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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없는세상이 매년 여름 개최하는 평화캠프가 8월 15일부터 18일까지 평택평화센터에서 열립니다. 올해는 특히 직접행동/캠페인을 조직해본 경험이 있는 활동가(본인은 스스로를 그렇게 정체화하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를 대상으로 열립니다. 어떤 식으로든, 크든 작든 직접행동/캠페인을 조직해본 활동가들과 함께 다양한 게임, 워크숍, 소그룹 토론으로 사회운동과 사회운동의 메커니즘에 대해 논의하려고 합니다. 평화캠프 시즌을 맞이하여 전쟁없는세상은 캠프에서 고민하고 논의할 주제에 대해 미리 기획연재를 준비했습니다. 기획연재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촛불 대통령 시대의 사회운동
사회운동의 198가지 방법
사회운동의 여덟 단계(Movement Action Plan, MAP)
삶과 혁명: 건설적 대안(Constructive Program)
- 기자 말

지난 촛불의 목표는 명확했다. 부패한 정치지도자를 끌어내리는 것. 차가운 겨울을 그렇게 촛불을 들고 보내고 난 후 촛불들은 승리했다. 그리고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교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이 만들어낸 선거의 후보들 중 괜찮은 선택이었다. 승자독식의 국제관계나 여의도 정치의 한계를 생각한다면 현재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뭘 더 바랄까.

그런데 문제는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였다. 자신들의 투쟁으로 만들어낸 대통령이라는 촛불들의 자부심도 좋고 다 좋은데 대통령이 다 잘 할 것이라는 무조건적인 믿음이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혐오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대중이 운동권을 '꿘충'이라 부르며 혐오하기 시작한 것은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운동권들이 다 잘해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운동권들이 자기말만 맞고 남들은 다 틀렸다 식의 교조주의자 집단으로 보일 수도 있다. 촛불대통령을 당선시킨 것은 자랑스러워할만한 일이지만 이것은 절반의 성공이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사회개혁은 제한적이며 제도권 정치가 사회운동의 역할을 온전히 대체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 촛불의 힘(권력)을 단순한 정권교체에 한정해서도 안되고 한정할 수도 없다.

제아무리 진보적인 인사가 정부의 수장에 오른다 하더라도 사회운동은 그들의 임무를 정부의 수장에게 위임하지 않는다. 국가(정당)는 잘 해봐야 중산층을 대변하는데 그 중산층의 요구마저도 부차적이 되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봐왔다. 현재의 시스템은 너무 부패하여 돈, 권력, 엘리트주의에 복무한지 오래되었다. 자유민주주의로 이야기되는 현대의 국가 시스템의 부정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압력이 필수적이다. 물론 외부의 압력이 반드시 승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기회이고 사회운동의 승리의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꼭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자유민주주의는 무엇에 의해 움직이는가?

자유민주주의의 지배적인 정치적 행위자들로는 국가, 기업, 전문가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우리 공동체의 기본을 구성하는 법, 제도를 만들고 시행하며 핵무기를 쏘네 마네 하며 국가간의 외교를 담당한다. 물론 이 권력은 선거를 통해 획득되는 것이긴 하나 선거에서 당선되는 사람(정당)은 정해져 있다. 선거에 나올 수 있는 사람(정당)도 물론 정해져있다.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처럼 기업은 우리를 고용하고 때론 해고하며, 물건을 생산해서 우리에게 이 물건은 꼭 필요하다고 설득하고 구매하지 않으면 루저가 된다고 광고한다. 의학용어(시스템)나 법률용어(시스템)는 너무 어렵고 복잡해서 전문가의 도움이 없이는 어떤 것도 결정하거나 이해하기 힘들다. 어떤 전문가는 원전이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발전이라고 하고 다른 전문가들은 원전이 인류를 핵재앙으로 몰고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누가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가? 누가 배제되는가?

투표권이 있는 우리 모두는 이 과정에 참여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2011년 <타임>지의 표지를 장식했던 오큐파이운동(Occupy Movement)은 1%의 금융 거부들이 전체 부의 50%를 차지하는 현실을 비꼬아 '우리는 99%다(We are the 99%)'를 저항의 모토로 삼았다. 공식적으로 조선시대와 같은 계급구조는 사라졌지만 사회는 더욱 다양하고 세련된 방법으로 계층화되어 있다. 사회 전체는 관료제를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고 돈, 인종, 젠더, 지역 등으로도 역시 위계화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1%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 백인이 아닌 자, 남성이 아닌 자, 도시에 살지 않는 자 등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배제된다.

사회운동은 주류에서 배제되는 사람들의 행동

사회운동의 정당성은 여기서 도출된다. 사회운동은 이렇게 자유민주주의 운영 과정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 주류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행동이다. 주류에 속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기존 채널을 이용해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킬 수 있지만 비주류는 그러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성태씨의 단식이나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행동은 사회운동이 아니다. 민주노총이 최저임금법 개정에 반대하여 파업을 하는 것은 사회운동이지만, 기업이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소위 자본파업(capital strike, 투자 중단, 철수 등)은 일반적인 기업의 특권을 행사한 것이지 사회운동으로 볼 수 없다. 평화운동가들이 목적의식적으로 법을 어기고 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시민불복종운동이지만, 국회가 특정 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셀프위법을 저지르거나 기업이 각종 규제를 어기는 행위, 몰카를 설치하는 위법행위 등은 심각한 범죄이지 시민불복종이 아니다.

당시 구럼비 발파 시공사인 삼성물산 앞에서 진행한 직접행동. 사회운동은 본질적으로는 사회 민주주의의 확장을 목표로 하며, 그를 위해 자유민주주의 운영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없는 비주류들이 자신의 목소리와 주장을 펼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치 행위이다.사회운동이 없다면 이 사회와 기성 주류 권력들(정부, 기업, 미디어)은 비주류들의 요구에 대해 고민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당시 구럼비 발파 시공사인 삼성물산 앞에서 진행한 직접행동. 사회운동은 본질적으로는 사회 민주주의의 확장을 목표로 하며, 그를 위해 자유민주주의 운영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없는 비주류들이 자신의 목소리와 주장을 펼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치 행위이다.사회운동이 없다면 이 사회와 기성 주류 권력들(정부, 기업, 미디어)은 비주류들의 요구에 대해 고민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 전쟁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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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은 이러한 비주류들이 특별한 관심을 끌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선택된다. 노동자나 여성, 사회적 소수자들이 현존하는 사회구조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때야 비로소 사회운동의 문제는 수면위로 떠오르게 된다. 예외적으로 아주 진보적이고 야심찬 의제를 밀어붙이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판사 등의 이야기를 아주 가끔 접할 수 있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사회운동에 흔히 풀뿌리라는 말이 앞에 붙는다.

이러한 사회운동이 아니면 사회정의는 이루어질 수 없다. 사회의 기득권이 지배하고 있는 현존하는 채널로는 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훌륭하지만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지배원리를 생각한다면 대통령이나, 엘리트, 전문가들에게 사회문제 해결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

예를 들면 로비와 같이 현존하는 채널(보통 선거와 관련, 대의기관에게 부탁)을 먼저 적극적으로 활용한 후 거리로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으나(실제로 사회운동이 이런 단계적 전략을 자주 활용한다) 이것만으로는 사회적 소수자들이 갖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해결되기 어렵다. 로비를 위해 대의기관들을 들락거려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사회정의라는 대의만으로는 우리를 대리하는 사람들 자체를 설득하기조차 어렵다. 로비는 돈, 권력(표) 등의 다른 이유가 보통 따라 붙어야 한다.

국가에 의한 사회운동의 제한과 통제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사회운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는 없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기 때문이다.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의 착한 시위는 권장되기도 한다. 하지만 국가는 시위자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지 않는다. 사회운동이 국가의 권력 자체에 문제제기 하는 것으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 아예 소극적으로 대응한다. 예를 들어 사회운동이 문제로 삼는 이슈를 다루기 위한 입법, 조사 등을 대안으로 내놓는다. 병역거부자들을 감옥에 가두는 것의 대안으로 한국 정부는 지난 15년간 계속 (설문)조사, 연구용역만 해왔다. 그 정도만 해도 평화·인권을 위해 뭔가를 하는 것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물론 말도 잘 바꾼다.

2018년 세계병역거부자의 날 맞이 행진. 병역거부 운동에 대해 한국 정부는 그동안 연구, 조사만 반복해왔다. 사회 운동의 주장을 수용하는 척하는 이미지만 쌓을 뿐 병역거부 운동이 제기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한국정부가 수용하지 않는 대체복무제 또한 사회운동(반군사주의 병역거부 운동)이 제기한 문제의 본질은 아니고 오히려 정부(국가)와 평화운동 사이의 일종의 타협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대체복무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사회운동으로서 병역거부 운동의 의미와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다.
 2018년 세계병역거부자의 날 맞이 행진. 병역거부 운동에 대해 한국 정부는 그동안 연구, 조사만 반복해왔다. 사회 운동의 주장을 수용하는 척하는 이미지만 쌓을 뿐 병역거부 운동이 제기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한국정부가 수용하지 않는 대체복무제 또한 사회운동(반군사주의 병역거부 운동)이 제기한 문제의 본질은 아니고 오히려 정부(국가)와 평화운동 사이의 일종의 타협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대체복무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사회운동으로서 병역거부 운동의 의미와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다.
ⓒ 전쟁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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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적인 대응을 넘어서, 사회운동의 의미와 역할을 애써 지워가기도 한다. 자유민주주의는 독재국가들처럼 폭력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는 아니다. 이 체제는 주로 개인들과 관련 단체들의 지지 혹은 묵인으로 유지된다. 그래서 권력자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이 시민들이 깨어나는 것이다. 자신들이 가진 힘(권력)을 인지하고 권력자들에 대한 각종 지지와 묵인을 거둔다면 1%의 권력은 권력이 아닌 것이 되기 때문이다. 사회진보를 이뤄낸 역사들에서 사회운동의 역할을 보도했던 미디어가 얼마나 있었나? 이것을 기록하는 역사가들이 얼마나 있나? 보통 사회운동의 힘은 과소평가되어 왔다.

'나중에' 시대에 '지금 당장' 행동하기

시도 때도 없는 '꿘충'들의 데모질은 사회의 진보를, 더 나은 민주주의를 방해하는 것인가? 분명한 것은 사회운동의 의제는 만족스럽든 불만족스럽든 제도 내에서 용인되어 어떤 식으로든 사회 시스템에 반영되어 왔고 반영되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사회운동도 새로운 의제를 창출하며 계속 분화, 전문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의 부정의는 새로운 모습으로 계속 등장한다. 여기서 당시의 인권이 제도화되는 것을 사회의 진보로 본다면 사회운동의 역할이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촛불대통령의 시대에도 사회운동을 멈출 수 없는 것은 사회부정의가 현존하고, 계속 등장할 것이며, 기존의 채널은 사회운동이 얼핏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에 나서지 않을 때는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운동도 서툰 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운동은 적은 자원을 가지고도 지금도 계속 서로에게 배우고 더 나은 전략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오늘의 촛불정부는 사회운동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촛불정부가 사회의 소수자를 완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정치를 펼친다면 아마 사회운동은 완전히 사라지겠지만 이는 가능하지 않은 몽상이거나 애써 현실에 눈감고 보고 싶은 모습만 보는 몽매함에 가깝다. 이런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회운동이 민주주의를 위한 필수적 조건임을 이 사회와 시스템이 인지하고 용인해야 한다. 사회운동은 현 사회에 분란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당시 사회진보의 토대위에서 더 나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전쟁없는세상이 평화캠프를 준비하며 마련한 기획 연재의 첫 번째 글입니다. 전쟁없는세상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http://www.withoutwar.org/?p=14441



태그:#촛불 시대의 사회운동, #사회 운동의 역할, #전쟁없는세상 평화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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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전쟁은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라는 신념에 기초해 전쟁과 전쟁을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활동하는 평화주의자?반군사주의자들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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