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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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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아래 특조단)이 지난 25일 발표한 조사보고서는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이 보고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 아래 일선 판사들에 대한 사찰 의혹,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보고서였지만, 내용은 사찰을 넘어선 사법농단이라고 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과 그 추종자들은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재판을 당시 대법원이 추진하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치적인 거래 도구로 악용하였고, 법원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렸습니다. 

공정한 재판은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뒷받침하는 마지막 피난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법기관인 법원을 국민 기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양승태와 그 일당이 저지른 사법농단으로 공정한 재판과 법원에 대한 신뢰가 붕괴됐으니 이는 폭동만 없었을 뿐 국헌 문란에 해당하는 가히 '사법내란'이라 할 만합니다.

법을 통해 먹고 사는 법 연구자로서, 저는 오늘 법의 존재 근거 자체를 뿌리째 흔들어버린 양승태와 그 일당들을 공개적으로 고발하고자 합니다. 그렇다고 이 고발을 검찰이나 대통령에게 보내는 건 아닙니다. 이 고발을 접수할 수 있는 자격과 권능은 오로지 주권을 가진 국민에게만 있습니다.

민주공화국 파괴죄·사법살인·국가범죄옹호죄로 고발한다

양승태 일당이 범한 가장 큰 죄는 '민주공화국 파괴죄'입니다. 민주공화국의 조직원리는 권력분립입니다. 권력분립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법권의 생명은 독립성과 중립성을 바탕으로 이뤄진 공정한 재판입니다. 그런데 양승태 일당은 공정한 재판을 정치 거래의 도구로 전락시킴으로써 견제와 균형을 생명으로 하는 권력분립을 와해시켜 민주공화국을 파괴했습니다. 이는 형법 등 어떤 법률에도 규정돼 있지 않지만, 우리 헌법이 선언한 국가공동체를 부정한 것이기에 어떤 실정법상의 범죄보다 무거운 것입니다.

두 번째 범죄는 법살, 즉 사법을 통한 살인입니다. 양승태 일당이 흥정 대상으로 삼은 대부분의 재판은 법원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재판이었습니다. 바로 이런 재판에서 양승태 대법원은 터무니없는 논리를 내세워 많은 이들을 실제 죽음에 내몰았습니다.

양승태 일당은 청와대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청와대가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참교육 터전인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했고,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유죄판결을 확정했습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국가경제발전을 내세운 기괴한 판결들로 노동자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내몰았습니다.

조작된 회계보고서를 근거로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는 쌍용자동차 파기환송 판결은 노동자 죽음의 행렬이 다시 시작되게 만들었고, KTX 승무원 정리해고 항소심 판결은 삶의 터전을 빼앗긴 한 엄마가 세 살 아기를 남겨둔 채 세상을 등지게 만들었습니다.

법을 통한 살인, 즉 법살(法殺)이고 재판을 빙자한 사법살인입니다. 누구도 믿지 않는 신의칙을 내세워 노동자들의 38조 원에 이르는 미지급임금을 강탈한 통상임금 판결은 '사법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민주노총, 전교조 조합원 등이 7일 오후 경기도 성남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거래'를 규탄하며 '피해자 원상회복'등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교조 조합원 등이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성남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거래'를 규탄하며 '피해자 원상회복'등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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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범죄는 '국가범죄옹호죄'입니다. 이토록 철저하게 반노동자적 태도를 보였던 양승태 대법원은 국가에 대해선 한없이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긴급조치가 위헌이라면서 긴급조치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은 부정했고, 고문·조작에 의한 국가범죄 피해자들이 수십 년에 걸친 싸움 끝에 얻어낸 국가배상조차 보상액을 터무니없이 축소하거나 단기소멸시효를 적용하는 등 과거사 정리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개입 사건에는 전원합의체 13명의 만장일치라는 유례를 찾기 힘든 파기환송심으로 답했습니다. 18대 대선 이후 제기된 선거무효소송은 사법거래를 위한 최후의 히든카드로 4년 동안 방치하며 국정농단을 가능하게 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 슬그머니 각하해 버리는 파렴치함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에 살고 있는 사법부... 촛불시민이 나서야

양승태 일당의 사법농단, 사법내란으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재판은 개판이 되었고, 법관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꼭두각시, 법원행정처의 자동인형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토록 심각한 사법농단에도 법원 누구에게도 형사책임이나 징계를 적용할 수 없다는 특조단의 태도는 또 다른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무지와 시대착오가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입니다. 여전히 그들은 딴 세상에서, 그들만의 리그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정을 농단하고 헌정을 짓밟은 부정한 권력자들를 퇴출시켜 감옥으로 보냈습니다. 새빨간 거짓말로 일관하면서 나라 살림을 거덜 내고, 국토를 황폐화시킨 그 전에 있던 사악한 권력자도 감옥으로 보냈습니다. 김주대 시인은 원세훈 재판에 외부 개입은 없었다던 대법관 13명의 입장 발표에 대한 화답 시에서 우리의 힘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너희들의 위에 법이 있고, 법 위에 우리가 있다."

그렇습니다. 이제 우리가, 주권국민이, 촛불시민이 결정해야 할 때입니다. 사법농단을 넘어선 사법내란의 해결은 우리 주권자의 결단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사법의 전면개혁, 사법의 민주화를 위해서 다시 우리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덧붙이는 글 | 김종서 양심과인권-나무 공동대표, 교수노조 대전충남지부 전 지부장, 배재대 공무원법학과 교수가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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