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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부분의 건설회사 모델 하우스는 베란다를 확장형으로 만들어 놓은 채 손님을 맞고 있다. 비확장 세대가 입주하게 될 거실 창과 벽은 보이지도 않고 그냥 바닥에 점선 또는 실선으로만 표시해 놓은 것이 전부다. 건설회사의 이런 속내는 일단 소비자에게 넓은 공간을 보여준 뒤 베란다 확장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려는 것이다.

요즘은 고객들이 꽉 막힌 집 보다 조금이라도 넓은 공간을 바라기 때문에 본 계약에 들어가서는 대다수가 베란다 확장을 선택하게 된다. 문제는 고객이 베란다 확장을 원하지 않는 경우다. 이때도 건설회사가 부담해야 할 건축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일단 거실과 베란다 사이에 대형 창호가 들어간다. 그 좌우측으로는 폭이 좁은 수직 벽체가 있다. 그리고 작은 방도 넓은 벽과 창이 있는데 이곳도 철근 콘크리트로 튼튼하게 잘 만들어야 한다.

더구나 베란다는 거실 바닥과 약간의 단차가 생기도록 해서 까다로운 방수작업을 하고 물이 고이지 않게 세심한 타일 작업을 해야 한다. 또 수도와 하수 배관도 설치한다. 위 공사가 마무리되면 벽과 천정엔 몇 차례 페인트를 칠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기본 분양가에 모든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의 핵심은 아파트를 신규로 건설할 경우 분양 계약자가 베란다 확장을 선택하게 되더라도 건설회사는 그 세대의 거실과 작은방의 창호와 몇 곳의 철근 콘크리트 벽체, 베란다의 방수 그리고 수도와 하수 배관, 타일, 페인트 등 까다로운 작업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그 대신 난방을 할 수 있는 배관을 추가하고 다른 곳은 내부 인테리어로 이어서 마감하면 (작은방도 동일) 끝이다. 위와 같이 아파트를 신규로 건설할 땐 까다로운 공정이 완전히 사라짐으로써 작업 능률은 크게 향상된다.

때문에 건설회사는 고객이 베란다 확장을 선택하는 순간, 비확장 세대의 기본 건축비에서 오히려 상당한 돈을 아낄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나라 사람은 건설회사가 베란다를 확장한다는 얘기만 하면 무조건 많은 돈이 들어야 가능할 거라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에는 시대적인 배경이 숨어 있다. 베란다 확장이 법으로 허용되지 않았을 당시에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에서 베란다를 확장할 때는 개인이 인테리어 업자에게 상당한 비용을 주고 공사를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베란다 확장을 선택하게 되면 이미 다 만들어 놓은 건물을 다시 헐어내야 한다는 생각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건설회사는 아파트를 신축할 때 사람들이 철거해야 할 대상물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건축 과정에서는 완전히 빼버리기 때문에 추가로 돈이 들어갈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회사에서는 왜 뻔뻔스럽게 베란다 확장비를 추가로 받는 것일까. 한마디로 눈먼 돈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부분 이런 부분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었다. 건설회사가 신규로 분양한 아파트 베란다 확장비를 평균 1000만 원에 1년 동안 20만 세대를 공급했다면 2조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이 된다.

건설경기가 좋을 땐 아무리 적게 잡더라도 1년에 30만 세대에서 많게는 50만 세대까지 공급되었다. 그냥 대충 계산해 봐도 1년에 최소한 3조 원이나 되는 돈을 건설회사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받아갔다고 추정할 수 있다. 지난 10년을 모두 합하면 30조 원이 훌쩍 넘는다. 요즘은 분양 평수가 넓으면 베란다 확장비가 2~3천만 원을 훌쩍 넘는 곳도 많다.

이처럼 엄청난 돈이 우리 국민의 눈먼 돈이 되어 아무런 규제도 없이 건설회사의 호주머니로 빠져나간 것이다. 건설회사 입장에선 베란다 확장비를 받을 수 있으면 좋고 혹시 못 받게 되어 나중 면제해 주더라도 크게 손해 볼 것은 없기 때문에 일단 청구부터 하고 본다. 이 부분이 제대로 밝혀지게 되면 현제 과도하게 책정된 아파트 분양가를 일부 낮출 수도 있다.


태그:#아파트 베란다 확장비, #국민의 눈먼 돈, #비확장이 돈이 더 들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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