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은 6월 18일 오전(이하 한국 시간)까지 도합 11경기가 열렸다. A조에서 E조까지 5조는 조별리그 1차전을 모두 끝냈고, F조 1차전은 디펜딩 챔피언 독일과 멕시코의 경기 1경기가 열렸다. 조별리그 1차전은 18일 밤에 열릴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를 포함하여 F조부터 H조까지 5경기가 남았다.

그런데 대회가 진행된 지 4일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쉽게 승리할 것만 같았던, 강팀으로 분류되었던 팀들이 힘겹게 승리하거나 그러지 못하는 상황들까지 발생하고 있다. 물론 한 달에 걸친 대회에서 64경기를 치르는 동안 이변이 속출하는 경기가 나오게 마련이지만 하루에 한 경기 꼴로 믿을 수 없는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개막전부터 심상치 않았다. 월드컵 개막 직전 발표되었던 FIFA 랭킹에서 가장 낮은 순위를 차지했던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개막전이었기 때문에 두 팀은 더 강한 팀들을 만나기 전에 팽팽한 혈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본 결과 홈 팬들의 성원 등 기록으로 증명할 수 없는 이점을 안고 있는 개최국 러시아의 5-0 대승으로 개막전이 끝났다.

러시아와 이란이 각 조에서 1위, 속출하는 이변

A조에서 발생한 변수 요소는 홈 팬들의 응원을 받은 개최국 러시아의 선전에서 그치지 않았다. 당초 우루과이와 함께 A조의 상위권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었던 아프리카의 이집트도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며 0-1로 패했다.

이집트의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2017-2018 EPL 득점왕)가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입은 어깨 부상으로 조별리그 첫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영향이었다. 게다가 살라는 다음 경기 출전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로, 2002년 월드컵 직전 개최국 대한민국과의 평가전에서 허벅지 부상을 당했던 지네딘 지단(프랑스, 전 레알 마드리드 감독)과 유사한 상황을 맞이했다.

B조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상위권으로 예상되었던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스페인이 먼저 3득점하며 리드했으나, 포트루갈의 간판 스타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이번 대회 첫 해트트릭을 달성,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이렇게 극적일수가' 15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B조 예선 모로코 대 이란의 경기. 모로코의 아지즈 부아두즈의 자책골이 터지자, 이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이렇게 극적일수가' 15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B조 예선 모로코 대 이란의 경기. 모로코의 아지즈 부아두즈의 자책골이 터지자, 이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B조에서는 의외의 주인공이 1위를 차지했다. 당초 B조에서 가장 약체로 예상되었던 이란은 모로코와의 첫 경기에서 철저한 수비로 일관했다. 그러나 경기 종료 직전 모로코의 치명적인 실수로 자책골이 발생하면서 1-0 행운의 승리를 얻으며 B조에서 1위로 올라섰다.

C조에서도 FIFA 랭킹 46위의 덴마크가 10위 페루를 1-0으로 꺾었다. 전반전 추가 시간에 크리스티안 쿠에바가 패널티킥을 실축했고, 후반전 크리스티안 에릭센(토트넘)의 도움을 받은 요세프 풀센의 결승골이 터졌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챔피언에 빛나는 프랑스는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2-1로 승리했지만, 후반 35분 아지즈 베히치(호주)의 자책골이 아니었다면 1-1 무승부가 나올 뻔했다.

전통 강호들의 부진, 의외의 결과 발생하는 월드컵

D조의 첫 경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통산 우승 2회(1978, 1986)에 빛나고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했던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첫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게다가 아르헨티나의 첫 상대는 월드컵에 처음으로 참가했던 아이슬란드였다. 1-1 팽팽한 접전으로 후반전에 접어들었으나 후반 19분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패널티킥을 실축하는 바람에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D조에서도 아르헨티나가 첫 경기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조 1위로 올라선 주인공은 크로아티아가 차지하게 됐다. 크로아티아는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두며 아르헨티나가 고전한 틈을 놓치지 않았다.

메시! 어디로 가려고? 아이슬란드 길피 시구르드슨(왼쪽부터), 호르더 맥너슨, 비르키르 브자르나손이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러시아월드컵 D조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10)의 앞을 막아서고 있다.

▲ 메시! 어디로 가려고? 아이슬란드 길피 시구르드슨(왼쪽부터), 호르더 맥너슨, 비르키르 브자르나손이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러시아월드컵 D조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10)의 앞을 막아서고 있다. ⓒ 연합뉴스


E조도 의외의 결과로 조별리그가 흐르고 있다. 월드컵 5회 우승에 빛나는 브라질이 자신만만하게 첫 경기에 나섰으나, 한때 월드컵 최장시간 무실점 기록을 갖고 있었던 스위스의 수비진을 효과적으로 뚫지 못했다. 브라질은 선제골을 넣었으나 후반 스위스에게 동점을 허용하며 1-1 무승부로 승점 1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E조에서 1차전 1위를 기록한 팀은 세르비아였다. 유고슬라비아 해체 이후 2006년, 2010년에 연이어 하위권에 그쳤고, 이번이 3번째 월드컵 출전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 2번의 월드컵에서 1승 5패에 그쳤지만, 세르비아는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두며 조 1위로 올라섰다.

디펜딩 챔피언 징크스, 성적에 대한 부담에서 발생

조별리그 1차전 최대의 이변은 대한민국이 배정된 F조에서 나왔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지난 2014년 브라질 대회 4강전에서 개최국 브라질을 상대로 7-1 대승을 거둔 것을 포함해 강력한 공격력 임팩트를 지닌 팀이었다. 2002년 대한민국·일본 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8-0 대승을 거둔 이력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러시아 월드컵에서 뚜껑을 열어 본 디펜딩 챔피언 독일의 모습은 강력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전까지 6회 연속 16강전 패배에 그쳤던 멕시코가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경기를 압도하는 모습이었다. 멕시코가 독일의 공격을 저지한 뒤 빠른 속도로 공세로 전환하는 모습에 독일의 수비진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독일 요하힘 뢰프(오른쪽 두번째) 감독이 0-1로 뒤진 가운데 물마시는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시간이 얼마나?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독일 요하힘 뢰프(오른쪽 두번째) 감독이 0-1로 뒤진 가운데 물마시는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결국 멕시코는 압도적인 스피드로 독일의 수비진을 뚫고 전반 35분 이르빙 로자노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독일이 첫 경기에서 패하고 멕시코가 첫 경기를 승리하면서 당초 1위로 16강에 무난히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독일이 첫 경기 승점을 따내지 못했다.

독일은 제 1회 우루과이 월드컵(1930)과 제 4회 브라질 월드컵(1950)을 제외한 19번의 월드컵에 모두 출전하고 있다. 첫 대회에는 불참했고, 제 2차 세계대전 전범 이력으로 인해 1950년에는 출전 자격 정지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 2번의 대회를 제외한 모든 대회에 출전한 독일은 1938년 프랑스 월드컵(16개국 참가)을 제외한 모든 대회에서 1라운드 이상은 통과하며 꾸준히 16강 이상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 결과 독일은 이탈리아와 함께 4번의 우승으로 유럽 국가 중 유이한 4회 이상 우승 기록을 남기게 됐다(역대 우승 공동2위).

정상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디펜딩 챔피언의 부담은 그 어떤 나라보다 크다. 이전까지 역대 20회의 월드컵에서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사례는 2회(1934 이탈리아)와 3회(1938 프랑스)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이탈리아와 6회(1958 스웨덴)와 7회(1962 칠레) 연속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 뿐이라는 점에서 그 부담감을 알 수 있다.

디펜딩 챔피언이 다음 대회에서 크게 부진하며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에 불참했던 우루과이(1930 우루과이 월드컵 우승)를 제외하고, 디펜딩 챔피언이 1라운드에서 탈락한 사례는 총 5번의 사례가 있었다. 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1938 우승 후 전쟁으로 인하여 12년 동안 월드컵 중단)가 탈락한 것이 처음이었다.

이후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의 브라질(1962 칠레 월드컵 우승)과 2002년 대한민국일본 월드컵에서의 프랑스(1998 프랑스 월드컵 우승)가 광탈의 굴욕을 겪었다.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에서의 이탈리아(2006 독일 월드컵 우승) 그리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스페인(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이 그들이다.

특히 2002년의 프랑스는 단 한 골도 넣지 못하며 유일하게 무득점 탈락한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굴욕을 맞이했다(1무 2패 3실점). 2010년의 이탈리아 역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채 탈락(2무 1패 4득점 5실점)했으며, 2014년 스페인의 경우는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에게 5실점하는 바람에 조 3위로 탈락했다.

최대 이변 독일의 패배, 죽음의 조가 된 F조

멕시코가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독일에 승리하면서 당초 예상했던 F조 판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당초 독일이 1위를 차지하고, 멕시코와 스웨덴이 2위 다툼을 하는 사이에 대한민국이 틈새를 노릴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첫 경기부터 독일이 패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 시나리오에 변화가 생겼다.

일단 대한민국이 그나마 가장 어려운 상대라 예상되었던 독일을 마지막에 만나는 것이 다행이라 여겼던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 독일은 마지막 경기에서도 전력을 다해 대한민국을 상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F조에서 16강에 진출할 경우 E조 1,2위 팀을 만나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E조 1위로 가장 유력한 후보가 브라질이기 때문이다.

만일 멕시코와 스웨덴이 서로 무승부를 기록하고 두 팀이 모두 대한민국을 상대로 승리하게 된다면 독일은 스웨덴과 대한민국을 상대로 승리하게 되더라도 경우의 수 계산을 해야 한다.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대한민국이 F조의 판도를 흔들 가능성도 있는데, 이럴 경우 F조는 그야말로 죽음의 조가 된다.

멕시코 로사노 첫 골 환호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이르빙 로사노(22)가 첫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 멕시코 로사노 첫 골 환호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이르빙 로사노(22)가 첫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도 독일과 멕시코의 경기 결과가 단순히 이변으로만 받아들일 일은 아니다. 멕시코의 스피드가 독일의 경기력을 압도하게 되면서 오히려 당초의 계획보다도 더 어려운 조별리그가 예상된다. 무기력한 모습의 독일보다 빠른 스피드를 지닌 멕시코와의 경기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스웨덴의 입장에서도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스웨덴은 역대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첫 경기를 승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스웨덴의 입장에서도 대한민국을 이기지 못하면 16강 진출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는 상황에서 첫 경기 징크스를 깨지 못하면 16강의 문턱을 넘지 못할 수도 있다.

최근 첫 경기 '좋은 징크스' 이어가는 대한민국

그나마 대한민국은 월드컵에서 승리의 맛을 보기 시작한 이후로는 첫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2002년 대한민국·일본 월드컵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3승 1무를 기록하고 있다. 우선 2002년 첫 경기에서는 폴란드를 상대로 월드컵 참가 48년 만에 감격의 첫 승리를 거뒀다.

2006년에는 토고를 상대로 원정 첫 승을 거뒀으며, 2010년에는 그리스를 상대로 2-0 승리를 거두며 원정 16강 진출의 발판을 놓았다. 2014년에 러시아를 상대하며 승리하진 못했지만, 선제골을 넣으며 승리의 문턱에 다가가기도 했다.

첫 경기에서 첫 단추를 좋게 꿰어가는 것이 대회 전체의 흐름을 좋게 만들어갔다. 2002년 대한민국은 총 7경기에서 3승 2무 2패(승부차기는 무승부 분류)를 기록했는데, 폴란드와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8강전까지 5경기에서 3승 2무를 기록하며 아시아 최초로 4강 진출의 기록을 만들어냈다.

2006년에는 비록 조별리그 3차전에서 석연찮은 심판의 판정으로 인하여 0-2 패전을 기록했지만, 이전까지 2경기 흐름은 좋았다. 토고와의 첫 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뒀던 대한민국은 당시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프랑스를 상대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2010년에도 첫 경기를 승리하면서 흐름이 좋았다. 2차전 아르헨티나와의 승부에서 다소 많은 실점으로 패했지만,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한 대한민국은 처음으로 원정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물론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F조의 상황이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유리하진 않다. 스웨덴도 최근 40년 동안 독일을 A매치에서 이겨본 적이 없기 때문에 대한민국을 상대로 전력을 다할 것이며, 멕시코 역시 16강 이상의 더 큰 곳을 바라보기 위하여 대한민국을 잡고 조 1위를 굳히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첫 경기를 패한 독일은 대한민국을 상대로도 전력으로 달려들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첫 단추를 잘 꿴다면, 신태용 감독이 공약한대로 "통쾌한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 동안 대한민국이 월드컵에서 2경기 맞붙어 모두 1점 차로 석패했던 상대 독일이 약점을 노출했다는 점은 분명 대한민국에게도 한 가지 기회인 점은 분명하다. 죽음의 조가 되었지만 기회도 열린 F조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18일 오후 9시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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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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