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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지방선거 출구조사를 지켜보던 중 자리를 떠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지방선거 출구조사를 지켜보던 중 자리를 떠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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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만이 붉은 색을 띨 뿐이다. 자유한국당은 6.13 지방선거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대구·경북 등 단 2곳만 차지했다. 경남지사 선거는 개표 초반 접전이었지만 14일 새벽 1시 30분 현재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득표율 50.59%를 기록하면서 당선이 유력해졌다. 한국당은 'TK 자민련'으로 주저 앉았다.

광역단체장만이 아니다. 한국당은 이날 새벽 1시 36분 기준 국회의원 재보선 12곳 중 단 1곳도 얻지 못했다. 13일 지상파 3사 공동 출구조사 땐 승리할 것으로 예측됐던 경북 김천 국회의원 재보선마저 같은 시각 기준 최대원 무소속 후보가 송언석 한국당 후보에게 근소하게 앞서면서 접전을 벌였다.

바른미래당은 더 심각했다.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단 1곳도 건지지 못했다. 당의 대주주이자 간판스타인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마저 3위로 밀렸다. '의미 있는 2위'를 기대했던 것과 사뭇 다른 결과였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박주선 공동대표는 "권토중래를 해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칠흑 같은 어두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총 266곳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보수 야당의 성적은 초라하다. 민주당은 이날 새벽 2시 22분 기준 기초단체장 148곳에서 앞서고 있었지만 한국당은 55곳에서만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바른미래당이 앞선 곳은 없었다. 그 외에 민주평화당이 6곳, 무소속 후보가 17곳에서 앞서고 있었다.

보수 야당으로 분류됐던 두 당의 6.13 지방선거 성적표는 이처럼 참담했다. 특히 한국당에겐 더욱 충격적인 결과였다. 한국당은 전신인 민주자유당·한나라당·새누리당 때도 부산·울산·경남을 민주당에게 뺏긴 적이 없었다. 2010년 지방선거 때 당선됐던 김두관 경남지사도 민주진보단일후보였지만 '무소속'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한꺼번에 다 내줬다.

'보수의 궤멸'로 읽힐 참담한 결과 앞에 양당 모두 쇄신·변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탄핵 정국을 기점으로 어지러이 분화됐던 보수 진영이 이제는 단합해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2006년 지방선거와 유사한 상황

6.13 지방선거 결과는 2006년 지방선거 때와 비교할 만하다. 당시엔 한나라당(현 한국당)이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중 12개를 차지했다. 여기에 '비노(비노무현)-호남' 성향의 민주당은 광주시장·전남지사 선거에서 승리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이 승리한 곳은 전북 1곳뿐이었다.

당시 '역대급 참패'를 당한 여당 내부에서부터 정계개편이 거론됐다. '반(反)한나라당'을 깃발 삼아 모두 모이자는 주장이었다. 새정치국민회의에서 갈라졌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재통합, 그리고 중도개혁 성향의 고건 전 국무총리의 합류까지 점쳐졌다.

하지만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통합신당 창당론'과 '열린우리당 사수론'이 격렬하게 맞붙으면서 오랫동안 논쟁만 이어졌다. 2007년 대선을 1년 앞두고선 연쇄탈당·신당창당 등 어지러운 상황이 이어지다 하나의 당(통합민주당)으로 재편됐다.   

13일 오후 여의도 바른미래당사에 마련된 6.13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결과를 시청하던 유승민 공동대표와 박주선 공동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이야기 나누는 유승민-박주선 공동대표 13일 오후 여의도 바른미래당사에 마련된 6.13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결과를 시청하던 유승민 공동대표와 박주선 공동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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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도 이와 비슷하게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반(反) 문재인'을 앞세운 보수 대통합론이 분출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홍준표 대표는 지난 12일 대구 서문시장 방문 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와 앞으로 친하게 지내겠다, 어차피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3등 하면 짧은 시간 내에 정치권에서 사라지고 혼자 남는다"면서 보수 통합 필요성을 제기했다. 유승민 대표 역시 "지방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정계개편이 금방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국당이 진짜 변하면 언제든지 합칠 수 있다'는 얘기는 내가 늘 일관되게 했던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역시 결론은 쉽게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모두 통합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선거일인 13일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보수 표심이 어느 쪽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은 형태가 나오면 새롭게 보수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는 있겠지만 상당 기간 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 전망한다"고 말했다.

불가피한 내홍

특히 양당 모두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극심한 내홍에 시달릴 것으로도 보인다.

당장 한국당은 '포스트 홍준표'를 둘러싼 갈등이 예상된다. 앞서 홍 대표는 광역단체장 17곳 중 6곳을 지키지 못하면 오는 7월까지의 임기를 지키지 않고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새로 선출될 당대표가 2020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만큼 그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 재건비상행동' 소속의 전직 의원과 당협 위원장 등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홍준표 당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재건비상행동' 소속의 전직 의원과 당협 위원장 등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홍준표 당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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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원유철·나경원 등 중진 의원들이 이미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정우택 의원은 선거기간 중 홍 대표의 2선 후퇴를 주장하면서 '반(反) 홍준표' 전선을 형성했다. 나경원 의원 역시 13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제일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당이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반성하지 않았다' 얘기였다. 그래서 쇄신, 변화. 이런 목소리들이 터져나올 것"이라며 "우리가 많이 얻었든, 적게 얻었든 당의 변화를 얘기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대표가 다시 당권에 도전하면서 재신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 등 '북풍(北風)'과 '여론조사 조작' 등을 선거 패배 원인으로 주장하면서 책임론을 회피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출구조사 결과 발표 후 기자들을 만나 "(홍 대표의 사퇴 여부를) 지금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서 "투표 결과를 모두 수용하고 판단한 뒤 당 지도층과 수습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다만 홍 대표의 재도전은 만만치 않은 저항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홍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 중 후보들이 당대표의 지원유세를 피해 다니는, 이른 바 '홍준표 패싱' 굴욕을 당한 바 있다. 출구조사가 발표된 직후엔 전·현직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으로 구성된 '자유한국당 재건 비상행동' 모임이 여의도 당사에 홍 대표의 즉각적 사퇴를 요구하면서 농성에 들어가기도 했다.

안철수-유승민 갈라지나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13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6.13지방선거 개표상황실을 방문해 출구조사결과 3위로 나온 것에 대해 "서울시민의 준엄한 선택을 존중하며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짤은 입장문을 발표한 안철수 후보가 승강기를 타고 당사를 떠나고 있다.
▲ 여의도 당사 떠나는 안철수 후보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13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6.13지방선거 개표상황실을 방문해 출구조사결과 3위로 나온 것에 대해 "서울시민의 준엄한 선택을 존중하며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짤은 입장문을 발표한 안철수 후보가 승강기를 타고 당사를 떠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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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은 당의 존립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국민의당(안철수)·바른정당(유승민) 합당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당 간판인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한국당 김문수 후보에 밀려 3위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반(反)문재인'을 기치로 한 한국당과의 통합에도 동의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미 서울 노원병·송파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과 안철수·김문수 단일화 추진 논란 등을 겪으면서 안철수계와 유승민계 간 갈등이 노골화 됐다.

이 과정에서 바른미래당 내 호남 출신 의원들은 일관되게 보수 대통합 흐름을 반대해 왔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지난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한국당과의 통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바른미래당은) 대안정당으로 출발했고 지금 수구·구태 보수는 소멸을 시키고 청산을 해야 될 상황이라고 판단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유승민 대표의 결심이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그는 한국당의 쇄신·반성을 전제로 한 '합리적 보수' 세력 규합에는 동의해 왔다. 지방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선거 직후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고도 밝힌 상황이다. 유 대표는 14일 오전 10시 옛 바른정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태그:#홍준표, #유승민, #보수통합, #6.13 지방선거, #정계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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