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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코즈카시 쿠리하마항에서 출발하는 페리호. 30-40분이면 건너편 치바현에 닿는다.
 요코즈카시 쿠리하마항에서 출발하는 페리호. 30-40분이면 건너편 치바현에 닿는다.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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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바현 노코기리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울창한 숲. 햇빛 한 줌 들어갈 틈이 없을 것 같이 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다.
 치바현 노코기리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울창한 숲. 햇빛 한 줌 들어갈 틈이 없을 것 같이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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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빽빽이 들어찬 나무들, 장관이네~

 도쿄에서 치바 가는 길
 도쿄에서 치바 가는 길
ⓒ 이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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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모처럼 도쿄의 빌딩숲에서 벗어나 일본 지방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유명 여행 저널리스트, 인스타그래머, 프리랜서 등 여행에 관심 많은 일본인들이랑 가는 여행이어서 한껏 기대가 됐습니다. 치바라고 하면 치바현에 있는 나리타공항과 과거 이승엽 선수가 일본에 와서 처음 입단했던 프로야구 구단 치바 롯데 마린스가 떠오르는데,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우리나라랑 관련이 많은 지역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도쿄에서 전철을 타고 2시간 걸려 요코하마를 거쳐 요코즈카시 쿠리하마(久里浜)라는 작은 항구마을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페리를 타고 바다 건너 보이는 치바의 남부지방에 닿습니다. 항상 조용하고 주위를 의식하는 일본인들만 봐왔는데, 배를 타니 전혀 다른 사람들인 듯 시끌벅적하군요. 수학여행 가는 여고생들이 타서 더 그랬나봅니다. 다들 여행 기분을 만끽합니다.

30여분 만에 건너편 치바현의 가니야(金谷)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정면에 보이는 노코기리산(鋸山)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로프웨이'를 탑니다. 불과 4분이면 정상까지 올라갑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니는 산이 장관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산이 아니라 숲이 장관이군요. 빽빽히 들어찬 나무들 사이로 빈틈이 안보일 정도로 울창한 수림. 이래서 숲을 주제로 한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많나보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산 정상에서 보이는 도쿄만(灣). 운이 좋으면 건너편에 있는 후지산도 보인다던데 이날은 날이 청명하기 그지 없는데도 윤곽만 살짝 보이고 자세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있네요. 아깝습니다.

 치바현 노코기리산 정상에 있는 백척관음상. 안전한 바다 교통을 기원하는 이 관음상의 손에 횃불이 들려있다.
 치바현 노코기리산 정상에 있는 백척관음상. 안전한 바다 교통을 기원하는 이 관음상의 손에 횃불이 들려있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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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척관음상 위에 툭 튀어나온 바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관광객. 이것을 '지옥엿보기'라고 부른다.
 백척관음상 위에 툭 튀어나온 바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관광객. 이것을 '지옥엿보기'라고 부른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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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바현 노코기리산 정상에서 길을 걷다보면, 양 옆 병풍처럼 서있는 바위에 돌을 캘때 생긴 물결무늬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치바현 노코기리산 정상에서 길을 걷다보면, 양 옆 병풍처럼 서있는 바위에 돌을 캘때 생긴 물결무늬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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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가장 크다는 노코기리산 대불. 일행이 그앞에서 TT포즈를 취하며 기념촬영을 했다.
 일본에서 가장 크다는 노코기리산 대불. 일행이 그앞에서 TT포즈를 취하며 기념촬영을 했다.
ⓒ 미나미보소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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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의 대불 앞에서 TT포즈로 기념촬영을

나무 자르는 톱을 일본말로 '노코기리'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노코기리산(鋸山)은 '톱산'이 되는 거죠. 실제 멀리서 바라보면 산 정상에 병풍처럼 둘러서 있는 바위들이 톱처럼 울퉁불퉁하게 생겼습니다. 산 모양이 원래부터 저랬던 게 아니라 100백여년 전 건축자재로 쓰기 위해 돌을 깎아서 채취했기 때문입니다. 산 정상에서 보면 돌을 채취했던 흔적들이 많이 보입니다. 쭉쭉 위로 솟아있는 바위의 표면에는 하나같이 돌을 캘 때 생긴 물결무늬가 있습니다.

바위 사이로 조붓한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마치 요르단의 페트라에 온 것처럼 바위를 깎아 만든 '백척관음상'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1966년 전몰자들을 추모하고 바다교통의 안전을 위해서 만들었다는데, 뱃길을 밝히기 위해서인지 손에 횃불을 들고 있는 모습이 재밌습니다. 평온한 얼굴의 관음상 앞이지만 조금만 걸어올라가면 이곳이 '지옥'으로 변합니다. 꼭 사자 머리처럼 툭 튀어나온 곳에서 내려보이는 이곳이 깊고 어둡다는 의미에서 그랬는지 얄궂게도 '지옥 엿보기'라고 이름붙여 놨네요. 지옥은커녕 멀리 내려다보이는 도쿄만이 평화롭기만 합니다.

이제 산길을 내려가다보면 같은 표정이 하나도 없다는 1천개나 되는 꼬마 관음상들과 인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가장 크다는 31m짜리 '대불'이 나오네요. 에도시대인 18세기 말에 지어졌지만 풍화를 못 이기고 무너졌다가 1966년 재건됐다는군요. 일행은 대불 앞에서 트와이스의 TT포즈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일본분들도 많이 아는지 잘 따라하네요.^^

 미나미보소에서 8대째를 이어온 '모하치스시'의 먹음직스러운 초밥. 그러나 초밥 하나가 주먹만큼 크다는 게 함정.
 미나미보소에서 8대째를 이어온 '모하치스시'의 초밥. 먹음직스럽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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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테야마시의 명물 '모하치스시(歲八壽司)'의 초밥. 너무 커서 밥을 덜어내고 먹어야 했다.
 다테야마시의 명물 '모하치스시(歲八壽司)'의 초밥. 너무 커서 밥을 덜어내고 먹어야 했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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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년간 8대를 이어온 초밥집... 초밥이 너무 커요

노코기리산 산책을 마치고 첫날 점심은 다테야마시의 한 초밥집을 들렀습니다. 가게 이름은 '모하치스시(歲八壽司)'. 8대째 이어오고 있는 지역 명물 초밥집입니다. 햇수로 따지면 180년쯤 된다나요. 똑같은 가게를 180년이나 이어오고 있다니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할머니가 서빙해서 내오는 초밥의 비주얼에 다들 황홀한 탄성. 맛도 훌륭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양. 초밥 하나의 크기가 거의 주먹밥만해서 도저히 한 입으로는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양이 많기도 했지만 다음 일정이 또 먹는 코스였기에 대부분 눈물을 머금고 밥은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는. 밥상위에 엄청난 양의 밥이 남겨진 진풍경이 연출됐습니다. 이렇게 큰 초밥을 본 적도 없지만 밥을 이렇게 많이 남기기도 처음인 듯 합니다.

87세의 노익장을 자랑하는 주인 할아버지(7대)는 "창업 초기에는 손님들 가운데 힘을 써야 하는 어부들이 많아서 이렇게 스시를 크게 만들었다"며 "양이 너무 많다는 얘기를 자주 듣지만 손님들이 밥을 남기더라도 전통적인 방식을 굳이 버릴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미나미보소의 한 옥수수밭에서 수확한 옥수수. 주인이 그냥 생으로 먹어보라고 잘라줬다.
 미나미보소의 한 옥수수밭에서 수확한 옥수수. 주인이 그냥 생으로 먹어보라고 잘라줬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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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미보소의 한 옥수수밭에서 수확한 옥수수. 겉에 간장을 발라서 불에 살짝 구워먹는다.
 미나미보소의 한 옥수수밭에서 수확한 옥수수. 겉에 간장을 발라서 불에 살짝 구워먹는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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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미보소의 옥수수는 수확하기 쉽도록 키가 작게 개량됐다.
 미나미보소의 옥수수는 수확하기 쉽도록 키가 작게 개량됐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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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가 이렇게 달아도 되나

이번 여행은 치바현 미나미보소(南房総), 다테야마(館山) 등 남부도시의 지역 특산품을 둘러보고 수확을 체험해보는데 맞춰졌는데요, 그 첫 번째가 옥수수였습니다. 점심식사 후 버스를 타고 30분쯤 지나 '百笑園'이라는 넓은 옥수수 농장으로 안내됐습니다.

현장에 도착해보고 두 번 놀랐네요. 첫번째는 지금까지 알던 옥수수나무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집 뒷마당에 키웠던 옥수수는 분명 어른 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키가 컸었는데 이곳의 옥수수는 허리춤까지밖에 안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하나하나 팔뚝만한 튼실한 옥수수열매가 달려있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바람의 영향을 덜 받고 수확하기도 편하게 개량한 것"이라고 하네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놀랐던 것은, 옥수수를 잘게 썰어 생으로 먹어보라고 권하는 겁니다. 옥수수는 찌거나 구워먹는 것이라고 알아왔기 때문에 영 내키지 않았지만, 남들과 함께 한입 베어문 순간 정말 믿을 수 없었습니다. 옥수수가 이렇게 달 수 있다니... 생 옥수수 특유의 비릿하고 떫은 맛도 전혀 없었습니다.

밭에 들어가 직접 따오는 즐거운 체험도 할 수도 있었습니다. 원래 2개에 600엔(6000원)짜리 체험인데 우린 3개씩 따와도 된다는군요.^^

 일본에서 처음 본 과일 '비와'. 치바는 일본 제2의 비와 생산지이다.
 일본에서 처음 본 과일 '비와'. 치바는 일본 제2의 비와 생산지이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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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와는 즙이 많고 당도가 높아 혈압과 당뇨에 좋다고 한다.
 비와는 즙이 많고 당도가 높아 혈압과 당뇨에 좋다고 한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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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과일 '비와', 누가 누가 많이 따먹나

다음 행선지는 비와농장입니다. '비와'를 아시나요? 저는 이번 여행을 하기 전에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과일입니다. 버스가 해안도로를 가다가 멈추고 대기해있던 작은 버스로 옮겨탑니다. 잠깐 어리둥절했다가 이내 이유를 알았습니다. 좁고 좁은 산길로 막 올라가는 겁니다. 구불구불 우거진 숲속을 롤러코스트 타듯이 빙빙 돌아 들어가니 산기슭 농장에 도착했습니다.

비와는 원래 한 스님이 중국에서 들여온 거라는데요, 나가사키와 이곳 치바에서 많이 난다고 합니다. 치바는 일본에서 비와가 재배될 수 있는 북쪽 한계선이기도 하다는군요. 30분 동안 마음대로 따먹을 수 있다고 하니, 다들 신났습니다. 혈압과 당뇨에 좋다고 하니 누가 더 많이 먹었는지 시합을 하는군요. 살구만한 크기에 맛은 우리나라 중국집에서 디저트로 주는 리치같이 달고 수분이 많았습니다.

비와는 일본에서도 흔하지 않은 과일이라서 좋은 것은 도쿄의 고급식료품점에서 하나에 1000엔(1만 원)씩 팔린다는군요. 3년전에 한국의 농부들도 견학을 하고 갔다고 하니 이제 곧 한국산 비와도 나올테고, 게다가 혈압과 당뇨에 좋다는 소문만 나면 한국에서도 비와 천지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훗쯔해안의 조개캐기 체험장. 수천명의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조개를 캐는 모습이 장관이다.
 훗쯔해안의 조개캐기 체험장. 수천명의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조개를 캐는 모습이 장관이다.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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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분 정도 열심히 모래를 팠더니 이 정도 잡았다.
 30분 정도 열심히 모래를 팠더니 이 정도 잡았다.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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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갈퀴로 모래를 한번 파내면 숨어있던 조개들이

마지막 체험은 조개캐기입니다. 도쿄만쪽으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독특한 모양의 훗쯔(富津)해안에 가니 장관이 펼쳐져있네요. 가족, 친구들끼리 온 것 같은 사람들 수 천명이 바닷가에 나가 조개를 캐고 있었습니다. 어른 2000엔(2만원), 아이 1000엔(1만원)이니 떼돈 벌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에도 서해안에 가면 조개캐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는 걸로 아는데요, 저는 한 번도 참가해본 적이 없어서 열심히 캤습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캐고 지나갔는데 한국에서 온 기자한테까지 잡힐 조개들이 과연 남아있을까 싶었지만, 쇠갈퀴로 모래를 한번 푹 파내면 동전만한 조개들이 두어개씩 들어있습니다. 참 재수가 없는 조개들입니다. 나눠준 그물망에 잡은 조개를 채워나가는 재미가 있네요. 한참 집중해서 캐다보면 무념무상,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요. 적당히 망을 채울 수 있을 만큼만 잡아서 나왔습니다.

그럼 조개는 어떻게 했냐구요? 집에 와서 냄비물에 깨끗이 씻어 라면에 넣고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버스로 간다고 해서 오래 걸리겠구나 했더니, 도쿄만을 가로지르는 아쿠아라인 고속도로로 오니 1시간 반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어디나 그렇지만 이곳에서 보이는 낙조도 무척 아름답군요. 도쿄항을 분주하게 오가는 화물선들이 훌륭하게 찬조출연해줍니다. 다음 여행은 치바현 반대편의 탁트인 태평양 낙조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바현 남부지방인 미나미보소시 해변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낙조.
 치바현 남부지방인 미나미보소시 해변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낙조.
ⓒ 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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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