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원팀 영상'의 한 부분.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원팀 영상'의 한 부분.
ⓒ 더불어민주당

관련사진보기


"원팀 원팀 원팀 원팀 원팀 원팀 원팀"

지난달 28일 공개된 강원도 지역의 더불어민주당 지자체장 후보들이 함께 찍은 영상에서는 '원팀'이라는 말이 중독성 있게 나온다. 그런데 강조하지 않아도 '원팀' 같다는 말도 나왔다. 19명의 후보자들이 모두 '중년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6.13 지방선거는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여성의 자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에 여성을 공천하지 않았고, 기초단체장도 고작 11곳에 후보를 내 7명이 당선됐다. 민주당의 승리는 엄밀히 말하자면, '민주당 남성'의 승리였던 셈이다.

이렇듯 선거결과가 보여준 '남성중심정치'를 깨기 위해,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재 원팀 정치를 끝낼 페미니스트 정치 모색 6.13 지방선거 결과토론회'가 개최됐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스페이스노아커넥트홀에서는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과 아름다운재단 주최로 열린 이 토론회에서는 5명의 페미니스트 후보들이 각자의 경험과 고민을 털어놓으며 '여성 정치'의 발전 방향을 논했다.

이날 6.13 지방선거 결과를 분석해 발표한 권수현 여·세·연 부대표는 "선거 승리 가능성 높을수록 권력 자원 많은 지위에 여성 공천을 배제했다. 더불어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여성공천에 대한 저항이 컸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며 "2018년 한국 정치는 50대 이성애 남성 엘리트 독점정치, 즉 '아재 정치'다"라고 규정했다.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여성국 국장도 "여성 공천 심사과정에서 '여성 배제'는 분명 있었다. 경선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남성 카르텔이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과 남성 후보 일대일 구도면 대부분 여성들이 이긴다. 그런 구도를 만들지 않기 위해, 여성이 경선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평가 과정에서 낮은 점수를 줘서 심사에서 탈락시키는 경향성을 보였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경선에서 탈락한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은 "'여성 정치'하자고 돈 쓰고 사람 다 망가질 바에야, 차라리 '남성 정치'에 편승하고 동화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당선됐지만 결과는 '더불어아재당"이었다고 말했다.

홍 전 구청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여성 할당과 전략공천의 필요성을 당에서 적극적으로 전파할 필요가 있다. 여성 후보가 마녀사냥 당하는 것도 방치하면 안 된다"면서 "(민주당이)개혁하지 않는다면 대통령 말씀처럼 등골이 서늘해지는 결과가 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스페이스노아커넥트홀에서 열린 '아재 원팀 정치를 끝낼 페미니스트 정치 모색 6.13 지방선거 결과토론회'에서 신지예 전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스페이스노아커넥트홀에서 열린 '아재 원팀 정치를 끝낼 페미니스트 정치 모색 6.13 지방선거 결과토론회'에서 신지예 전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 박정훈

관련사진보기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내세웠던 신지예 전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백래시(반격)을 겪었다"며 "선거 벽보 현수막 훼손됐다는 제보를 매일 받고, '쇠몽둥이로 머리를 때려서 죽이고 싶다', '칼로 가슴 도려내고 싶다' 등의 사이버불링을 당했다"고 밝혔다.

신 전 후보는 "그렇지만 왜 한국 사회에서 성평등 필요하고 페미니즘 정치인 필요한지 이야기할 수 있어서 후보로서 기뻤다"며 "8만 3천 표 받았는데, 여력이 있었다면 페미니즘 표를 더 많이 과시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녹색당을 페미니즘 정당으로 키워내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서울시 금천구에서 무소속 기초의원으로 출마했다가 낙마한 곽승희 전 후보는 "촛불집회에서 조직화되지 않은 시민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공통의 경험을 한 만큼, 시민들이 그동안과는 다른 투표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며 "그러나 촛불집회 나온 시민들조차도 여성이나 퀴어의 목소리를 듣고 다양성을 키워주는 것 보다는 '정상적인 대통령의 당선'이라는 목표에만 힘을 쓴 것"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럼에도 곽 전 후보는 긍정적인 면도 제시하며 "서울 지역 구의원 선거는 당선자 369명 중 112명의 여성이다. 4년 전) 87명에서 112명으로 여성 구의원이 늘어난 조그마한 사실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를 본 여·세·연 이진옥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 없이는 정치에서의 여성 과반을 볼 수 없다"며 여성 대표성을 확대할 수 있는 법 개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태그:#여성정치, #신지예, #지방선거
댓글2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