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송이도 몽돌해변. 검정 몽돌이 아닌, 하얀 빛깔의 몽돌이다. 주먹만한 것부터 바둑알만 한 것까지 작은 몽돌이 지천이다.
 송이도 몽돌해변. 검정 몽돌이 아닌, 하얀 빛깔의 몽돌이다. 주먹만한 것부터 바둑알만 한 것까지 작은 몽돌이 지천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날씨가 더워지면서 그리워지는 게 시원한 숲과 함께 바다다. 서해안에 떠있는 섬으로 간다. 하얀 몽돌 해변이 아름다운 섬이다. 바닷물이 빠지면 드넓은 펄이 드러나 바지락과 동죽, 백합, 맛을 채취할 수 있다. 해넘이까지도 황홀경을 연출하는 섬이다. 고단한 일상 잠시 내려놓고 편히 쉴 수 있는 섬이다. '굴비의 고장' 전라남도 영광에 딸린 송이도다.

송이도는 유명 관광지는 아니다. 아니, 그동안 교통편이 너무 좋지 않았다는 게 적절한 표현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송이도에 가려면 홍농 계마항에서 배를 탔다. 여객선이 하루에 한 번밖에 다니지 않았다. 들어가면 하룻밤 묵어야 했다. 당일치기 여행이 불가능했다.

배 시간도 물때에 따라서 들쑥날쑥했다. 어떤 때는 오전에, 물때에 따라 오후에 들어갔다. 주민들의 불편이 컸다. 번거로움 탓에 외지인들도 기피했다. 덕분에 사람들의 손때를 덜 타는 섬으로 남았다.

영광군 염산면 향화도 전경. 높이 111미터의 전망대가 우뚝 솟아있다. 송이도로 가는 배를 타는 포구다.
 영광군 염산면 향화도 전경. 높이 111미터의 전망대가 우뚝 솟아있다. 송이도로 가는 배를 타는 포구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영광 향화도 앞 풍경. 어선 한 척이 조그마한 섬 앞을 지나고 있다. 그 옆으로는 김 양식장이 펼쳐져 있다.
 영광 향화도 앞 풍경. 어선 한 척이 조그마한 섬 앞을 지나고 있다. 그 옆으로는 김 양식장이 펼쳐져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올해부터는 배편이 달라졌다. 물때의 영향을 받지 않는 염산면 향화도에서 배를 탄다. 향화도에서 오전 8시, 오후 2시30분 두 차례 들어간다. 송이도에선 오전 9시50분, 오후 4시20분 두 차례 나온다. 오전에 배를 타고 들어가 섬을 돌아보고, 오후에 나오는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해졌다. 향화도에서 송이도까지는 1시간 30분 남짓 걸린다.

송이도(松耳島)는 소나무로 둘러싸인 섬의 지형이 사람의 귀를 닮았다고 이름 붙었다. 인구는 100명이 조금 안 된다. 영광군 낙월면에 속한다. 배를 타고 들어가 포구에 내리면 '아름다운 섬 송이도'라고 새겨진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표지석 오른쪽으로 몽돌해변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송이도 몽돌 해변. 크고 작은 돌들이 오랜 세월 파도와 부딪히며 다듬어진 몽돌이 지천이다. 하얀 몽돌이다.
 송이도 몽돌 해변. 크고 작은 돌들이 오랜 세월 파도와 부딪히며 다듬어진 몽돌이 지천이다. 하얀 몽돌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송이도 해변의 몽돌. 바둑알만한 것부터 주먹만한 것까지, 비교적 작은 하얀 몽돌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송이도 해변의 몽돌. 바둑알만한 것부터 주먹만한 것까지, 비교적 작은 하얀 몽돌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송이도는 직설적인 섬이다. 섬의 명물, 몽돌해변을 숨기지 않고 바로 보여준다. 몽돌해변은 1㎞ 남짓 된다. 우리는 해변, 해수욕장이라고 하면 하얀 모래사장(백사장)을 떠올린다. 하지만 송이도 해변에는 모래가 없다. 작은 돌로만 이뤄져 있다.

그것도 검정 몽돌이 아닌, 하얀 빛깔의 몽돌이다. 느낌이 색다르다. 크고 작은 돌들이 오랜 세월 파도와 부딪히며 다듬어진 몽돌이다. 큰 것은 주먹보다도 크고, 작은 것은 바둑알만 한 것까지 지천인 몽돌밭이다.

몽돌은 눈으로 보기에도 멋스럽지만,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느낌이 아주 좋다. 돌도 모나지 않아 걷는데 부담이 없다. 병조각이나 쓰레기도 일절 없어 맨발로 걸으면 더 좋다. 햇볕에 달궈진 몽돌이 천연 지압까지 해준다.

송이도 몽돌해변 풍경. 파도가 밀려와 쏴-하고 몽돌밭을 덮치면, 몽돌은 또르르륵- 소리를 내며 짜글거린다. 그 소리가 마음속까지 상쾌하게 해준다.
 송이도 몽돌해변 풍경. 파도가 밀려와 쏴-하고 몽돌밭을 덮치면, 몽돌은 또르르륵- 소리를 내며 짜글거린다. 그 소리가 마음속까지 상쾌하게 해준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송이도 몽돌 해변. 하얀 빛깔의 몽돌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크고 작은 돌들이 오랜 세월 파도와 부딪히며 다듬어진 몽돌이다.
 송이도 몽돌 해변. 하얀 빛깔의 몽돌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크고 작은 돌들이 오랜 세월 파도와 부딪히며 다듬어진 몽돌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파도가 밀려와서 몽돌에 쏴-하고 부딪히고, 파도가 물러가면서 몽돌이 또르르륵 소리를 내며 짜글거리는 소리도 정겹다. 그 소리에 귓전이 시원해진다. 마음속 깊은 곳까지 경쾌해진다.

몽돌밭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몽돌이 구르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송이도 여행의 본전을 뽑을 수 있다. 신발을 벗고 시원한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것도 바다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몽돌을 모아서 탑을 쌓고, 발바닥 모형을 만들어 보면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도 즐겁다. 납작한 몽돌을 들고 바닷물을 향해 옆으로 던지는, 물수제비를 뜨는 체험도 재밌다. 몽돌해변은 자연이 선사한 놀이공원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송이도 신비의 바닷길. 송이도 해안에서 각이도까지 바닷물이 빠지자, 체험객들이 펄을 드나들고 있다.
 송이도 신비의 바닷길. 송이도 해안에서 각이도까지 바닷물이 빠지자, 체험객들이 펄을 드나들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송이도에서 바라 본 각이도 풍경. 바닷물이 빠지면서 드넓은 바다가 잠시 뭍으로 변했다.
 송이도에서 바라 본 각이도 풍경. 바닷물이 빠지면서 드넓은 바다가 잠시 뭍으로 변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송이도에서 열리는 신비의 바닷길도 드넓다. 신비의 바닷길은 송이도 선착장의 반대편, 서쪽 해안에서 열린다. 바닷물이 빠지면 건너편의 섬 각이도까지 걸어갈 수 있다. 바닷길의 폭이 수 ㎞에 이른다. 걸어서 각이도까지 왕복 한두 시간은 족히 걸릴 거리다.

이 일대가 백합과 맛, 동죽을 채취할 수 있는 체험장이다. 장비를 챙기면 좋지만, 장비가 따로 없더라도 상관없다. (지난 6월 2일) 송이도 여행에 동행했던 김갑주 전 광주시각장애인협회장도 여기서 여러 개의 동죽을 채취했다.

물 빠진 바다의 펄을 걷던 김 회장은 발바닥으로 조개의 감촉을 느꼈다. 그 자리에서 허리를 굽혀 손으로 동죽을 건져 올렸다. 그 언저리에서 금세 10개도 넘는 동죽을 잡았다. "봉사, 문고리 잡았다"며 너스레를 떤 김 회장은 "조개도 사람처럼 모여 산다"고 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송이도 앞 갯벌에서 동죽을 채취하고 있다. 오른쪽이 김갑주 회장이다. 지난 6월 2일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송이도 앞 갯벌에서 동죽을 채취하고 있다. 오른쪽이 김갑주 회장이다. 지난 6월 2일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시각장애인 정상영 씨가 송이도 앞 펄에서 굵은 철사를 들고 맛조개의 구멍을 찾고 있다. 지난 6월 2일이다.
 시각장애인 정상영 씨가 송이도 앞 펄에서 굵은 철사를 들고 맛조개의 구멍을 찾고 있다. 지난 6월 2일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맛조개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맛조개 채취는 약간의 기술이 필요하다. 맛이 사는 구멍을 찾아야 한다. 그 구멍에 조금 굵은 철사 막대를 45도 각도로 꽂아 살짝살짝 건들면서 맛조개를 끄집어내야 한다. 주민들은 금세 잡지만, 일반인들이 체험하기엔 쉽지 않다.

주민들은 여기서 맛을 잡아 짭짤한 소득을 올린다. 바닷물이 빠지면 모래등이 드러나고, 여기서 맛조개가 나온다고 주민들은 이 일대를 '맛등'이라 부른다.

송이도의 왕소사나무 군락. 100여 그루가 한데 모여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돼 있다.
 송이도의 왕소사나무 군락. 100여 그루가 한데 모여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돼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기암괴석이 눈길을  끄는 송이도 해안. 큰내끼에는 해식작용에 의해 형성된 갖가지 모양의 바위들이 모여 있다.
 기암괴석이 눈길을 끄는 송이도 해안. 큰내끼에는 해식작용에 의해 형성된 갖가지 모양의 바위들이 모여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송이도에서 눈여겨볼만한 곳이 또 있다. 우리나라 특산인 왕소사나무 군락도 있다. 송이도에서 가장 높은 왕산(161m)에 100여 그루가 한데 모여 있다. 해안가가 아닌, 산정에 왕소사나무 군락이 형성돼 있는 게 특이하다.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돼 있다.

송이도의 북서쪽 해안 큰내끼에는 절벽과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해식작용에 의해 형성된 물결바위, 촛대바위, 거북바위 등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섬을 한 바퀴 도는 트레킹 코스도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안 돼 있어 걷기에 불편하다. 트레킹 길을 만드는 일 못지않게, 사후 관리가 중요함을 느낀다.

먹을거리나 묵을 곳은 넉넉하지 않다. 섬에 전문 음식점은 없다. 민박집이나 펜션에서 묵으면서 음식을 직접 해먹는 게 가장 좋다. 민박집에 부탁하면 식사도 차려준다. 섬주민이 버무려 내놓는 먹을거리가 별미다. 야영 채비를 해서 몽돌해변에 텐트를 치고 밤바다를 보는 것도 멋스럽다.

송이도에서 채취한 백합. 송이도 여행을 더욱 뿌듯하게 해준다.
 송이도에서 채취한 백합. 송이도 여행을 더욱 뿌듯하게 해준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태그:#송이도, #몽돌해변, #왕소사나무, #각이도, #백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