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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10시, 대전지역 5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이승만 동상 철거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배재대학교 이승만 동상 앞에서 대학 측에 동상 자진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7일 오전 10시, 대전지역 5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이승만 동상 철거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배재대학교 이승만 동상 앞에서 대학 측에 동상 자진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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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도중이었다. 누군가 사회자 앞으로 다가왔다. 배재대총동창회 임원이었다. 그가 항의했다.

"왜 (이승만) 동상을 세운 총동창회와 상의도 없이 철거 시위를 벌이나?"

배재대 이승만 동상은 이 학교 1987년 3회 졸업생 명의로 처음 세웠다. 같은 해 학생들이 6월 항쟁 과정에서 철거했다. 수년 후 학교 측은 동상을 다시 세웠다. 철거 시위가 계속되자 자진 철거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대대적인 건국 60주년 행사를 벌이자 대학 당국과 총동창회 명의로 동상을 또 세웠다.

총동창회 임원 중 한 명이 철거를 요구하는 시위대열을 향해 '동상의 주인은 총동창회'라고 밝힌 이유다. 여기저기서 항의와 야유가 터져 나왔다.

"나도 총동창회 회원이다. 누가, 어떤 절차를 밟아 세웠나?" (배재대 졸업생 유병천씨)

"사랑하는 모교에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이승만의 동상을 누가 세웠나. 철거가 옳은지, 보존이 옳은지 총동창회를 소집해 토론해 보자." (배재대 졸업생 김상기씨)

"부끄러운 줄 알아라."( 시민단체 회원 C씨)

해당 총동창회 임원은 다른 사람에 이끌려 자리를 떴다. 시위에 참여한 50여 명의 시민들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철거이유 명백하다. 배재대는 이승만 동상을 자진 철거하라!"

"사랑하는 모교에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이승만의 동상을 누가 세웠나" 배재대학교 졸업생 김상기씨가 이승만 동상을 세운 대학 총동창회에 총동창회 소집을 통한 공개 토론을 제안하고 있다.
 "사랑하는 모교에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이승만의 동상을 누가 세웠나" 배재대학교 졸업생 김상기씨가 이승만 동상을 세운 대학 총동창회에 총동창회 소집을 통한 공개 토론을 제안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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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10시, 대전지역 5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이승만 동상 철거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배재대학교 정문 앞에 모였다. 이들은 "지난 4·19 때 동상 철거를 요구하며 대학 당국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답이 없어 또 다시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첫 기자회견 이후 학교 내 이승만 동상 앞에서 자진철거를 요구하는 1인시위와 서명운동, 유인물 배포, 거리공연을 벌여 왔다. 아무런 답이 없자 이날 2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김종남 대전YMCA 사무총장이 낭독한 기자회견문의 대부분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죄상이다.

"… 반민특위를 강제로 해산해 친일 잔재 청산을 무산시켰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독재자였으며, 1백 만 명이 넘는 민간인 학살을 지시한 최종 책임자다. 정권 연장을 위해 헌법을 짓밟았고, 영구집권을 꿈꾸다 4·19혁명으로 쫓겨난... 대전 산내골령골에는 이승만의 지시로 살해된 수 천여 명의 원혼들이..."

규탄발언도 이어졌다. 이 대학에 재학 중인 이다경 학생(1학년)은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대통령의 동상을 단지 배재학당 출신이라는 이유로 세운 게 말이 되느냐"며 "당장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이규봉 배재대 교수도 "서울에 있는 배재고 교정에 이어 대학 교정에까지 독재자의 동상을 세워 놓았다"며 "정의와 진리를 탐구하는 배움의 전당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7일 오전 10시, 대전지역 5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이승만 동상 철거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배재대학교 정문 앞에서 이승만 동상 자진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7일 오전 10시, 대전지역 5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이승만 동상 철거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배재대학교 정문 앞에서 이승만 동상 자진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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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대전지역 5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이승만 동상 철거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배재대학교 21세기관 앞에서 동상 자진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7일 오전, 대전지역 5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이승만 동상 철거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배재대학교 21세기관 앞에서 동상 자진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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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기자회견에 이어 정문 부근에 있는 '21세기 관' 앞으로 옮겨 오전 11시까지 규탄 발언과 함께 피켓시위를 벌였다.

시위를 지켜본 배재대 3학년 강아무개씨(21)는 "이승만 동상은 4·19 때 시민들에 의해 쓰러졌고, 6월 항쟁 때는 배재대 선배들에 대해 강제 철거됐다"며 "시민들과 학교 선배들이 동상 건립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는데도 총동창회와 학교 당국이 다시 세운 것은 학교 구성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교 정문 앞에는 하루 뒤인 8일이 '배재학당 설립 133주년'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펄럭였다. 이 대학에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이 처음 선 때는 배재학당 102주년 기념일인 1987년이다. 이후 31년 간 철거와 건립을 반복해 오고 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김종현 대전산내사건희생자 유족회장이 짧게 한마디를 던졌다.

"이승만은 우리 부모·형제를 죽인 살인자입니다. (학교 당국이)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유족회원들이라도 나서 끌어내리고 다시는 세우지 못하게 아예 뽀개 없앨 생각입니다."


태그:#배재대 , #이승만 동상, #자진 철거, #철거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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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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