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F 코리아(울트라 코리아)는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잠실에서 3일 동안 개최되었다.

UMF 코리아(울트라 코리아)는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잠실에서 3일 동안 개최되었다. ⓒ 울트라 코리아


UMF 코리아가 열리는 날, 당신이 수도권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 역에 간다면 놀라게 될 것이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과감한 옷을 차려입고, 선크림을 덕지덕지 칠한 사람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당당히 잠실로 향했다. 2018 UMF 코리아 첫날 공연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UMF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시작된 페스티벌로서, 지난 2012년 한국에 상륙했다. 그 이후 매년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이제 한국에서 'UMF'와 '월디페'라는 이름은 일렉트로니카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나름 익숙한 것이 되었다.

각양각색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

올해 역시 많은 해외 유명 뮤지션들이 UMF 코리아를 찾았다. 2015년 UMF 코리아를 통해 첫 내한한 갈란티스는 당시 '갓란티스'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관객들을 열광시킨 바 있다. 그리고 3년 만에 UMF 코리아에 돌아왔다. 갈란티스의 트레이드마크인 북 역시 여전했다. 대표적인 히트곡 'Runaway'(U & I)와 'Peanut Butter Jelly' 등 히트곡들은 팬들을 춤추고 떼창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제드(Zedd) 역시 2년 만에 한국 팬들과 인사했다. 'Stay'와 'The Middle'을 빌보드 싱글 차트 상위권에 오리는 등 대중적으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듀서인만큼, 그를 보기 위해 모인 인파도 상당했다. 제드는 자신의 히트곡을 비롯, 다양한 선곡과 화려한 조명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제드 버전의 'One More Time'(Daft Punk)은 단연 하이라이트였다. 그 외에도 김하온과 식케이, 그루비룸을 대동한 저스틴 오(Justin Oh) 역시 대낮의 사람들을 춤추게 했다.

UMF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무대는 메인 스테이지일 것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SNS의 자신의 화려함을 과시하는 곳이다. 그러나 라이브 스테이지, 레지스탕스 스테이지, 매직 비치 스테이지 등 다른 스테이지에서도 볼 것은 많다. 오히려 더 개성 있는 뮤지션들이 자신의 색깔을 과시하는 무대는 이쪽이다. 해변처럼 꾸며진 매직 비치 스테이지에서는 알렉산더 루이스가 인상적인 공연을 보여주었다. 힙합, 트랩과 어우러지는 트럼펫 연주가 일품이었다.

금요일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공연의 주인공은 라이브 스테이지의 헤드라이너 ZHU였다. ZHU는 4년 전, 힙합 그룹 아웃캐스트(Outkast)의 'Ms. Jackson'을 하우스 버전으로 재해석한 'Moves Like Ms Jackson'으로 반향을 일으킨 바 있는 뮤지션이다. UMF 코리아를 통해 첫 내한한 ZHU는 자신 특유의 감각적인 하우스 음악들을 부지런히 들려주었다.

EDM 페스티벌에서 좀처럼 만나보기 어려운 몽환적인 사운드들의 향연이었다. 기타리스트와 색소폰 연주자를 대동하여 소리를 더욱 다채롭게 했으며, 직접 마이크를 잡고 팔세토의 목소리로 노래하기도 했다. 그루브와 공간감을 내세우는 공연을 이어가다가 린킨 파크(Linkin Park)의 'Faint'를 선곡하면서 공연의 텐션을 급속도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같은 시간에 펼쳐진 악스웰 앤 인그로소의 공연에 밀려 비교적 관객은 적었지만 이 날 팬들이 입을 모아 최고로 뽑는 공연은 ZHU의 퍼포먼스였다.

ZHU 못지 않은 인상을 남긴 뮤지션은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듀오인 서드 파티(Third Party)였다. 조니 맥케어(Jonnie Macaire), 해리 배스(Harry Bass)로 구성된 이들은 요즘 영국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드럼머신과 신시사이저, 그리고 패드를 활용한 라이브는 몹시 화려했다. 'Nobody To Love'(Sigma)와 신곡 'Free'에서 그 분위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공연 후반부 LED 화면에는 떠오른 '고마워'라는 문장이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매년 반복되는 지적, 개선된 것은 무엇인가?

 UMF 코리아 첫날, 메인 스테이지의 피날레를 장식한 악스웰 앤 인그로소(Axwell ^ Ingrosso)

UMF 코리아 첫날, 메인 스테이지의 피날레를 장식한 악스웰 앤 인그로소(Axwell ^ Ingrosso) ⓒ 울트라 코리아


토요일, 일요일에도 데이비드 게타(David Guetta), 알엘 그라임(RL Grime), 어보브 앤 비욘드(Above & Beyond), 스티브 안젤로(Steve Angello) 등 많은 뮤지션들이 좋은 공연을 펼쳤다. 일요일에는 N.W.A 출신의 아이스 큐브(Ice Cube)가 첫 내한 공연을 펼치면서 힙합 팬들을 흥분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UMF 코리아를 둘러싼 관객들의 볼멘소리가 잦아들 줄 몰랐다. 입장 시, 미로처럼 빙빙 도는 바리케이트는 더운 날씨 속 관객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물품 검사의 기준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었다. 백팩과 호루라기, 물총 등 금지 품목을 들고 다니는 관객들도 적지 않게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공연은 밤 11시쯤에 마무리되었지만, 공연장을 빠져 나가는 데에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동선 관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입장 시 물품보관소에 짐을 맡긴 사람들 중에서는 12시가 되어서야 짐을 찾은 사람도 있었다. 공간 자체가 몹시 협소했고, 인력도 배치되지 않았다. 일부 안전 요원들은 불친절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사람들이 술을 많이 마시는 만큼 많은 쓰레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쓰레기통에 대한 관리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딜 가나 산처럼 쌓인 쓰레기를 발견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한 불쾌함을 호소하는 관객들도 있었다. 하루에 수만 명이 찾는 대형 축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운영 수준이었다.

7주년을 맞은 UMF 코리아는 이제 10주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클럽보다 넓게 트인 공간에서 흥겨운 음악을 들으며 술을 들이켤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최고의 페스티벌'로 불리고 싶다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직 많이 있다. 데이비드 게타나 체인스모커스 등 정상급 스타를 섭외한다는 것만으로 최고의 페스티벌은 완성되지 않는다.UMF 코리아는 이변이 없는 이상 내년에도 매진 행진을 기록할 것이다. 그러나 매년 지적되는 문제들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것, 간과해선 안 될 문제다. 2019 UMF 코리아는 다른 걱정 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이 될 수 있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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