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와 크로아티아의 러시아 월드컵 D조 2경기 당시 장면.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크로아티아의 이반 스트리니치와 마르셀로 브로조비치를 상대로 경기하고 있다.

2018년 6월 2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와 크로아티아의 러시아 월드컵 D조 2경기 당시 장면.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크로아티아의 이반 스트리니치와 마르셀로 브로조비치를 상대로 경기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누가 더 적은 실수를 하느냐'의 싸움이었다. 아르헨티나와 크로아티아는 90분 내내 수많은 실수를 반복하며 어려운 경기를 풀어갔다. 그리고 승자는 크로아티아였다. 크로아티아의 실수가 더 적었던 셈이었다.

22일 3시 (한국 시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 D조 2차전 아르헨티나와 크로아티아의 맞대결에서는 크로아티아가 아르헨티나를 3-0으로 물리치고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후반 8분 상대 골키퍼의 실수를 놓치지 않은 레비치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어 후반 35분 모드리치의 환상적인 중거리포와 후반 추가시간 라키티치의 추가골이 터지며 아르헨티나를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수비진의 실수가 승부를 갈랐다

전 스쿼드에 걸쳐서 포진해 있는 스타 플레이어. 그리고 16강을 확정 짓고자 하는 크로아티아와 1차전 부진을 만회하고 16강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해야 하는 아르헨티나의 절박함 등 화끈한 관전 포인트가 넘쳐났던 두 팀의 맞대결이었다. 하지만 승부처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바로 수비 미스 싸움이었다.

양팀은 경기 내내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아르헨티나는 수비 구조적인 문제가 두드러졌다. 지난 1차전 아이슬란드전과 달리 아르헨티나는 스리백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기동력이 좋은 스리백을 기본으로 아르헨티나의 공격력을 발휘하겠다는 심산인 듯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스리백과 포백의 병행이었다. 공격 시에는 타그리아피코-오타멘디-메르카도로 이어지는 스리백으로, 수비 시에는 여기에 살비오가 왼쪽 풀백으로 들어왔다. 이 수비 전술이 원활히 돌아간다면 유연한 경기 운영을 풀어갈 수 있었으나, 스리백과 포백을 순간적으로 변환하지 못한다면 측면 수비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아르헨티나였다.

그리고 이것이 곪아 터졌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내내 크로아티아의 측면 공격에 대응하지 못했다. 페르시치와 레비치가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며 아르헨티나의 수비를 흔들었고, 아르헨티나의 수비수들은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결정타는 후반 8분 터진 카바예로 골키퍼의 치명적인 킥 미스였다. 길게 걷어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장면에서 무리한 패스 시도로 레비치의 선제골을 허용하며 화근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수비는 2번이나 더 무너졌다. 후반 35분과 48분 모드리치와 라키티치에게 연속골을 허용했다. 후반 막바지에는 수비수들이 다급해짐에 따라 무리한 반칙을 하기도 했고 선수들이 이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면서 경기와 매너, 모두 졌다.

반면 크로아티아의 수비 문제는 집중력 하락이었다. 사실 전반 초·중반까지 크로아티아의 수비벽은 단단했다. 4-1-4-1 포메이션으로 수비에 많은 공을 들였기에 수비 시 2~3겹의 수비 라인을 만들어내며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문제는 전반 중반 이후부터였다. 수비수들의 순간적인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위험한 위치에서 몇 차례의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전반 30분 로브렌의 판단 미스로 인해 엔조 페레즈에게 1대1 찬스를 허용했다. 이후 센터백인 로브렌과 비다, 수바시치 골키퍼 간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클리어링을 서로 미루는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거니와, 압박해 들어오는 아르헨티나의 공격수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위험천만한 상황을 유발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전력의 빈틈 파악한 크로아티아

그래도 아르헨티나에 비해 그 흔들림의 폭이 적었던 크로아티아였다. 후반전으로 접어들면서 로브렌을 중심으로 수비 라인을 재정비했고, 선수들이 정확한 볼 처리로 아르헨티나에게 변수를 만드는 것을 최소화했다. 경기 운영을 안정적으로 풀어나가니 수비수들의 집중력도 덩달아 높아졌다. 후반 19분 메사와 메시의 연속된 슈팅을 수바시치 골키퍼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선방했다. 후반 추가시간 모든 수비수들이 슈팅을 막아내기 위해 몸을 던지는 허슬 플레이는 덤이었다. 크로아티아는 이에 발전해 아르헨티나의 실수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선제 득점 이후 수비 시 라인을 올려 전방 압박을 강하게 시도하며 아르헨티나의 거듭된 실수를 노렸다.

크로아티아의 이날 승리는 단순한 수비수들의 수비 집중력 싸움에서 우위를 보인 것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문제점을 먼저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려고 한 변화와 집중력의 승리였다. 16강으로 향하는 크로아티아는 이번 경기 승리로 자신감을 얻었다.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고 있는 팀을 상대로 허점을 찾고, 자신들의 실수를 최소화한다면 충분히 해 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어낸 셈이다.

아르헨티나는 처참히 무너졌다. 크로아티아의 전력을 만만히 볼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 경기에서도 아르헨티나의 전력이 우세했기에 충격은 그 이상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그들은 아무리 좋은 창을 가지고 있어도 수비가 튼튼하지 않다면 소용이 없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느꼈다. 후방의 불안감이 소멸되지 않으니 메시와 아구에로, 이과인 등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들이 좀처럼 힘을 낼 수 없었다. 이제 아르헨티나는 마지막 경기인 나이지리아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이날 경기와 같이 수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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