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결과를 두고 영화인들이 미소 짓고 있다. 일부에선 박근혜 정권과 함께 부산영화제를 어렵게 했던 서병수 부산시장의 낙선을 가장 크게 반기는 모습이지만, 다른 지방정부 선거 결과에도 만족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몇몇 영화인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등으로 받았던 상처가 이번 기회에 아물기 바라는 눈치다.

특히 지방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국내 영화제들이나 지역 영상위원회, 미디어센터 등도 새로운 단체장들이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해주길 내심 바라고 있다. 독립성이나 자율성 등에서 조금 더 여유를 갖게 되면서 지원도 늘어났으면 하는 게 이들의 대체적인 바람이다.

[경기도] DMZ다큐영화제 집행위원장 선임 과제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조직위원징을 맡게 되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조직위원징을 맡게 되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 권우성, DMZ 영화제


이재명 후보가 도지사로 당선된 경기도는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선임이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성폭력 의혹에 휩싸인 조재현 위원장 사퇴 이후 집행위원장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아직 남경필 지사의 임기가 남아 있지만 이재명 당선자가 취임 후 차기 집행위원장을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다큐멘터리 영화인들은 집행위원장 선임에 영화인들의 뜻이 전적으로 반영되길 바라고 있다. 다큐멘터리 제작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내고, 그것을 기반으로 영화제를 혁신할 수 있는 인물이 선임되길 요구하고 있다. 또한 영화제인 만큼, 경기도는 지원만 하고 운영은 영화인들에게 맡겨주길 바라고 있다. 이런 의지를 담아 자체적으로 후보자 추천을 받고 있다.

올해 10회를 맞이하는 DMZ영화제는 현재 이광기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일각에선 개막을 불과 3개월여 앞둔 상태임에도 조직이 안정을 찾지 못해 10회 행사를 의미 있게 치러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이재명 당선자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자백> <공범자들>을 관람하고 흥행에 도움을 준만큼, 영화인들의 요구를 어떤 방식으로 수렴할지 주목된다.

[전주] 전용관 기대

 전주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승수 시장

전주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승수 시장 ⓒ 김승수,전주영화제


김승수 시장이 재선하면서 전주국제영화제는 전용관 마련에 대한 전망이 밝아졌다. 김 시장은 선거 후 "지난 4년 동안 씨 뿌리고 줄기 뻗은 것들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뛰겠다. 문화로 번영하고 경제로 성장하는 찬란한 전주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전주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서 영화 <노무현입니다> 제작지원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연출자인 이창재 감독은 영화가 개봉했던 지난해 10여 차례 이상 전주를 찾기도 했다. 김 시장은 박근혜 정권이 블랙리스트 등으로 영화계를 압박할 때도 전주영화제 독립성을 보장하며 '영화 표현의 해방구(전주국제영화제 슬러건)'로서의 역할을 뒷받침했다.

전주영화제 전용관은 영화제측뿐만 아니라 영화계도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다. 전주영화제 한 관계자는 "시장님의 의지가 있는 만큼 가시화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시장은 당선 직후 "전용관은 현재 진행하고 있다면서 쉬운 일은 아지만 하나 하나 풀어가고 있다"고 답했다.

[부천] 영화제와 긴밀할 소통 유지

 부천시장으로 당선된 장덕천 당선자와 부천영화제 포스터

부천시장으로 당선된 장덕천 당선자와 부천영화제 포스터 ⓒ 장덕천,부천영화제


김만수 시장이 8년 동안 부천영화제를 물심양면 지원하면서 2004년 집행위원장 해임으로 촉발된 '부천영화제 사태'를 해소한 데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비슷한 기조를 가진 장덕천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부천영화제는 여유를 갖게 됐다.

김 시장은 부천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조직위원장 자리를 영화인들에 넘겨주며 한발 물러섰는데, 새 시장 역시 이 기조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장덕천 당선자는 당선 확정 직후 "시민과 동행하는 문화예술도시, 더불어 잘사는 복지도시를 만들어 가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오는 12일 부천영화제 개막식은 새 시장과 영화계와의 첫 대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천영화제 한 관계자는 "새 시장이 무난하게 잘 하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부천시가 영화제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서 늘 긴밀한 소통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보니 시장 당선자께 특별하게 요청하고 싶은 사안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제천] 비 맞으며 영화제 챙겼던 당선자

 이상천 제천시장 당선자와 제천영화제 개막식 모습

이상천 제천시장 당선자와 제천영화제 개막식 모습 ⓒ 이상천,제천영화제


이번에 당선된 이상천 제천시장의 경우, 과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담당 공무원이었던 터라 영화제측의 감회 또한 남다르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시장 당선자가 제천영화제 시작할 당시 담당으로 있었기에 영화제에 대한 이해가 높다"면서 "비 오는 날 무전기를 들고 비 맞으면서 현장을 챙겼을 만큼 영화제에 대한 애정도 깊은 분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청풍영상위원회와 미디어센터 등이 만들어질 때도 실무 담당자로 일해 관련 현안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분"이라며 "제천영화제를 비롯한 지역 영상산업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제천영화제는 2010년 당시 시장이 "낭비성 행사"라며 예산 축소 방침을 밝혀 긴장하기도 했다. 다행히 철회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으나, 영화제 포스터를 빌미로 집행위원장을 압박해 사퇴시킨 일도 있을 정도로 우여곡절이 있었다. 최근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 결과 박근혜 정권 블랙리스트에 허진호 집행위원장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014년 민주당 이근규 시장 당선 후 제천영화제의 자율성이 대폭 늘어났다. 세월호 참사 뒤 영화인들이 제천영화제 행사장에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인증사진을 공개하며 유가족들과 연대하기도 했다. 다만 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과 이사진 구성에서 영화와는 관련 없는 인물들이 들어가 있어 전문성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화인들은 새 시장이 이런 사안을 개선해주길 바라고 있다.

[울주] 케이블카 추진은 논란 여지

 이선호 울주군수 당선자와 울주산악영화제

이선호 울주군수 당선자와 울주산악영화제 ⓒ 이선호, 성하훈


울주세계산악영화제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 울산시장에 송철호 후보가 당선됐고 울주군수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선호 후보가 선출됐다. 영화제를 만들어낸 현 군수는 자유한국당 소속이었으나 불출마했다.

울주영화제는 2015년 프레 페스티벌을 개최했을 때 밀양 송전탑 문제를 다룬 <밀양아리랑> 상영을 했는데, 이후 항의성 민원이 들어오기도 해 영화제 측이 프로그램 선정에 다소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케이블카 추진 문제는 영화제와 맞물려 논란이 생길 여지가 남아 있다. 현 신장열 군수는 울주 영남알프스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고 해 영화제를 활용해 환경파괴를 도모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영화제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닌 산악관련 행사의 부대행사로 비치는 측면도 있었다.

민주당 이선호 당선인도 선거 기간 중 정책공약을 통해 "케이블카 설치를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인은 "신중히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이견을 나타내고 있다.

6.13 지방선거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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