영) | 느낌이있는책 | 2018-05-20 ㅣ정가 16,500원



내 아이를 해치는 가짜 음식 - 산만한 아이 공부에 관심 없는 아이 아토피염에 걸린 아이 난폭한 아이의 밥상

이선영 지음, 느낌이있는책(2018)


태그:#패스트푸드, #위험한 밥상, #식품첨가물(가공식품), #이유식, #두뇌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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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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