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 시각)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오른쪽)가 페루를 상대로 득점한 뒤 앙투안 그리즈만과 함께 자축하고 있다.

21일(현지 시각)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오른쪽)가 페루를 상대로 득점한 뒤 앙투안 그리즈만과 함께 자축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프랑스가 페루를 잡고 2연승을 내달렸다. 프랑스는 22일 오전 0시(이하 한국 시각)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 위치한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열린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C조 2차전 페루와 맞대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프랑스는 1차전(vs 호주) 2-1 승리에 이어 2연승을 내달리며 남은 덴마크와 최종전에 상관없이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프랑스는 1차전과 비교해 약간의 변화를 줬다. 정통 스트라이커 올리비에 지루를 선발로 내세웠고, 블레이즈 마투이디를 측면에 배치했다. 앙투안 그리즈만과 킬리안 음바페는 1차전과 마찬가지로 선발로 나섰고, 폴 포그바와 은골로 캉테, 라파엘 바란, 사무엘 움티티 등 핵심 전력도 다시 한 번 승리를 위해 나섰다.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기대했던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중앙만을 고집했던 1차전과 달리,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시원시원한 공격 장면을 몇 차례 연출했으나 그뿐이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주름잡는 그리즈만은 압박과 집중 견제에 막혀 고전했고, 첫 선발 기회를 잡은 마투이디의 활약도 잠잠했다.

프랑스의 공격이 주춤하면서 페루가 반격했다. 페루는 전방에 포진한 파울로 게레로를 비롯해 측면 공격을 도맡은 안드레 카리요, 에디손 플로레스 등이 날카로운 역습을 주도하며 프랑스 골문을 위협했다. 중원에 위치한 페드로 아퀴노와 요시마르 요툰도 쉴 새 없는 압박으로 볼을 빼앗아 공격을 전개하며 화력을 더했다.

1차전을 패하며 물러설 곳이 없었던 페루의 분위기였다. 이때, 19세 소년 음바페가 나섰다. 날렵한 드리블과 중앙 침투로 존재감을 뽐낸 음바페는 전반 33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지루의 슈팅이 굴절된 것을 빠르게 달려들어 골문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이후 프랑스는 페루의 파상공세에 크게 고전했지만, 음바페의 결승골을 잘 지켜내며 승점 3점을 추가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캉테의 활약이 눈부셨다. 캉테는 '인간이 맞나' 싶을 정도의 활동량을 보이며 페루의 공격을 수차례 끊었다. 패스 길목을 예측해 끊고, 드리블이 향할 곳으로 태클해 볼 소유권을 가져왔다. 프랑스가 페루의 매서운 공세 속 실점을 막고, 승리를 챙길 수 있었던 데는 캉테의 헌신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

20년 만의 우승 도전 프랑스, 진짜 우승 후보일까

또 이겼다. 그런데 만족할 수 없다. 프랑스는 정확히 20년 전,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자국에서 열린 1998년 월드컵에서 호나우도를 앞세운 브라질을 3-0으로 대파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네딘 지단과 유리 조르카에프, 빅상트 리자라쥐, 티에리 앙리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이들이 프랑스 축구 황금기의 시작을 알렸다. 현재 대표팀을 이끄는 디디에 데샹 감독도 당시 우승에 일조했던 명선수였다.

20년 만에 우승을 꿈꾼다. 수많은 축구 전문가와 팬들이 2018 러시아 월드컵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는다. 1998 프랑스 월드컵처럼 초호화 멤버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와 비교되는 그리즈만, '월드클래스 사령관' 포그바, '전설' 클로드 마켈렐레를 꼭 닮은 캉테, 세계 최정상급 수비력을 갖춘 바란과 움티티 등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공격 축구를 기대했다. 빼어난 재능들이 전방에 포진한다. 수비수 2~3명을 쉽게 제쳐낼 수 있는 개인기가 있고, 2014 브라질 월드컵과 유로 2016을 거치며 조직력까지 쌓았다. 포그바와 캉테는 화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을 지녔고, 후방을 책임지는 선수들의 세트피스 능력도 수준급이다.

그런데 조별리그 1, 2차전을 치른 프랑스는 기대 이하다. 2연승을 거뒀지만, '막강하다'는 느낌이 없다. 토너먼트에서 전력이 엇비슷한 팀을 만난다면,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프랑스는 팀이 아닌 개인이 2연승을 만들었다. 호주전에선 포그바의 번뜩이는 움직임이 극적인 결승골을 불러왔고, 2차전에선 음바페가 '소년 가장' 역할을 했다.

프랑스, 실리 축구가 최선일까

실리 축구가 최선인지 의문이다. 프랑스는 화끈한 공격 축구를 구현할 능력이 있다. 음바페와 우스만 뎀벨레 등 무르익지 않은 어린 재능들이 존재하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부터 호흡을 맞춰온 선수들이 다수다. 눈만 마주쳐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조직력이 존재한다.

그런데 왜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는 것일까. 팀이 아닌 한 선수의 번뜩임이 승부를 결정짓고, 캉테가 수비 안정에 큰 힘을 쏟아야만 승리를 챙길 수 있는 것일까.

아직 정상 컨디션에 도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프랑스는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만큼, 조별리그에서는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호주와 페루, 덴마크 등 조별리그에선 비슷한 전력의 팀을 만나지 않는 것도 여유를 준다. 안정적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뒤 토너먼트부터 강인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준우승을 차지했던 2006 독일 월드컵이 그랬다. 지단과 앙리, 프랑크 리베리, 윌리엄 갈라스 등 당시에도 화려한 선수단을 자랑했던 프랑스는 조별리그에서 고전했다. 스위스와 한국을 상대로 무승부를 기록했고, 최약체 토고를 상대로만 승리를 따냈다.

그러나 16강전부터는 달랐다. 조별리그에서 강인한 모습을 뽐낸 스페인을 3-1로 대파했고, 8강전에선 호나우도와 호나우지뉴, 아드리아누, 호비뉴가 이끌던 브라질을 1-0으로 눌렀다. 아쉽게도 이탈리아에 패하며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당시 프랑스는 1998년 우승을 차지했을 때 못지않았다.

세계 축구의 평준화도 생각해야 한다. 유독 이변이 많은 대회기도 하다. 아르헨티나는 인구 33만 아이슬란드와 무승부를 기록한 데 이어 2차전 크로아티아전에선 0-3으로 대패했다. 조별리그 탈락 가능성이 커졌다. 브라질은 스위스와 맞대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고,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멕시코에 덜미가 잡혔다.

그런데도 아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름만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할 수 있고, 실전에서는 더 재미있는 축구를 보일 능력이 있다. 20년 전 프랑스가 '아트 사커'란 칭호를 얻었듯이, 현재 '황금세대'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 축구를 할 수 있다. 토너먼트에서는 달라질 수 있을까. 프랑스가 조별리그 최종전부터는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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