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한 축구팬이라면 월드컵 역대 최다 득점의 주인공이 누군지 안다. 바로 월드컵 통산 16호골을 넣은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다.

하지만 월드컵 한 대회 최다 골 주인공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터. 단 한 번의 월드컵에서 무려 두 자릿수 골을 뽑아 넣은 득점기계가 있으니 바로 '프랑스 축구전설' 쥐스트 퐁텐이다. 모로코계 프랑스인이었던 그는 지난 1958 스웨덴 월드컵에서 혼자 13골(6경기)을 뽑아내며 레블뢰 군단을 3위에 올려놨다.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60년 전의 대기록을 왠지 모르게 깨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선수가 한 명 있다. 바로 포르투갈산 득점기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월드컵 최고령 해트트릭' 호날두, 오늘 밤엔?

그는 지난 17일(아래 한국시각) 본선 진출 팀 32개국 중 최강의 수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던 스페인과의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3골(페널티킥·왼발슛·프리킥)을 뽑아내는 기염을 토하며 전 세계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스페인이 월드컵에서 해트트릭을 허용한 것은 1934 월드컵 출전 이후 84년 만에 처음이었다. 그 때문인지 세계최고의 수문장' 데 헤아와 '중앙수비 듀오' 세르히오 라모스와 헤라르드 피케는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한스럽게 호날두의 기쁨을 지켜봐야 했다.

호날두는 지난 10여 년간 잉글랜드, 스페인 등 유럽 무대에서 초인적인 득점 쇼를 펼치며 클럽축구계를 평정했다. 2002년 프로데뷔 이래 그가 클럽에서 넣은 골은 571골(758경기). 그는 레전드 골잡이들이 거쳐 간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역대 최다골 기록(121골)을 써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유럽 클럽 무대에서와는 달리 그간 월드컵에서 호날두의 득점력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생애 첫 월드컵이었던 2006 독일 월드컵(1골)은 차치하더라도 에이스라는 칭호를 들었던 2010 월드컵과 2014 월드컵에서는 나란히 1골에 그치며 과연 '세계최고의 선수가 맞느냐'는 의문부호가 4년 주기로 따라다녔다. 그런 그가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이 될 월드컵에서 무서운 득점력을 뽐내며 팬들의 마음을 뜨겁게 하고 있다.

월드컵 1차전에서 해트트릭 활약을 앞세워 팀을 2-3 패배 위기에서 구해낸 호날두는 오늘(20일) 오후 9시 '아프리카 복병' 모로코와의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도 물 오른 득점감각을 뽐낼 예정이다. 

이란과의 1차전에서 자책골로 무너졌던 모로코는 아프리카 지역예선 6경기에서 1골을 실점했을 정도로 단단하다는 수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FIFA랭킹 4위이자 호날두를 앞세운 포르투갈의 화력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격선봉장' 호날두는 자신의 곁에 든든한 자줏빛 동료들을 두고 있다.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하는 곤살로 게데스(21·발렌시아)와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 능력을 갖춘 안드레 실바(22·AC밀란), 적잖은 나이에도 뛰어난 기술로 상대를 위협하는 히카르두 콰레스마(34·베식타스)는 호날두를 상대의 압박으로부터 구출해낼 자원들이다.

챔피언스리그에서 7번이나 득점왕에 오른 호날두는 이번 대회에서 월드컵 골든부츠(득점왕)를 노리고 있다. 1966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득점왕에 올랐던 '대선배' 에우제비오에 이어 포르투갈 축구 역사상 2번째 득점왕에 오를 수 있는 기회다.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월드컵 역사상 최고령 해트트릭 기록(33세 131일)을 세운 호날두가 오늘 밤엔 어떤 골 기록을 세울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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