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드릭 라마의 첫 내한 공연은 오는 7월 30일, 잠실 보조경기장에서 열린다.

켄드릭 라마의 첫 내한 공연은 오는 7월 30일, 잠실 보조경기장에서 열린다. ⓒ 현대카드


오는 7월 30일,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한국에 온다. 이것은 에미넴의 내한 공연(2012년) 이후 한국의 힙합팬들을 가장 흥분시킬 수 있는 이슈다. 6월 7일과 8일에 걸쳐 이뤄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4 : 켄드릭 라마'의 선예매분은 어렵지 않게 매진되었다. 예견된 일이었다.

켄드릭 라마는 현세대 최고의 랩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여러 차례 그래미상을 받은 것은 물론, 최근엔 랩퍼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이전까지 퓰리처상 음악 부분 상은 대부분 클래식과 재즈 뮤지션이 받았다. 그는 힙합 뮤지션으로는 최초로 퓰리처상에 이름을 올렸다.

캘리포니아 컴튼(Compton) 출신인 그는 닥터 드레(Dr. Dre)와 투팍(2Pac)이 'California Love'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모습을 보고 힙합에 매료되었다. 케이닷(K.Dot)이라는 이름으로 힙합을 시작한 그는 정규 2집 < good kid, m.A.A.D city >을 비롯, 발표한 작품들을 모두 명반의 반열에 올렸다.

2015년에 발표한 정규 앨범 < To Pimp A Butterfly >는 21세기 대중음악 최고의 명반으로 여겨진다. 켄드릭 라마는 이 앨범에서 펑크, 소울, 재즈 등 수많은 장르를 밑바탕에 깔고, 미국 사회에서 흑인이 처한 현실을 고발했고, 흑인으로서의 자의식을 논했다. 켄드릭 라마는 인종 차별을 비판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흑인을 착취하는 사회에 기여하는 흑인들을 비판하고, 자기 자신을 '21세기 최고의 위선자'라며 비판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의 랩 퍼포먼스 역시 놀랍다. 'U' 같은 곡에서는 폐인처럼 울부짖고, 흑인 사회의 위선을 일갈하는 'The Black The Berry'에서는 무서울 정도로 날을 세운다. 감정을 전달하는 켄드릭 라마의 능력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것이었다. <피치포크>, <롤링스톤>, <뉴욕타임스> 등 유력 매체들은 일제히 이 앨범을 그 해 최고의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앨범이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앨범'을 수상하지 못한 것은 이변 중의 이변이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젊은 전설

지난해에 발표된 < DAMN >은 < To Pimp A Butterfly >보다 조금 더 대중친화적인 작품이었다. 켄드릭 라마는 전작이 주는 압박감을 단호히  이겨냈다. 'Humble'이라는 자신 최고의 히트곡도 만들었다. 켄드릭 라마는 사랑과 죄의식부터 인종 문제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와 비트를 다룰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켄드릭 라마에게 퓰리처상을 안긴 앨범 역시 이 작품이다. 퓰리처 위원회는 이 앨범 앞에 '현대 아프리카 흑인들이 삶에서 겪는 복잡성을 포착한 명작', '토착어의 진정성과 역동적인 리듬을 결합한 명곡들의 모음'이라는 평가를 덧붙였다.

이 세 장의 앨범을 통해 켄드릭 라마는 '젊은 전설'의 지위에 올라서게 되었다. 외국 힙합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컨트롤 디스전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을 것이다. 동료 랩퍼 빅션(Big Sean)의 믹스테이프 'Control'에 피처링한 켄드릭 라마는 '널 사랑하지만 죽여야겠어'라고 노래했다.

제이콜(J.Cole), 빅크릿(Big K.R.I.T), 푸샤티(Pusha T), 드레이크(Drake), 에이셉 라키(ASAP Rocky), 왈레(Wale) 심지어 그 곡의 주인공인 빅션조차도 디스의 대상에 넣었다. 켄드릭 라마는 단순히 그들을 모두 공격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힙합신 전체를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욕심을 음악적으로 발현한 것이었다. 그는 위대한 뮤지션인 동시에, 이슈 메이커이기도 하다.

그의 활약은 음악계 전방위를 넘나든다. 13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한 흑인 히어로 영화 < 블랙 팬서 >에서 큰 몫을 해냈다. < 블랙팬서 더 앨범 : Black Panther The Album >의 총괄 프로듀서로 나서, 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데에 기여한 것이다. 켄드릭 라마의 삶은 하나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매일 아침 게토(Ghetto)의 소동을 보고 자랐던 평범한 소년이 이제는 퓰리처상 받는 예술가가 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서사다. 20여년 전 투팍의 모습을 보았던 그 순간, 켄드릭 라마는 어떤 계시라도 받았던 것일까. '투팍의 후예'를 자처하는 랩퍼는 많지만, 켄드릭 라마만큼의 정통성을 획득한 이는 없다. 스스로 역사를 만든 왕. 그 전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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