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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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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2013년 12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장례식이 열렸습니다.

세계 91개국 정상(급)이 참석할 정도로 국제적인 행사였고, 조문을 통한 외교를 할 수 있는 자리였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고, 정홍원 전 총리를 대신 보냈습니다.

그로부터 일년 반이 지난 2015년 3월 이번에는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의 장례식이 열렸습니다.

인도, 말레이시아, 미안마, 캄보디아 등 동남아 10여개 국가 정상과 일본, 호주 등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의 정상이 참석하는 상대적으로 조촐한 행사였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 장례식에 참석을 합니다.

평생을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헌신한 인물의 장례식은 외면하고, 개발독재를 통해 싱가포르를 부유하게 만들긴 했지만 독재자라 비판 받는 인물의 장례식에 참석한 박 전 대통령의 행동은 자연스럽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떠오르게 만들었습니다.

"독재를 하긴 했지만 국민들을 이만큼 먹고 살게 만든 공로는 인정해야지."



박정희 시대를 산 어른들이 주로 하는 말입니다.
싱가포르 국민들 역시 비슷합니다.


"독재와 인권탄압이 있었지만 리콴유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부유한 싱가포르는 없었을 거야."

리콴유가 떠난 자리에 지금은 그의 아들인 리센룽이 2004년 이후 계속 총리직을 맡고 있습니다. 1965년 독립한 이후 집권당인 인민행동당이 계속 집권하고 있고, 지난 2015년 총선 결과 여당인 인민행동당이 전체 89석 가운데 83석을 얻었을 정도로 견제 세력은 거의 없다시피한 실정입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평가한 언론자유 지수를 보면, 싱가포르는 조사 대상 180개 나라 가운데 151위 (2018년)일 정도로 언론도 통제 하에 있고, 태형과 같은 전근대적인 형벌 제도가 남아 있으며, 각종 규제와 벌금으로 국민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명목상 존재할 뿐 실제로 벌어지는 경우는 상당히 드뭅니다. 시위를 하려면 사전에 집회 내용과 인원을 신고하고 허가를 받은 후 시내의 홍릉공원 안에서만 할 수 있습니다. 민족 문제와 종교 문제는 신고를 해도 받아 주질 않습니다.

사진은 2014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시위 현장을 찍은 겁니다. CPF(국민연금)의 운영에 대한 불만이 터져 결국 시위가 열렸는데, 당시 시위 내용보다는 싱가포르에서도 시위가 열렸다는 사실에 모두가 놀랐고 외신을 통해 크게 보도가 되었습니다.

치안이 잘 유지되고, 거리는 질서가 잡혀 있으며, 어디나 깨끗하고, 좋은 차에 좋은 집이 많은 살기 좋은 나라가 싱가포르입니다. 하지만 불법을 저지른 대통령을 촛불시위를 통해 탄핵할 수 있는 그런 나라는 아닙니다. 그래서 싱가포르가 마냥 부럽지만은 않습니다.




태그:#모이, #싱가로프, #소소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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