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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는 쉼 없이 글쓰기에 도전하는 분들이 모여 있습니다. 바로 '시민기자'입니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시민기자들이 저마다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자신만의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아갑니다. 먹고 살기도 바쁜 와중에 이들은 어떻게 글을 쓰고 있을까요? 그 노하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박현진 시민기자
 박현진 시민기자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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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에 위치한 한국교원대학교. 박현진 시민기자의 일터다. 초등교사인 그는 지난해부터 이곳에서 파견근무 중이다. 어쩔 수 없이 거처도 학교 근처로 옮겼다.

문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젖먹이 아기를 돌봐야 하는 아내였다. 집 주변은 시골이어서 몇몇 가게를 제외하면 그야말로 허허벌판.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 편한 쇼핑몰이나 백화점은 물론 마트나 병원을 갈 때도 차를 타고 나가야만 한다.

"안 그래도 아내는 타 지역에서 대학을 나와 주변에 친구가 부족했거든요. 낯선 곳에서 육아를 하면서 많이 우울할 것 같았어요."

그는 아내의 우울함을 어떻게 덜어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답은 결국 외출이었다. 아내 혼자서 친구를 만나러 자주 나가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었다. 아내가 1박 2일로 친구네 집에 놀러 간 동안 그는 아이를 돌봤다. 혼자서 분유를 타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놀아주고, 이유식도 주고, 밤잠도 재웠다. 그렇게 하루가 훌쩍 갔다.

순식간에 흘러가버리는 아이와의 시간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허둥지둥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놀아준 순간들을 활자로 남겨두면 훗날 아이도 엄마도, 그리고 나도 언제든 추억을 꺼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아이와 단둘이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빠들에게 유익한 정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박현진 시민기자는 아기가 낮잠을 자는 사이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렇게 <오마이뉴스>에서 '초보아빠 육아일기' 연재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 <엄마의 독서> 등 엄마들이, 또는 작가들이 쓴 자전적 육아 에세이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시대. 초보 아빠이자 글 쓰는 게 직업이 아닌 그는 어떻게 '겁도 없이' 육아일기를 연재할 생각을 했을까. 박현진 시민기자에게 이메일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쓰는 사람이 되다

 아빠가 아기를 보는 건 당연하다
 박현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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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다. 생각이나 고민이 머릿속에 차오르면 펜을 들고 노트에 적어 내려가는 날이 많았다. 딱 거기까지였다. 혼자서만 보는 글.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한 글은 천부적 재능을 지닌 이들의 영역인 줄 알았다. 글쓰기는 그가 감히 발을 디딜 곳이 아니라고 지레 겁먹은 채 살아왔다.

지난해 잠시 교직을 떠나 한국교원대학교에서 파견근무를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교정을 걷다가 한 공지문이 눈에 들어왔다. 학교 신문사에서 독자 기고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학부 생활을 마친 지 8년 만에 다시 대학으로 돌아온 감회를 적어둔 글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내 이야기에 공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이 기회다 싶었다. 원고를 다듬어 신문사에 냈다. 며칠 후 그의 글이 실린 신문이 교정에 뿌려졌다. 지인들이 좋다고 칭찬해줬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본격적으로 공적인 글쓰기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동안 써둔 글을 대중 앞에 어떻게 공개할까 고민하던 중에 <오마이뉴스>에서 기사를 읽었다. 한 선생님이 수업에 대한 반성과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글이었다. 이런 소재도 기사가 될 수 있구나 싶었다. 내친김에 <오마이뉴스>에 가입해 시민기자가 됐고, 육아일기 연재를 시작했다.

기사 연재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꾸준히 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게 일이었다.

"시간 내기가 정말 힘들더라고요. 밖에서는 대학원 수업을 듣고 학과 행사에 참여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온전히 아기와 시간을 보내게 되니 글 쓰는 게 참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주로 아기가 밤잠에 들어간 밤 10시 이후에 글을 쓰거나 아기가 일어나기 전인 오전 7시나 8시쯤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또, 의자에 앉는다고 글을 뚝딱 완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대학원 수업 쉬는 시간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자투리 시간에 스마트폰 메모장이나 노트를 열어 쓰고 싶은 글의 목차나 개요, 키워드를 정리해 두었다가 그걸 참조해서 글을 써서 시간을 절약했습니다. 평소보다 시간이 날 때는 미리 글을 몇 편 써두기도 해요."

육아일기라고 아이 이야기만? 이제는 달라져야

그는 허둥지둥 아이를 키우며 배워가는 노하우를 많은 독자와 공유하고 싶어 최대한 생생하고 자세하게 쓰는 데 공을 들이는 편이다. 단순히 '아이와 놀아준다'가 아니라 "아기의 잡기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늘어난 티셔츠를 입어서 잡고 놀게 해준다"처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식이다. 글이 읽는 사람에게 '일용할 양식'이 되려면 최대한 생생하게 장면을 담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렇다고 경험담만 나열하지는 않는다. 정보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취재를 할 때도 있다. 아내와 인터넷을 통해 글에 들어갈 아이발달에 맞는 육아 정보를 모으고, 시간이 날 때마다 육아서적을 참고한다. '아이가 감기 걸렸을 때 대처법'처럼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글을 쓸 때는 <삐뽀삐뽀 119 소아과> 등 다수가 인정하는 육아전문서적이나 전문가의 블로그에서 입증된 정보만 인용한다.

특별히 그가 다른 육아 에세이와 차별점을 두는 건 따로 있다. 아기 이야기만 쓰지 않기, 단순히 애 키우는 이야기만 하지 않기. 그가 글 쓸 때마다 점검하는 지점이다.

"아기와의 추억을 남기는 글이기도 하지만 그 못지않게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쓰는 글이기도 해서 아내 이야기도 많이 써요. 육아 이야기를 아내와 함께 나누면 부부의 육아 스트레스를 해결해주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단순히 육아 정보 공유, 개인적인 사연 공유에서 그치지 않으려 노력해요. 남성의 육아참여 촉구, 육아를 둘러싼 규범에 대한 문 제제기 등 사회적 차원의 메시지를 넣으려 합니다."

심혈을 기울인 덕분일까. 그가 쓰는 '초보아빠 육아일기'는 기사가 나올 때마다 반응이 좋다. "정말 멋진 아빠네요", "이런 남편만 있다면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듯하네요" 같은 훈훈한 댓글들이 달릴 뿐만 아니라, 포털사이트 육아페이지에도 자주 게재된다.

지인들의 반응도 뜨겁다. 기사가 메인 페이지에 걸린 것을 캡처해서 보내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10년 전쯤 군대에서 만났던 동기가 기사를 보고 연락해왔다. 이 친구도 아기를 둘이나 키우는 아빠가 됐다. 육아일기 덕에 조만간 만나서 한바탕 '육아 수다'를 나누기로 했다.

육아는 부부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는 중이지만 여전히 육아를 더 많이 하는 쪽은 엄마인 게 현실이다. 그만큼 육아 에세이를 읽는 사람도 엄마가 많을 확률이 높다. 불특정 다수의 엄마들에게 평가받는 게 두렵진 않았을까.

"당연히 있어요. 하지만 많은 엄마들이 육아의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아이를 위한 아빠의 마음을 더 헤아려주시는 듯해요. 힘을 낼 수 있는 댓글을 많이 남겨주시더라고요. 오히려 남성으로 추정되는 분이 쓴 악성댓글 때문에 상처를 받는 일이 있었죠. 이미 기사로도 썼지만, '빠충'이라고 표현하거나 '남자가 왜 아기를 보냐', '그게 자랑이냐' 식의 내용이었어요. 지금은 그런 댓글들 그냥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지만 처음에는 마음이 좀 안 좋더라고요. 육아는 사실 엄마만의 책임은 아니잖아요. 제 기사를 보고 아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빠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

 박현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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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매주 한 편의 글을 송고하는 게 목표다. 한 주는 육아일기, 또 한 주는 교사로서 교육 에세이를 쓴다. 2017년 11월부터 5월까지 총 30여 건의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보냈다. 니체가 "행동하는 자만이 배우기 마련이다"라고 하지 않았나. 아직 공적인 글쓰기를 쓴 지 1년도 안 된 '새내기' 수준이지만, 반복적으로 쓰면 '잘 쓰는 사람'에 가닿을 수 있다고 믿는다. 모든 배움의 원리가 그렇듯이 말이다.

"글은 자주, 규칙적으로 써야 실력이 는다고 믿고 있어요. 그래서 제 자신과 약속했어요. 딱 2가지 주제, 육아와 교육으로 일주일에 한 편씩 번갈아 가면서 글을 써보자 다짐했어요. 기사에는 쓴 날짜가 나오잖아요. 나중에 아기가 크면 '아빠가 이렇게 꾸준히 글을 썼다'고 자랑하고 싶어서 더 자주 쓰려고 노력하게 돼요."

글이 잘 안 써지거나 쓰기 싫어질 때도 있다. 바빠서 글 쓸 시간이 도저히 안 날 것 같은 날도 존재한다. 그럴 때는 '일단 쓰자' 결심하고 의자에 앉으려 한다. 작가 은유의 말처럼 "글 쓰는 에너지를 회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글 쓰는 것"이라는 지론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소설책이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장작이 될 때도 있다. 간결한 문장과 짜임새 있는 서사를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삼국지>. 이문열, 장정일, 정비석 등 다양한 작가의 버전을 섭렵했다. 최근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탐독 중이다.

"요즘 대학원 논문 준비 때문에 슬럼프를 겪고 있어요. 그런데 오히려 최근 육아일기를 쓰면서는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됐어요. 글의 첫 줄을 쓰기까지는 힘들었는데, 오히려 쓰다 보니 기분 전환도 되고 아기 생각도 나면서 활기가 돋더라고요. 일부러 약간 유머러스한 표현도 섞어 쓰고, 아기의 웃기게 나온 사진도 함께 게재하면서 재미를 찾을 수 있었어요. 글쓰기가 오히려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시간이 된 것이지요.

저는 '어차피 시간은 간다'는 말을 매우 자주 떠올려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와 유사한 말이겠지요? 어떤 힘든 일도 시간이 해결해줍니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 같아요. 힘들고 어려워도 계속 쓰다 보면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 믿어요."

그의 올해 목표는 연말에도 '육아일기를 쓰고 있는 것'이다. 멈추지 않고 끝까지 쓰기. 그의 도전을 응원한다.

[박현진 기자 대표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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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