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 GMO-OMG > 포스터

다큐멘터리 영화 < GMO-OMG > 포스터 ⓒ 환경재단그린아카이브


유명 맛칼럼 작가이자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만찬 기획자로 더 유명해진 황교익 선생. 그의 강연과 글은 늘 유쾌한 인문학적 통찰이 담긴 음식이야기로 사람들을 사로잡습니다. 그의  음식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저도 그 중 한 명입니다만, 아무래도 공감하지 못화는 부분이 딱 한 군데 있는데 바로 GMO에 대한 것입니다.

저의 예상과 달리 황교익 선생은 'GMO 찬성론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여러 강연과 대담 프로그램에서 "GMO라는 것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일 중 하나일 뿐"이라는 소신을 밝혔습니다.

지난해 가을 제가 일하는 단체에서 황 선생을 초청해 강연을 들었을 때도 뒤풀이 자리에서 GMO찬반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고 찬반토론을 마무리했지만, 당시 제 기억을 요약해보면 '과학'의 측면에서 GMO는 아무 문제가 없으며, GMO가 아니면 인류는 지금처럼 배불리 먹을 수 없다'는 것이 황교익 선생의 핵심 주장이었습니다.

그렇다면 GMO가 없다면 인류는 과연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요? 정말 GMO가 인류의 유일한 대안일까요? GMO는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주장은 사실일까요?

여전히 찬반 논쟁은 계속되고 있고, 국내에서는 GMO 완전 표시제를 요구하는 소비자들과 식품 재벌기업들의 대결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미 GMO의 위험과 안전을 다룬 여러 책들이 나와있습니다만, 좀 더 쉽게 GMO 찬성 논리에 맞설 수 있는 정보를 상세히 담은 영화 한 편을 소개합니다.

몬산토의 무상 GMO 종자를 거부하는 사람들

2013년 환경재단 그린아카이브를 통해 국내에 배급된 다큐멘터리 형식의 < GMO-OMG >는 GMO를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하지만 보통의 다큐멘터리보다는 덜 심각하며 오히려 유쾌하고 발랄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감독인 제레미 세이퍼트는 주인공으로 자신과 어린 두 아이들을 등장시켜 덜 지루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냈더군요.

어렵고 생소한 GMO에 관한 이야기 사이 사이에 밝고 쾌활하게 여기저기 뛰어 다니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아빠에게 퍼붓는 엉뚱한 돌발질문, 기발한 대답들이 여러 차례 웃음을 자아내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이자 감독인 제레미 세이퍼트는 가정을 이루고 누군가를 먹여살리는 사람이 되면서 처음으로 아이들에게 먹이는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울러 호기심 왕성한 첫째 아이가 한 알의 씨앗을 심으면 더 많은 씨앗이 생기는 것에 관심을 보이면서 자연스레 '종자'에 주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의 영화는 사람들에게 GMO가 무엇인지 질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의 카메라 앵글에 잡힌 많은 사람들은 'GMO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대답하거나 아예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는 관객들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아이티는 지진 이후 엄청난 기근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데, 그곳 농부들이 GMO종자를 불태워 버리는 까닭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말입니다. 아이티 농부들은 세계적인 GMO종자 기업인 몬산토가 무상으로 제공한 GMO종자들을 거부합니다.

아이티 농부들의 대답은 명료합니다. 그들은 "GMO종자를 파종하면 그 열매를 씨앗으로 다시 심을 수 없기 때문에 결국 (토종)종자도 잃고 경제적으로도 적자가 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GMO종자를 파종하게 되면 땅을 망치고 결과적으로 몬산토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농사를 모두 망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지요.

유기농 매장 쇠고기는 GMO로부터 안전할까?

 영화 <GMO-OMG >의 한 장면.  제레미 세이퍼트와 두 아이들

영화 의 한 장면. 제레미 세이퍼트와 두 아이들 ⓒ 환경재단그린아카이브


주인공이자 감독인 제레미 세이퍼트의 두 번째 질문은 'GMO 식품에 우리가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가'입니다. 그가 찾은 각종 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하여 식료품점과 편의점까지, 대다수 가게에선 GMO식품을 팔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미국 최대의 유기농 마트인 '홀푸드' 매장에도 GMO식품들이 있었습니다. 다큐 속에서 그는 유기농 식품점 점원에게 직접 매장 내에 GMO 식품은 없는 게 확실한지 물어봅니다.

"여기 있는 모든 식품이 유기농이 맞나요? GMO는 정말로 함유되지 않는 것 맞나요?"
"아마도요... 음, 잠시만요.(담당 직원과 전화 통화 후) 여기 있는 모든 제품이 GMO가 없는 제품입니다."

"모든 고기 또한 마찬가지인가요? 콩도, 옥수수도요?"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제레미와 아이들은 'ALL NATURAL(유기농)'이라고 표시된 아이스크림을 구매합니다. 하지만 성분표를 보니 모두 유기농 원료는 아니었습니다. 아이스크림에 가장 많이 들어간 설탕이 유기농 사탕수수에서 수확되었는지 GMO 사탕수수로 만들어졌는지 알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현재로써는 소비자들이 GMO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도 코믹하게 알려줍니다. 제레미는 가족들과 함께 국유림으로 캠핑을 떠나 숲속 저수지에서 무지개 송어를 잡았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저수지에서 양식하는 물고기가 자연산인지 알아보는데, 인공 양식한 송어를 풀어준 것이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양식 송어 사료를 조사해봤더니 예상대로 GMO콩과 밀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깊은 숲속에서 직접 잡은 물고기조차도 결국은 온전히 GMO 농작물로 만든 사료를 먹고 자랐더라는 것입니다.

그는 GMO 종자를 공급하는 회사에도 직접 전화를 합니다. "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GMO는 안전한가요?"라고 묻습니다만, 질문 받은 사람들은 자신은 해당 담당자가 아니라며 끊거나 나중에 다시 연락을 준다고 하곤 전화를 끊어 버립니다. 연락은 다시 오지 않았습니다. 감독은 무작정 몬산토로 찾아가지만 문전박대 당합니다.

농부들을 직접 만나러 다니면서 제레미는 GMO작물 재배로 인한 위험을 더 확실하게 깨닫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옥수수는 '살충제'로 등록돼 있었는데, 이는 유전자 조작된 옥수수가 벌레를 죽이는 물질을 내뿜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콩 종자는 제초제를 뿌려도 죽지 않습니다. 바로 라운드업-레디 GMO작물들인데, 이런 종자를 심은 농부들은 농약과 제초제를 마구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농약과 제초제가 토양을 오염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이용해 농약회사들이 농약과 종자를 동시에 팔면서 이윤을 챙기는 것 역시 큰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농약과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잡초와 해충들이 생겨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고 더 강한 농약과 제초제를 계속 사용하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더욱 문제는 제초제와 살충제가 곡물에 얼마나 흡수되는지 알 길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GMO 종자를 만드는 회사들이 특허를 핑계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식량 부족 문제를 지적하는 GMO 찬성론자들

 영화 <GMO-OMG >의 한 장면. 방제복과 방독면을 쓰고 들어가야 하는, 살충제를 내뿜는 GMO 옥수수 농장 모습.

영화 의 한 장면. 방제복과 방독면을 쓰고 들어가야 하는, 살충제를 내뿜는 GMO 옥수수 농장 모습. ⓒ 환경재단그린아카이브


이 다큐에는 GMO를 반대하는 사람들만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GMO 찬성론자들은 식량 부족 문제를 지적합니다. GMO 찬성론자들은 유기농산물로만 농사를 지을 경우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는 GMO종자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몬산토사의 주장이기도 합니다. 영화에는 식량 부족 주장에 대한 반론도 등장합니다.

30년 넘는 기간 동안 유기농업과 화학농업을 비교 연구해온 마크 스몰우드는 "가뭄시 수확량은 유기농업이 31%나 더 높다. 화학농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유기농업보다 40% 더 높다. 유기농업은 빗물 유출을 막는다. 유기농업과 화학농업을 30년 넘게 비교 연구했더니 수확량에 큰 차이가 없더라"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고 밝힙니다. 그는 유기농업만으로도 굶주리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세계은행과 유엔보고서에도 마크 스몰우드의 주장과 같은 내용이 실렸습니다. 전 세계 과학자와 전문가 400명은 "식량 및 영양안보는 인식 전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GMO를 반대하는 농부들은 농약과 GMO종자 회사들이 종자에 특허를 내는 것에 분노합니다. 종자 회사들이 자연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GMO옥수수를 재배하는 농가에서 심은 옥수수 종자나 화분이 바람을 타고 유기농 옥수수를 재배하는 농가들의 작물들로 옮겨가면 종자 회사들이 특허 소송을 내서 유기농 옥수수 제작을 못하게 만드는 악덕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는 살충제 사용 증가가 우리 삶과 자연에 끼친 영향을 언급하는데, 그 내용은 겁이 날 정도로 심각하다.

"1945년엔 9만톤의 살충제가 사용됐고 2000년에는 200만톤으로 늘어났다. 그 결과 5백종의 해충이 살충제에 내성이 생겼다. 1990년대에 GMO가 나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고, 살충 효과를 내는 작물이 개발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잡초와 해충은 곧 적응하기 시작했다. 라운드업 내성을 가진 잡초가 생겨나 농장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쥐꼬리망초, 새포아풀, 긴까락빕새귀리, 털개망초, 왕바랭이와 개비름은 제초제를 뿌려도 하루 최대 7센치미터는 자랄 수 있다. 해충의 적응력 또한 점점 빨라져서 치명적인 농약에도 죽지 않는다. 서부 옥수수 뿌리 벌레는 GMO 갑옷의 약점을 파고 든다. 목화씨 벌레는 치명적인 비티균을 먹고 살며 더욱 더 강력해져 엄청난 식욕을 자랑한다." 

GMO농작물이 병해충에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지만, 이미 GMO 종자들을 공격할 수 있는 벌레들이 등장하였고, 제초제를 이겨내는 잡초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농약도 제초제도 견디는 벌레와 잡초들이 등장하면서 화학농업과 GMO농작물이 우수하다는 주장이 깨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GMO를 피할 수 있는 권리를 주세요

 영화 <GMO-OMG >의 한 장면. 살충제와 농약으로 오염되는 농토

영화 의 한 장면. 살충제와 농약으로 오염되는 농토 ⓒ 환경재단그린아카이브


GMO와 관련된 우려가 적지 않지만, 현실에서 GMO를 피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감독의 두 아이조차 아이스크림처럼 맛있는 음식이면 GMO가 들어 있어도 먹어야 겠다고 말합니다. 그의 아내 역시 "GMO가 찝찝하긴 해...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모른척 하고 싶어"라고 대답하는데, 이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미 GMO와 관련된 연결고리가 많은 데다, GMO표시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GMO농산물을 반대합니다. GMO를 반대하는 많은 분들이 피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GMO농산물과 가공식품을 피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직 위험성이 표면으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GMO는 안전하다'는 주장과 'GMO는 위험하다'는 주장 사이에서 헷갈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농업과 기후변화 등 생태 환경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GMO 완전 표시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GMO를 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GMO를 피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것이지요.

영화에 따르면, 미국의 많은 주에서 GMO 표시 법안을 발의하였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러시아, 인도를 포함한 세계 60개 국에서 GMO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주민발의로 법안을 제출하고 600만 명이 찬성하였습니다만 업계가 4천만 달러를 쏟아 부어 반대 로비를 벌이면서 3%차이로 법안 통과에 실패하였습니다.

이 영화에 따르면 1992년에 처음으로 안전을 입증 받은 GMO는 '과학적 근거나 제3자 검토도 없었고 장기연구 결과도 없는 신제품'이었는데 판매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고 합니다. GMO에 반대하는 학자들은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면역을 저하시키며 영양결핍을 초래한다"고 주장하였지만 무시되었다고 합니다(앤드류 킴벨, 음식안전센터 이사).

영화에서 감독은 "생명공학 업계의 의회 로비금은 10년간 5억 달러 이상이었다. 전 하원의원 참모 3백명이 이들 회사의 로비스트로 일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공정한 정책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지요.

GMO를 향한 영국 과학자의 '경고'

영화를 만든 제레미 세이퍼트는 관객들을 향해 "GMO는 새로운 형태의 노예제도와 다름없다", "GMO는 독약이다"라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노력합니다. 제레미가 인터뷰한 영국 과학자 길 에릭 세라리니 박사는 GMO의 위험을 경고합니다.

"남성의 경우 특히 신장과 간에 많은 지방이 축적된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여성은 신장 지방 축적과 유방암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연구를 시작한 지 3개월을 지날 때는 실험 쥐들에게 아무런 일이 없었지만, 5개월 후에 첫 종양이 발견되었고, 14개월 후에는 약 30%의 암컷에게 종양이 생겼으며 24개월 후엔 약 80%의 암컷에서 3개의 종양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제레미는 '미국 사람들은 지난 15년 동안 GMO를 먹었는데 아무도 암이 걸리지는 않았다'는 반론을 의식하며서, 실험쥐의 평균 수명과 사람의 수명을 비교해서 설명해달라고 합니다. 길 에릭 세라리니 박사는 "실험쥐의 수명은 2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람이라면 중년기가 지나서 발병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모든 암의 발병을 GMO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GMO가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지요.

GMO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간명합니다. "우리가 GMO를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 "우리가 원하면 GMO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달라"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우리에게 선택할 권리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 GMO-OMG >는 GMO를 둘러싼 여러 논쟁을 차곡차곡 담아낸 것은 물론, 전 세계를 다니면서 농부와 연구자·과학자들을 인터뷰 해 '안전한 GMO' 주장에 반박합니다. 짧은 리뷰로는 러닝타임 1시간 30분이 넘는 다큐 영화에 담긴 정보를 모두 전할 수 없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GMO의 위험을 다룬 여러 책들이 있기 때문에 좋은 책을 골라보라고 먼저 권하고 싶습니다만, 책보다 쉽고 편하게 GMO에 대하여 알고 싶은 분들에게는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GMO 찬성론자 '황교익 선생'을 비롯하여 "GMO가 아니면 굶어죽게 될 것"이라고 믿는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포스팅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GMO 유전자 조작 GMO식품 GMO표시제 몬산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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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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