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결과 조치안을 증권선물위원회에 상정하기 전 증선위의 회의 운영원칙에 대해 발언을 하고있다.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결과 조치안을 증권선물위원회에 상정하기 전 증선위의 회의 운영원칙에 대해 발언을 하고있다.
ⓒ 금융위원회

관련사진보기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아래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아래 삼성바이오)에 대해 2015년 이전 회계처리 부분도 따져보겠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금융감독원이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잠정결론을 내린 상황에서 증선위의 이번 결정이 향후 회계부정 처리의 가늠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삼성바이오 관련 증선위 논의 경과에 대해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냈다. 금융위는 "금감원은 2015년 회계변경 문제만 지적하고 있으나, 이전 기간 회계처리의 적정성 여부도 함께 검토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증선위 논의 과정에서 제기됐다"고 했다. 이어 "콜옵션 관련 공시 문제도 이전 기간 회계처리의 타당성에 대한 증선위의 판단이 정해져야 조치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금융당국은 덧붙였다.

처음부터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처리해야 했다?

지난 12일 예정에 없던 증선위 임시회의에서, 한 증선위원이 "처음부터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아래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다른 위원들도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증선위가 급히 임시회의를 열었다는 것.

금감원은 지난달 1일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잠정결론 내리고 금융위에 이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2015년 말 삼성바이오 자회사 삼성에피스가 국내에서 복제약 승인을 받아 이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잃었다며 회계처리를 바꾼 것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면서 삼성에피스를 장부가액이 아닌 공정가치(시장가치)로 평가했고, 이에 삼성에피스의 가치는 3300억 원에서 4조 8000억 원으로 뛰었다. 그 결과 삼성에피스의 최대주주였던 삼성바이오는 설립 이후 최초로 흑자를 올리게 됐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는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은 관련 회계기준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이어 "삼성에피스의 복제약 개발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공동설립회사인) 바이오젠이 삼성에피스 지분을 사들이는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라고 회사 쪽은 설명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과 함께 삼성에피스를 설립할 당시인 지난 2012년부터 바이오젠에게 삼성에피스 지분(49.9%)를 살 수 있는 콜옵션을 줬다. 삼성에피스를 삼성바이오만의 자회사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애초부터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를 회계상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처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런 부분을 살펴보기 위해 증선위가 지난 2015년 이전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도 함께 보겠다고 했다는 얘기다.

삼성바이오, 삼성에피스 관계회사로 처리했다면 '완전자본잠식'

이처럼 증선위가 심의 범위를 넓히게 되면 삼성바이오에 유리해질까, 불리해질까?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회계사)의 대답은 "(삼성바이오에) 전혀 유리할 수 없다"이다. 그가 말한 이유는 이렇다.

만약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를 처음부터 관계회사로 처리하고 유지했다면 삼성에피스의 가치는 회계상 장부가치(순자산)로 처리된다. 처음부터 종속회사로 처리해왔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 동안 삼성바이오는 계속 적자였기 때문에 2015년에는 완전자본잠식(순자산이 자본금보다 더 적어져 자본이 마이너스 상태를 기록)에 가까워진다.

김 소장은 "종속회사나 관계회사로 처리하더라도 삼성에피스의 장부가치는 같다"며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처음부터 관계회사로 처리했다면 지금의 장부가치는 대단히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종속회사든 관계회사든 삼성에피스의 기업가치가 별로 없는데, 그 과정에서 이것과 전혀 별개 사건인 바이오젠의 콜옵션 가치를 평가한다면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시 말해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를 애초부터 관계회사로 처리하고 유지했다면 삼성에피스의 가치가 부풀려질 수 없었고, 삼성바이오가 코스피에 상장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의 2012~2014년 회계처리를 따지게 되면, 오히려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로 잘못 처리해왔다는 것이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참여연대는 내다본 것이다.

다만 삼성바이오가 고의적으로 그렇게 한 것인지, 실수로 한 것인지에 대해선 이후 증선위 회의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이든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참여연대는 설명했다.

참여연대 "삼성에피스 장부가치에서 시장가치로 바꿔 평가해도 뻥튀기 지나쳐"

이와 함께 참여연대에서 강조한 부분은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를 2015년에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를 변경하더라도 그 가치를 부풀린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이다. 김 소장은 "종속-관계회사 처리는 회계에선 큰 의미가 없다"며 "결과는 똑같은데, 2015년 삼성바이오가 이를 바꾸면서 장난을 친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종속회사가 관계회사로 바뀔 경우 지분가치를 장부상 금액이 아닌 시장가액(공정가치)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때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바꾸면서 그 가치를 지나치게 부풀렸다는 것이 참여연대의 설명이다. 김 소장은 "시장가치로 바꾸더라도 절대 그렇게 부풀려질 수 없다"며 "종속회사든 관계회사든 평가금액은 무조건 같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소장은 "삼성바이오의 주장이 모두 맞다 하더라도 2015년 회계처리는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 동안 금융위 감리위원회와 증선위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심의하는 과정에서 금감원은 고의적 분식회계라고 주장해왔고 삼성바이오는 무혐의라고 맞서왔다. 그런데 증선위가 2015년 이전 회계처리도 살펴보겠다고 하면서 삼성바이오의 과실 혹은 중과실로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커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선 삼성바이오가 미래의 회계처리 변경을 염두에 두고, 2012년부터 고의로 삼성에피스를 관계사가 아닌 종속회사로 처리했다는 점을 입증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가 실수로 회계처리를 했다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에 무게추가 쏠리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증선위는 오는 20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3차 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와 금감원, 회계법인들의 주장을 모두 들어볼 예정이다. 이 회의는 일반재판처럼 모두 한자리에서 각자의 주장을 펼치는 대심제로 진행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20일 회의는 물론, 다음달 4일 회의에서도 최종결론이 나오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태그:#삼성바이오로직스, #금융위원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