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스웨덴에 밀리는 와중에서도 잘 버텨냈지만, 한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대한민국은 18일 오후 9시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분전했지만 패했다. 후반 교체 투입된 김민우가 페널티박스 앞에서 클라에손과 볼경합을 벌이던 중 태클을 시도했고 이로인해 클라에손이 넘어졌다. 최초 판정은 반칙이 아니었지만, VAR 판독 결과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스웨덴의 주장 그랑크비스트는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켰고, 이는 결국 대한민국이 패하는 데 결정적 장면이 됐다.

스웨덴전에서 패하면서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본선 첫경기에서 3승 1무의 성적을 거뒀던 대표팀의 '본선 첫 경기 무패행진'이 아쉽게 마감됐다.

조별리그 중 스웨덴전에 가장 공을 들였던 축구대표팀에겐 아쉬운 결과다. 더욱이 이날 패배는 상대가 강하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기에 더욱 그 쓰라렸다. 특히 아쉬운 대목은 전후반 90분 내내 슈팅 2차례만 있었을 뿐 유효슈팅이 단 한 개도 없었다는 점이다. 안타까웠던 장면은 이뿐만이 아니다.

박주호의 부상아웃


울리 슈틸리케와 신태용 감독을 거치면서 대표팀의 왼쪽 풀백 주전으로 확고히 자리 잡은 김진수가 지난 3월 북아일랜드와 평가전에서 부상을 입으면서 월드컵에서 그를 대체할 선수를 구하는 것이 시급했다. 대안으로 떠오른 선수는 홍철, 김민우, 박주호였지만 사실 어느 누구도 확고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결국 최종적으로 선택받은 건 경험이 풍부한 박주호였다. 박주호는 스웨덴과의 본선 첫 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노련한 수비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박주호는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에 우여곡절 끝에 합류했다가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이번 스웨덴전은 그에게 확고한 동기부여가 됐다.

하지만 전반 26분 만에 그 기대가 끝나버렸다. 중앙에서 장현수가 박주호에게 내준 볼이 너무 길게 전개됐고 이를 따라가 잡으려던 박주호가 무리를 하다가 오른쪽 햄스트링에 부상을 입으며 그대로 교체아웃 됐다.

박주호가 교체되면서 신태용 감독의 스웨덴전 구상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신태용 감독은 후반 중반까지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버티다가 빠른 스피드를 갖춘 이승우와 문선민 등을 투입해 승리를 가져오려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주호의 부상은 전혀 예상치 못한 교체카드 한 장을 잃는 결과를 가져왔고 후반전 교체카드 활용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박주호의 부상으로 교체투입된 김민우는 볼 트래핑과 크로스, 공격전개 부분에서 인상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플레이가 계속 이어지면서 공격도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고 수비적인 측면에서 아쉬운 장면이 결국 연출됐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처음 도입된 VAR은 잘못된 판정을 바로잡는 역할에 있어서 긍정적인 요소였지만 적어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선 아쉬움이 남았다.

후반 17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조현우 골키퍼가 잡았다 놓쳤다. 이 볼을 놓고 경합하는 과정에서 김민우가 쇄도하던 클라에손을 태클로 저지하려다 볼을 터치하지 못하고 태클로 뒷발을 치는 장면이 VAR을 통해 발견되면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만약 지난대회처럼 VAR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바로 이어진 역습 상황에서 스웨덴의 수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틈을 노려 득점을 시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VAR 판독으로 인해 경기가 중단되면서 맥이 끊어져 버렸다. 스웨덴에겐 귀중했던 이 페널티킥에는 베테랑이자 주장인 그랑크비스트가 나섰고 그랑크비스트는 이를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골키퍼 조현우의 발견


사실 골키퍼에 이름을 올린 김승규, 조현우, 김진현 중 그 누구도 확고한 믿음을 주지 못했었다. 김승규는 과거처럼 많은 슈퍼세이브를 선보이지 못했고,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대표팀 경험을 쌓아온 조현우는 올시즌 K리그 1에서 폼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면서 월드컵을 앞둔 신태용 감독에게 고민을 안겨줬다.

고민끝에 신태용 감독이 내린 결정은 조현우를 주전으로 기용하는 것이었다. 이전까지 A매치 경험이 불과 6번인 조현우는 이날 월드컵이란 무대에 데뷔한 선수답지 않게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전반 20분 스웨덴의 공격수 베리와 1대1 상황에서 조현우의 선방이 나와 대표팀은 이른 시간에 실점을 허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후반 10분에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토이보넨에게 헤딩슛을 허용했지만 조현우 골키퍼의 선방이 나오면서 또 다시 실점 위기를 벗어났다.

이외에도 조현우는 뛰어난 판단력으로 상대의 크로스를 잘 막아내면서 대량 실점을 막아내는 데 일조했다. 비록 페널티킥은 막지 못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조현우 골키퍼의 스웨덴전 활약은 무척 빛났다.

아쉬웠던 구자철, 김신욱 기용


스웨덴전을 앞두고 '트릭'을 연발하며 작전을 최대한 숨겼던 신태용 감독은 스웨덴전에서 4-3-3 포메이션과 함께 구자철, 김신욱을 선발로 기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신욱을 넣은 것은 스웨덴의 장신선수들이 많은 관계로 세트피스 상황에서 수비적인 면을 기대했기 때문일 테고, 구자철에게는 미드필드에서 숫자싸움을 벌임과 동시에 월드컵 출전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련한 경기운영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선수의 활약은 미미했다. 김신욱은 전반초반 세트피스 상황에서 헤딩슛을 한 것 외엔 상대와의 몸싸움을 비롯해 제공권에서 전혀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발이 느린 스웨덴의 수비진을 고려했을 때 손흥민을 중심으로 황희찬, 이재성과 같은 선수들이 공격에 포진하며 상대 수비를 교란시키는 작전을 펼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구자철 역시 중원에서 그다지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스피드면에서도 빠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턴동작에서도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등 볼배급이나 공수양면에서 뚜렷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그나마 후반 초반 헤딩슛으로 득점기회를 만들어 낸 것이 스웨덴전에서 구자철이 보여준 유일한 활약이다.

두 선수의 스피드가 떨어지면서 빠른 역습을 바탕으로 공격을 전개하려던 대표팀의 공격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과 황희찬을 중심으로 이들이 함께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공격을 이끌어 가야했지만 대표팀의 공격은 뭔가 아쉬운 모습이 가득했다. 결국 상대에게 위협이 될 만한 슈팅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후 대한민국 대표팀이 만날 나라는 멕시코와 독일이다. 특히 멕시코가 독일전에서 보여준 다양한 경기 운영과 역습, 압박을 통한 퍼포먼스는 가히 위협적이었다. 스웨덴전에서 대표팀이 보여준 적극적인 수비는 인상적이었으나 집중력이 떨어져 뒷공간을 내주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이는 멕시코전에서 위험요소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독일 역시 멕시코전 패배로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이라는 것이다. 스웨덴전 패배로 대한민국 대표팀의 앞날이 더욱 험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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