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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생활에 만족합니다. 교육 방식이 마음에 들거든요."

변리사 장시호(49세)씨는 1년 전 가족과 함께 한국에서 독일 뮌헨으로 이주했다. 독일 특허 로펌 슈밋-닐존 슈라우드 바이블 월프롬(Schmitt-Nilson Schraud Waibel Wohlfrom)에서 일하는 그는 업무를 하면서 글쓰기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업무의 상당 부분이 글쓰기를 기반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발명 내용을 설명하는 문서와 심사관 의견에 반박하는 글을 쓰는 일이 많다. 유럽 특허청(EPO)에서 특허를 받을 수 있도록 고객을 도와주는 게 그의 업무다.

독일 김나지움 학생들 독일 뮌헨에 있는 빌헬름 하우젠슈타인 김나지움(Wilhelm Hausenstein Gymnasium) 학생들.
▲ 독일 김나지움 학생들 독일 뮌헨에 있는 빌헬름 하우젠슈타인 김나지움(Wilhelm Hausenstein Gymnasium) 학생들.
ⓒ 장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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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의 주요 업무는 서류작성입니다. 변리사가 되려는 이공계 대학생들은 글쓰기 공부에 신경쓰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려면 글쓰기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어떤 직업에서든 글쓰기가 필요하므로 수학과 과학만 잘해서는 한계가 있어요."

장시호씨는 "한국의 이공계 대학생들은 책읽기나 글쓰기를 소홀히 하지만 독일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장씨는 "두 아들을 독일 학교인 빌헬름 하우젠슈타인 김나지움(Wilhelm Hausenstein Gymnasium)에 보내보니 객관식 시험은 아예 없고 글쓰기와 토론 위주로 평가한다"면서 "한국이 주입식 암기식에 치우쳐 있다면 독일은 사고력 향상을 위한 토론과 글쓰기 위주"라고 강조했다.

지난 4월 25일 뮌헨의 장시호씨 자택에서 장씨와 그 가족을 인터뷰했다. 부인 이은아씨(48세)와 아들 민(15세, 8학년)과 윤(14세, 7학년)이 함께 했다. 1년 전 한국의 중학교에서 독일 학교로 옮긴 두 학생과 장씨 부부에게 양국 교육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좌담을 했다. 부모가 걱정했던 것과 달리 민과 윤군은 무척 알찬 내용으로 답변해 주었다. 텔레비젼 방송국 스튜디오에 출연해 '교육 좌담회'를 하는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역사적 배경 사진 보여주고 상상해서 글 써라"

"독일 생활 괜찮아요" 장시호 씨는 “한국은 어릴 때부터 죽기 전까지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다 보니 여유를 찾기 힘들다”면서 “하지만 독일 사람들은 시간적으로,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왼쪽부터 부인 이은아 씨, 장 윤 군, 장 민 군, 장시호 씨.
▲ "독일 생활 괜찮아요" 장시호 씨는 “한국은 어릴 때부터 죽기 전까지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다 보니 여유를 찾기 힘들다”면서 “하지만 독일 사람들은 시간적으로,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왼쪽부터 부인 이은아 씨, 장 윤 군, 장 민 군, 장시호 씨.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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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가 꿈인 민군에게 독일 학교의 수업 및 평가 방식을 들어봤다.

"시험 형식이 완전히 달랐어요. 한국에서는 객관식과 단답형이었는데 여기서는 서술형과 논술형 문항이 100%입니다. 암기나 찍기가 통하지 않다보니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민군은 "역사적인 사건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느낀 점을 글로 쓰게 한 적도 있다"면서 "그 예로  농민 봉기와 진압 장면을 담은 그림을 보여주고 소감을 쓰게 한 것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을 하는 장면인지 묘사하는 활동입니다. 그런데 저는 독일 역사를 잘 몰라서 어려웠습니다."

민군은 "교과 지식을 외우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할 필요는 없다"면서 "그것은 인터넷에 다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도 주관식, 서술형 시험이 있었지만 결국 암기를 바탕으로 공부했다"고 지적했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에는 독일 방식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글쓰기 채점 기준도, 생각의 옳고 그름 자체를 따지는 데 두지는 않습니다. 옳든 그르든 자기 생각을 쓰게 합니다. 한국과 큰 차이가 있지요."

민군은 "한국에서는 공부를 무척 많이 시키기 때문에 더 똑똑해질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독일 교육은 글쓰기로 평가 받다 보니 한국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암기해서 정답을 고르는 방식보다 글쓰기와 발표 토론하는 평가가 인재를 뽑는 데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객관식보다 글쓰기로 평가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

"누가 누가 이기나" 장시호 씨의 두 아들 민 군과 윤 군(오른쪽)이 팔씨름하는 장면.
▲ "누가 누가 이기나" 장시호 씨의 두 아들 민 군과 윤 군(오른쪽)이 팔씨름하는 장면.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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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과학자가 꿈인 동생 윤군도 거들었다.

"글을 써내야 하는 과제가 많습니다. '명품 옷을 입으면 실용적인가'를 주제로 과제를 받은 적도 있어요. 저는 찬성 의견을 냈습니다. 명품 옷은 좋은 옷감으로 만들고 디자인도 멋있을 겁니다. 친구들도 명품 옷을 입고 다니는데 저만 그것을 안 입으면 불쾌할 것 같아서 찬성을 했습니다."

윤군은 "역사 시간에 책을 참고하여 답을 적는 시험('오픈북 시험')도 치른 적이 있다"며 "한국에서는 진도를 빨리 빼는 데만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는 한국처럼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더라고요. 과목별로 선생님 재량으로 수시로 시험을 봅니다. 객관식이 아니라 모두 논술이나 구술시험입니다. 특히 글쓰기 과제를 잔뜩 내줍니다. 구술시험은 선생님이 학생을 따로 불러 질문하고 답변을 들으면서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하더군요. 수업 자체가 토론식입니다."

"한국과 독일은 수업 방식에서도 확연하게 차이 있어"

민군은 수업 방식에서도 한국과 독일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고 강조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한국과 달리 독일은 토론식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민군은 얼마 전 '학교에서 컴퓨터를 사용해도 되는가 안 되는가'를 주제로 토론한 경험담을 들려 줬다.

"저는 찬성 의견을 밝혔습니다. 왜냐하면 컴퓨터로 정보를 검색해 가면서 참여하면 수업 시간에 제공되는 한정된 정보보다 더 많이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토론을 바탕으로 글을 쓰기 때문에 생각을 정리해 보는 연습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는 토론 자료를 찾아보며 정보 검색 능력도 기른다고 했다. 토론 주제는 학교 생활과 관련돼 있다. 토론에서 얻은 의견을 실제 학교 생활에 반영할 수 있어 아이들이 적극 참여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교과서로 수업하지만 독일에서는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여 폭넓게 공부한다.

민군은 시험 횟수에서도 양국에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1년에 네 차례 시험을 보는 한국과 달리 독일에서는 쪽지 시험과 문답 시험을 자주 실시한다. 시험이 생활화되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항상 공부를 하게 되어 학습 효과가 높다.

"자포자기하거나 자만심 갖지 않도록 시험 점수 비공개"

"독일행은 현명한 판단" 장시호 씨는  "좀 더 큰 무대에서 활약하고 싶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고,  두 아들에게 좀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자 독일로 왔다"고 밝혔다.
▲ "독일행은 현명한 판단" 장시호 씨는 "좀 더 큰 무대에서 활약하고 싶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고, 두 아들에게 좀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자 독일로 왔다"고 밝혔다.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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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군은 한국과 독일의 성적 공개 방식을 비교해 설명했다.

"독일에선 정확한 점수를 공개하지 않더군요. 전 과목의 평균, 표준편차, 석차를 알 수 있는 한국과 달랐습니다. 과목별로 어느 정도 실력인지 대략적인 설명만 해 주었습니다."

그 이유를 윤군은 "구체적인 점수를 알려주면 자포자기해서 아예 공부를 안 하게 되거나 혹은 너무 자만심을 갖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과 부모에게 공부 방향만 알려 주는 선에서 조언한다는 것이다.

윤군은 최근 그 주제로 찬반 토론도 했다고 한다. 그는 점수를 알려주지 않는 데 반대 의견을 펼쳤다. 왜냐하면 정확한 점수를 알지 못하면 공부를 더 하지 않을 수 있고, 실력을 파악하기도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자녀 교육과 여유로운 삶 위해 독일행 결단"

장시호씨가 독일로 간 몇 가지 이유에는 자녀 교육도 포함된다. 큰 무대에서 활약하고 싶었고 여유로운 삶을 희망했다. 특히 두 아들에게 좀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자 했다.

"과열경쟁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경쟁을 위한 경쟁,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으로 치닫는 한국이 안타까웠습니다. 단지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주입식-암기식 교육에 내몰리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결국 독일행을 결심했지요. 한국은 경쟁의 정도가 너무 심합니다. 평생 경쟁만 하다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장시호씨는 "한국은 어릴 때부터 죽기 전까지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다 보니 여유를 찾기 힘들다"면서 "하지만 독일 사람들은 시간적으로,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장 씨 역시 "한국에 있을 때보다 스트레스 받을 일이 줄어든 것 같다"고 밝혔다. 요즘은 퇴근 뒤 저녁 먹고 가족과 공원을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게 즐겁다고도 했다.

장씨는 "한국이 경제성장을 하기까지 교육열이 큰 역할을 했다"면서도 "그런데 최근에는 그 교육열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대부분 경쟁을 하면서 정해진 과정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독일은 그렇지 않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지나친 경쟁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 사회가 더 행복해지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교사들 열정과 책임감은 한국이 더 우수"

"독일 생활 만족합니다" 장시호 씨 가족은 한국에서 독일로 이주한 데 만족한다고 밝혔다.
▲ "독일 생활 만족합니다" 장시호 씨 가족은 한국에서 독일로 이주한 데 만족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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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호씨는 외국인으로서 독일에서 불편한 일도 겪곤 한다. 고객 서비스의 질(quality)이 떨어지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고객이 왕'이라는 인식이 한국에서는 강하지만 독일은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는 고객에게 친절을 베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지만 독일은 그 정도는 아니다.

"행정 절차나 일반 서비스도 신청부터 실현까지 오래 걸립니다. 그 모든 절차가 문서를 통해 진행됩니다. 인터넷을 통한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에게는 매우 불편하죠."

장씨는 한국이 독일보다 좋은 점도 있다고 본다. 한국 교사들은 책임감을 갖고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점이다. 독일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간섭하지 않고 자율에 맡긴다. 애정 어린 잔소리라든지 가까이서 챙겨주는 열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독일 교사들은 바쁘거나 아프면 공강 처리를 하는 사례가 많다. 그래서 한국의 교사들이 좋아보이기도 한다.

"가족이 독일행 반대했지만 지금은 만족"

"아이들 적응 잘 해서 다행입니다" 장시호 씨 부인 이은아 씨는 “예상 밖으로 아이들이 독일에 잘 적응해 안심된다"고 밝혔다.
▲ "아이들 적응 잘 해서 다행입니다" 장시호 씨 부인 이은아 씨는 “예상 밖으로 아이들이 독일에 잘 적응해 안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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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이은아씨는 처음엔 독일행을 반대했다. 한국에서도 나름 살만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그런데 독일에 와보니 만족스러웠다.

"예상 밖으로 아이들이 독일에 잘 적응해 안심됩니다. 평소 저는 칭찬에 인색하여 아이들에게 잘한다는 말을 많이 하지 못했어요. 더 잘 하라고 잔소리를 하거나 원칙대로 하라고 타박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아이들이 제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니 자랑스럽네요. 오늘 인터뷰에서도 말을 별로 안 할 줄 알았는데 어른스럽게 이야기를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것도 독일의 토론 발표 위주의 교육 덕분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씨는 "두 아들의 속이 꽉 차 들어가는 것 같다"면서 "한국에 있었으면 계속 학원과 과외 수업을 받느라 여유 있게 생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아씨는 독일이 마음에 드는 점으로 자연환경이 늘 곁에 있다는 점도 들었다. (대부분의 한국 학부모들과 달리) 고민과 걱정도 없어서 좋다. 한국에 있었으면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힘겨웠을 테지만 독일서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자녀들이 즐겁게 공부하고 소모적인 경쟁 없이 서로 협력하는 문화에서 지내다 보니 흐뭇하다.

"독일에는 직업 차별이 한국보단 많지 않습니다. 직업이 좋지 않아도 존중해 주는 것 같구요. 이런 분위기에서 성장하면 무척 행복할 겁니다. 우리 아이들을 세계 시민으로 반듯하게 자라게 하고 싶습니다. 아무튼 아직까진 독일 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예방교육 실시해 인종차별에 큰 문제는 없어"

첫째인 민군 역시 "독일에 가기 싫다"면서 자신을 한국에 놓고 가라고 했을 정도였다. 미리 독일어를 공부했어도 정규 수업을 시작했을 때는 강의의 30% 정도만 이해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 인종차별 때문에 고충을 겪기도 했다. 아시아에서 온 학생들을 싫어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인종차별 예방교육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해 주어 큰 문제는 없다. 자신에게 인종차별을 하려는 친구가 있으면 "너! 인종차별주의자냐"고 따진다. 그러면 "그건 아니다" 하면서 발뺌을 한다고 한다.

"처음엔 한국이 그리웠지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한국은 높은 건물들만 잔뜩 몰려 있는데, 독일은 숲이 많아요. 넓은 운동장도 널려 있고요. 독일어 실력도 늘어 자신감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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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기사를 써옴.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백석대, 인덕대 등서 강의함.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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