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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면담을 마친 뒤 백악관 남쪽 뜰에서 기자들에게 면담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면담을 마친 뒤 백악관 남쪽 뜰에서 기자들에게 면담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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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을 1회로 끝내지 않고 연속 회담으로 연결시킬 명분을 찾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 5월 30일 세종연구소가 발표한 <남북정상회담 평가와 북미정상회담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북미 양자 협상과 6자회담 같은 다자틀을 오래 지속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볼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또 보고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선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차기 회담 약속을 받아내면 큰 성공으로 간주할 것이며, 이것을 대북제재를 완화시키는 데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달 7~10일까지 4일간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 이상현 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우정엽 연구소 연구위원 등 3명이 워싱턴 정가를 방문, 민주ㆍ공화 양당 인사들을 두루 만나 청취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다. 보고서엔 '워싱턴 현지조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보고서는 미 정치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성공'을 원하며, 일단 외견상으로 '승리자'의 모습을 과시하려 할 것"이라고 봤다. "성공 여부를 규정할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그에겐 이런 세부 사항은 단지 부차적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 미측 인사들의 진단"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계속해서 "트럼프는 배짱형(gut guy)이지 세심형(detail guy)이 아니다"라는 한 정치인의 언급을 인용, "그가 큰 틀에서만 합의하고 세부 사항은 충분히 챙기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 사항은 실무진들이 알아서 처리하게끔 위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또 트럼프는 공개적으론 '최대치 입장(maximal position)'을 취하되, 실제론 그 이하 수준에서 김정은과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는 트럼프가 자서전 <협상의 기술>(1989)에서도 밝힌 바 있는데, 이러한 협상 스타일을 북한에 적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는 트럼프가 일단 '외견상' 승리로 보이는 타협이면 비록 '완벽한' 승리가 관철되지 않아도 합의를 받아들일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트럼프의 성향을 들어 "워싱턴 조야에선 트럼프가 나쁜 거래를 하고 대성공으로 포장하려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면서 "한 민주당 성향 인사는 '북미 정상이 멋진 사진이나 찍고서 불완전한 거래를 할까봐 우려된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대성공으로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만족할 만한 협상이 안 되면 '퇴장할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해 왔는데 미측 인사들은 '북미협상이 결렬되더라도 트럼프에게는 여전히 승리가 될 수도 있다(Trump can walk out and still win)'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며 "이는 우리로선 결코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활짝 웃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활짝 웃고 있다.
ⓒ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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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비록 트럼프가 행정부 수반으로 대북 협상에 나서지만, 워싱턴의 중심은 의회이므로 트럼프가 의회 승인 통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오는 12일 대북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트럼프의 노벨상 수상을 반대하는 연장선상에서 북미정상회담의 협상안을 반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예측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큰 비용 부담 없이 선언적인 조치를 통해 정치 이벤트 효과를 극대화시키려 할 것으로 보이지만 반면 북한은 대북제재 즉각 해제와 대규모 경제지원, 미군 전략자산 전개 중단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계속해서 보고서는 "북·미 양자 모두 회담 성공의 동기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김정은과 트럼프 모두 정상회담을 성공시켜야 하는 동기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회담 성과에 낙관적 기대를 가져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선 두 차례의 정상회담 이후 한국의 분위기는 "도취 상태(euphoria)인 것 같다"는 것이 미측 시각이다. 반대로 "미 워싱턴 조야의 분위기는 회의론이 압도적이고, 일부 조심스러운 낙관적 기대가 존재할 따름"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북한 외무성 관리들조차도 김정은의 속마음을 알지 못하지만 오직 그가 모든 최종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직·간접적으로 북한과 접촉하는 미측 인사들은 '이번엔 김정은이 뭔가 큰 제안(big proposal)을 내놓을 것 같다'는 느낌을 피력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현지조사를 통해 관찰한 한미 양국의 '온도차'도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가 목표지만, 한국은 평화만 유지된다면 불완전한 비핵화라도 수용할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 미측의 인상이다. 또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우선시하는 반면, 한국은 대북체제 안전보장 제공이나 종전선언·평화협정 문제들을 앞세우고 있다.

미측은 "한국이 직접 당사국임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협상의 구체적인 과제를 미국에 넘겨서 트럼프의 선택지를 제약하는 상황"이라면서 불만을 표시하는 인사도 있었다고 한다. 한 미측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President Moon put Trump in a box)"고 표현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없음.



태그:#김정은, #트럼프, #북미정상회담, #싱가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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