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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지사 재선에 성공한 원희룡 당선자(사진제공 : 원희룡 후보 선거사무소)
 제주도지사 재선에 성공한 원희룡 당선자(사진제공 : 원희룡 후보 선거사무소)

숨가쁘게 달려온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였던 제 38대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선거에서는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를 제치고 당선했다.

원희룡 당선자는 총 17만8225표를 획득하며 13만7901표에 그친 문대림 후보를 11.7%포인트 격차로 크게 이겼다.

재선 도전에 나선 원희룡 당선자의 시작은 험난 그 자체였다.

정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야당세가 사실상 궤멸한 상태에서 무소속 출마를 택한 원희룡 후보는 4월 17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42.4%를 기록한 문대림 후보에 약 13%포인트 뒤지는 29.4%를 기록했다.

이후 지지율 격차를 점차 좁혀 나가던 원희룡 당선자는 지난 5월 14일 KBS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문대림 후보에 0.1%포인트 앞서는 38.1%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마침내 역전에 성공했다.

이날 이후 두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는 점차 벌어졌으며, 선거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격차를 나타냈으며, 이는 최종 선거 결과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소속 정당 없이 무소속으로 선거전에 임한 원희룡 당선자
 소속 정당 없이 무소속으로 선거전에 임한 원희룡 당선자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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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핫라인을 강조했던 문대림 후보에 무소속으로 맞섰던 원희룡 후보의 승리에 대해서는 "정당보다는 인물"을 선택해왔던 제주 지역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투표장에서 만난 도민들 중 상당수가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도지사로는 원희룡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이는 진흙탕 싸움으로 얼룩진 이번 도지사 선거에서 "그래도 제주도의 인물은 원희룡"이라는 민심을 만들어냈으며, 이는 결국 제주 지역에서는 네번째 무소속 도지사가 탄생한 배경이 되었다.

문대림 후보 측이 원희룡 당선자의 지난 소속 정당과 정치적 행보를 근거로 '적폐'라고 공격한 것에 대해 원희룡 당선자 역시 문대림 후보의 부동산 관련 의혹과 우근민 전 지사 등 구세력과의 관계를 근거로 '적폐'라고 맞서며, 진보와 보수 간 정면대결로 치러진 타 지역 선거와는 다른 대결 양상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인물론과 함께 원희룡 후보의 당선에는 자발적으로 결성된 팬클럽 등 도민들의 지지도 큰 몫을 차지했다.

원희룡 당선자가 팬클럽 회원들과 새별오름 등반에 나서고 있다
 원희룡 당선자가 팬클럽 회원들과 새별오름 등반에 나서고 있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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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차원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팬클럽의 자발적 선거 참여와 응원, SNS 등을 이용한 여론전은 원희룡 후보에게 큰 힘이 되었으며, 이에 원희룡 후보는 "내 소속은 제주도민당"이라고 화답하며 응집된 화력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인물론과 팬클럽의 자발적 참여에 맞선 문대림 후보는 여당의 전폭적인 지지와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정책적 우위를 보이지 못한 것이 패인이 되고 말았다.

제주 이주 후 첫 선거에 참여한 박아무개(43)씨는 "민주당을 전폭 지지해 문대림 후보를 선택하려 했지만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으로 두 후보 간 정책을 비교하게 되었다"며, "원희룡 후보와 문대림 후보 간 정책적 차이점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인물 파워가 더 커보이는 원희룡 후보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서로 간의 흠집잡기로 치달았던 진흙탕 선거전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던 도민들조차 문대림 후보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되었으며, 이어진 정책 대결에서도 문대림 후보가 원희룡 후보와 별다른 차이점을 보이지 못한 것이 이번 선거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후보가 추진해온 대중교통과 카본프리 아일랜드2030 정책 등도 재선에 한 몫을 했다.

제주전기차엑스포에서 원희룡 당선자가 볼트EV를 살펴보고 있다
 제주전기차엑스포에서 원희룡 당선자가 볼트EV를 살펴보고 있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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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북동에 거주하는 윤아무개(39)씨는 "원희룡 후보가 추진한 대중교통 개편과 전기차 보급, 재활용품 분리수거 정책에 대해 불만이 많긴 했지만 제주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며, "막연히 4차 산업혁명만을 외치는 타 후보와 달리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산업 유치를 추진해온 원희룡 후보가 제주의 미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원희룡 후보가 지난 도지사 시절 추진해온 대중교통체계 개편과 전기차, 자율주행차 산업육성, 재활용품 분리수거 제도 등에 대해 도민들의 불만이 많았지만, 그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다시 한 번 도민의 선택을 받은 원희룡 후보는 앞으로 4년간 제주의 미래 기반을 마련함과 동시에 선거과정에서 분열된 민심을 봉합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게 되었다.

원희룡 당선자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현안은 역시 제2공항이다.

성산 제2공항을 어떻게 풀어나갈 지가 향후 도정의 가장 큰 숙제다
 성산 제2공항을 어떻게 풀어나갈 지가 향후 도정의 가장 큰 숙제다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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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입지로 선정된 성산읍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한 반대에 부딪혀 아무런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원희룡 당선자는 어떤 형태로든 해답을 제시해야 하는 책임을 부여받았다.

이와 함께 오라관광단지와 제주헬스케어타운, 부영 호텔 경관사유화, 송악산유원지 등 문제점을 지적받고 있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하는 것도 원희룡 당선자의 숙제다.

이런 해묵은 문제 해결과 함께 제주의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책임도 원희룡 당선자의 몫이다.

제주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관광산업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사용액을 바탕으로 제주관광공사에서 분석한 연도별 관광산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중국인 관광객이 빠져나간 자리를 내국인 관광객이 메우며 2016년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으나, 매년 성장하던 관광시장이 처음으로 제자리 걸음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제주관광공사 연구센터가 발표한 자료
 제주관광공사 연구센터가 발표한 자료
ⓒ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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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원희룡 당선자는 제주의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관광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가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되었다.

지난 도정에서 야심차게 추진해온 카본프리 아일랜드2030 정책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선거로 제주도가 사령탑을 잃은 동안 타 지자체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관련 산업 주도권 쟁탈에 뛰어들며 제주가 그 중심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기차 관련 산업의 메카를 자처해온 제주가 주춤하는 동안 서울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전기차 엑스포가 진행되었으며, 서울과 판교 등지에서는 자율주행차가 시범운영을 시작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의 집합체로, 세계 각국이 미래 핵심산업 중 하나로 꼽고 있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제주가 다시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원희룡 당선자의 책임이 막중한 상황이다.

그 외 찬반 여론이 여전히 뜨거운 대중교통체계 개편과 재활용품 분리수거제에 대해 도민 여론을 수용한 개선책 제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선거에서 제주 도민 과반수가 보내준 지지는 원희룡 당선자가 추진해온 정책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가 아니라 향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재로 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타 지자체에 비해 아직 부족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도 강화되어야 한다.

급증하는 인구와 관광객으로 인한 교통사고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후천적 장애를 입은 도민들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사회 복귀 지원은 원희룡 당선자가 풀어야 할 마지막 퍼즐의 조각일 지도 모른다.

이런 도민들의 관심 속에 원희룡 당선자는 14일 오후 2시, 당선증을 교부받으며 공식적인 도지사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2018년 6월 13일과 6월 14일, 제주교통복지신문(http://www.jejutwn.com/)에 개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태그:#제주도지사, #원희룡,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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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 : 제주, 교통, 전기차,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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