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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통계에 의하면 한 사람이 평생 쓰는 의료비 중 절반을 죽기 전 한 달 동안 받는 치료에 쓴다고 합니다. 특히 죽기 전 3일 동안 그 의료비 중 25퍼센트를 쓴답니다. 마지막 단계에 마구 쏟아 붓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치료는 정말로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아무 효과도 없으니까요. 그러니 이때 들어가는 돈은 그냥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76쪽)


40년 가까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 종교와 죽음을 폭넓게 연구한 최준식의 <임종학 강의>에 나오는 내용이에요.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치료를 그만 받으라고 한다면 너무 매정하게 생각할 것 같고, 또 연명의료를 중단한다고 하면 주위에서 불효자라고 손가락질할 것 같은 생각에 무모한 치료를 계속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치료비는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하죠.

최준식의 "임종학 강의"
▲ 책겉표지 최준식의 "임종학 강의"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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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책에서 무엇보다도 강조하는 것은 그것이죠. '유언장'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놓는 것 말이죠. 다만 유언장에는 민법 제 1066조에 따라 이름, 주소, 날짜, 내용 전문, 날인이 들어가야 효력을 발휘한다고 하죠. 물론 날인은 어떤 도장도 상관없고 심지어 자신의 엄지손가락으로 지장을 찍어도 문제가 없다고 하죠.

그런데 그 유언장만큼이나 중요한 게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을 작성해 놓지 않으면 의료진이나 가족들이 연명 기구를 임의로 뺄 수 없지만, 그것을 미리 써 놓으면 지켜보는 가족들에게 그만큼의 고통과 비용을 덜어 줄 수 있다는 뜻이죠. 물론 환자가 너무나도 고통스러워할 때에는 '모르핀'이라는 진통제를 쓰면 충분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임종이 임박했을 때 옆에 있는 가족들은 절대로 임종자를 혼란스럽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편안하게 이승을 떠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드려야 합니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 순간이 되면 편안하게 가시면 문제가 없지만, 만일 힘들어하시면 '저 위에 환한 빛이 보이시지요? 그 빛을 따라 가세요. 저희도 나중에 따라갈 겁니다. 그러니 아무 걱정 말고 편안히 가세요. 우리는 다시 만날 겁니다.'라고 하면서 좋은 마음으로 보내드려야 합니다."(124쪽)


마지막 임종의 순간 그 직전에 일어나는 상황을 말하는 것입니다. 숨을 몰아쉬고 호흡을 모으게 되는데, 그 상황을 모르는 가족들은 의사에게 환자를 살려내라면서 '심폐소생술'을 원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죠. 하지만 그렇게 해서 환자를 다시 살려낼 수 있는 시간은 겨우 20-30분이라고 합니다.

그때 몇 분만 지켜보면 이제 영혼이 육신의 몸에서 빠져나가는 순간을 맞이한다고 하죠. 육신의 몸을 벗으려고 할 때에 영의 세계가 열려 빛을 보는 단계로 진입한다는 것입니다. 그때 하는 이상한 소리를 헛소리로 여기지 말고, 그 빛의 세계를 따라 가시도록 편하게 권해 드려야 한다고 하죠. 그때가 영의 세계로 진입하는 관문이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렇게 하면 십중팔구 편안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다고 하죠.

그렇게 해서 고인을 영적인 세계로 보내드렸을 때 장례를 맞이하는 상황이 남게 되겠죠. 이 책에 따르면 그 장례식 때 '사진과 영상으로 본 회고록'을 미리 준비하여 틀어 주는 게 좋다고 권면합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나 주변에 은덕을 입은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미리서 만들도록 말이죠. 그렇게 해서 장례식에 참석하는 문상객들에게 뜻깊은 추모의 시간을 갖도록 하라고 말입니다.

그 밖에 이 책에는 장례식을 비롯해 매장과 납골당에 관한 이야기도 곁들여 주고 있습니다. 고인의 '사망진단서'는 충분히 신청해서 지니고 있어야 하고, 사인이 확실치 않은 경우 관할 경찰서의 검사필증을 받아 둬야 하고, 화장의 경우엔 납골당 회사나 관리소 측과 사전에 계약을 하도록 하고, 매장의 경우엔 묘지관리 회사와 계약을 하고 매장 후 30일 이내에 '매장신고서'를 관할 지자체장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꼼꼼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인이 사망한 후 1개월 이내에 주민 센터에 고인의 사망증명서와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가서 '사망신고서'도 작성해야 한다고 말하죠. 더욱이 고인이 살던 집도 처리하고, 그와 관련된 가스나 전기, TV서비스 등도 중지하도록 하고, 은행 거래나 예금처리 그리고 휴대폰 전화 등도 정리하도록 일러주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죽음을 예고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평소에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할지, 또 죽음 이후의 장례절차를 어떻게 해야 할지, 그것만큼은 내다보며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 책이 그런 부분들을 도와줄 수 있으니, 이 책을 가까이 두고 읽어보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임종학 강의 - 아름다운 삶을 위한 죽음 공부

최준식 지음, 김영사(2018)


태그:#임종학 강의, #최준식, #사진과 영상으로 본 회고록, #30일 이내 매장신고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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