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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으로, 베를린으로."

독일 베를린은 '예술가 천국'으로 통한다. 젊은 예술가들은 베를린의 유혹에 빠져든다. 예술을 하는 이민자, 학생, 성소수자들이 베를린으로, 베를린으로 찾아든다. 2015년 이후 독일 정착 난민 100만 명 중 예술인들 상당수도 베를린으로 향했다.

베를린이 예술가들을 끌어들인 비결은 무엇일까.

베를린 사진 작가 독일 베를린서 사진 작가로 활약 중인 최다함 씨.
▲ 베를린 사진 작가 독일 베를린서 사진 작가로 활약 중인 최다함 씨.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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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공간 임대료가 쌉니다. 오페라하우스(3개), 박물관-미술관(175개), 극장(130여 개), 그리고 수많은 사설 갤러리가 있지요. 예술 창작에 필요한 기반 시설이 잘 갖춰진 겁니다. 시의회의 넉넉한 보조금도 장점입니다. 난민 예술인들을 지원하고 정착을 돕는 기관도 많답니다."

경남 통영 출신으로 세계적 음악가였던 윤이상 선생도 베를린에서 창작 활동을 했다. 윤이상 선생의 생전 자택도 베를린시에서 그의 창작공간으로 제공했다고 한다.

4월 22일, 8년째 독일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최다함씨(33)를 베를린 예술 활동의 중심지인 크로이츠버그(kreuzberg)에서 만났다. 최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중학교 시절을 보냈으며 미국 뉴욕에서도 6개월 간 작가로 활약했다.

영상 촬영  2016년 베를린에서 유니클로 캠페인 영상을 촬영 중인 최다함 씨.
▲ 영상 촬영 2016년 베를린에서 유니클로 캠페인 영상을 촬영 중인 최다함 씨.
ⓒ Andreas Gun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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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베를린이 예술 도시로 올라선 과정을 설명했다. 경제적으로는 완전히 '망한' 도시였지만 물가와 집값이 싸다보니 가난한 예술가들이 몰려들었다. 약 10년 전부터는 전세계에서 젊은이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곳에서 적은 예산으로 다양한 창작을 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만들었다.

"20대, 30대 젊은이들이 모여드니 문화 행사가 늘어났죠. 젊은이 문화로는 세계의 중심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

크로이츠버그는 터키 출신 노동자들이 살던 동네였다. 2차 세계대전 뒤 노동자나 성매매 여성, 마약과 알코올 중독자들이 많이 거주했다. 집값이 싸다 보니 가난한 예술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곳곳에 클럽이 들어서고 다채로운 공연이 열리면서 관광객들도 찾아왔다.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이곳에 많습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예술가들이 계속 옵니다. 새로운 찻집과 식당이 들어서고 예술 전시회도 수없이 많이 열리지요. 밤 문화의 중심지인 클럽에도 각지의 젊은이들이 몰려듭니다. 먹고, 놀고, 마시고, 만나고, 사귀고, 그림 그리고, 촬영하고, 춤추고, 노래하고, 공연하고 전시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베를린에선 무엇을 하든 주변에서 간섭 안 해"

미스치프 사진 촬영 미스치프 사진 촬영 미스치프(Mischief) 사진 촬영 중인 최다함 씨.
▲ 미스치프 사진 촬영 미스치프 사진 촬영 미스치프(Mischief) 사진 촬영 중인 최다함 씨.
ⓒ Jieun 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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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함씨는 예술도시로 올라선 베를린의 특징을 설명했다. 외부에서 유입된 문화가 동서 분단의 흔적과 어울려 매혹적 예술적 분위기를 풍긴다고 소개했다.

"베를린에서는 무엇을 하든 주변에서 상관하지 않아요. 남 눈치 보지 않고 자기 생각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예술적 소재도 많지요. 어떤 재료든, 철학이든 쉽게 찾아낼 수가 있습니다. 모든 정보가 널려 있는 베를린에서는 그것들을 선택하여 연결하면 예술이 됩니다."

최다함씨는 "어떤 구조물을 만들 때도 상점과 벼룩시장에서 필요한 걸 쉽게 구해 원하는 대로 재해석하고 재창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특정 종이 재질이나 색깔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을 그 예로 들 수 있다"면서 "예술 창작 도구 및 재료를 얻는 데 베를린처럼 편리한 도시도 드물다"고 말했다.

최다함씨는 한국의 젊은 예술인들이 베를린에서 활약하는 걸 '굉장히 많이' 추천한다고 했다. 우선, 베를린에서 열려 있는 자세로 온갖 경험을 하면서 창작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길거리 거지에게 말을 걸어봐도 좋습니다. 카페에서 커피 마실 때도 옆사람에게 그냥 말을 건네 보셔요. 이것저것 궁금한 걸 물어볼 수 있겠지요. 다들 당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그냥 순수한 호기심 그 자체만으로 소통하면 됩니다. 항상 궁금해 하는 자세로 베를린을 경험해 보셔요."

Eye Lust Techne Sphere(2014) Eye Lust 사진 시리즈 중 하나.
▲ Eye Lust Techne Sphere(2014) Eye Lust 사진 시리즈 중 하나.
ⓒ 최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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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주의할 점이 있다고 최씨가 덧붙였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행동할까' 하면서 판단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판단이 들어서는 순간, 값진 경험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술집에 있다 보면 옆 사람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들리거든요. 처음엔 순수한 관심으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그들과 같이 하루를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지하철에서도 '너네 뭐해?', '우리는 뭐 할 거야'와 같이 대화하면서 소통합니다. 그냥 자연스러운 인간의 삶을 추구하는 거지요."

최다함 씨는 서울과 베를린을 비교하여 설명했다.

"서울에서는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면 보통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을지로, 종로 등에서 아저씨에게 말을 붙이면 편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젊은이들에게 그렇게 하면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할 겁니다."

"베를린서 익힌 창의적 상상력으로 사진 창작"

"베를린으로 오셔요"  재독 사진작가 최다함 씨는 "한국의 젊은 예술인들이 베를린의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예술 창작 활동을 해 보면 좋겠다"고 추천했다.
▲ "베를린으로 오셔요" 재독 사진작가 최다함 씨는 "한국의 젊은 예술인들이 베를린의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예술 창작 활동을 해 보면 좋겠다"고 추천했다.
ⓒ 최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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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의 작품은 주요 잡지에 실리곤 한다. 대행사를 통해 독일 유니클로 매장용 사진도 촬영했다. 아디다스의 새 기획상품을 소개한 잡지에도 실린 적이 있다. '자이마가찌'란 유명 독일 주간지에 2쪽 분량으로 사진이 올라가기도 했다. 요즘은 독일과 한국의 패션잡지에 사진을 제공한다. 스위스, 프랑스, 몽골 등으로 출장을 다니면서 촬영하기도 한다.

"전시회는 학교에서만 열었습니다. 독일에서는 개인전을 열지 못했습니다. 아직은 후원자가 없네요. 올 여름에 '베를린 개인전'을 열어 보려고 준비 중입니다. 작업 방식은 '개인'과 '공동'으로 병행합니다."

최씨는 사진 작업을 할 때 창의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다고 했다. 자유분방한 예술 도시 베를린에서 몸에 익힌 게 바로 창의성이기 때문이다.

"어떤 한 가지에만 관심을 두지는 않습니다. 제가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적인 사진'을 촬영하려고 노력합니다. 한 구도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촬영하는 것입니다. 가령, 구름 없는 하늘과 같은 간단한 사진을 촬영해도 거기에 제가 원하는 색깔과 의미를 싣습니다. 인물 사진을 촬영할 때는 그에 맞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만듭니다. 사진에는 시간과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각기 전할 이야기가 있지요."

윤이상 선생 예술창작 자택 세계적인 음악가 고 윤이상 선생이 생전 창작 활동을 했던 베를린 자택.
▲ 윤이상 선생 예술창작 자택 세계적인 음악가 고 윤이상 선생이 생전 창작 활동을 했던 베를린 자택.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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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베를린에서 사진 창작을 하면서 어려운 점도 겪곤 한다. 인터넷 접속이 안 될 때가 있고, 겨울에는 어둡고 추워서 생활하기 힘들다. 베를린에서 가장 큰 수확은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는 점이다. 그들과 사귀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와 마음이 넓어졌다고 한다.

한국이 독일에서 본받아야 할 점을 묻자 최 씨는 "글쎄요" 하면서 "특별히 없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한국도 눈부시게 발전했고 여전히 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베를린은 잠시 있기에는 괜찮지만, 계속 살기는 힘듭니다. 한국 젊은 예술인들도 기대감을 낮추고 오면 좋겠습니다. 여기도 (다른 도시와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자유롭게 지내면서 예술가에게 필요한 창의적인 감각을 익히면 되겠지요."

"베를린 떠난 예술인 친구들도 1년에 한번씩 베를린서 만나"

베를린에서 사귄 최씨의 외국인 친구들은 각자의 나라로 많이들 떠나갔다. 하지만 1년에 한번은 꼭 베를린에서 만난다. 베를린은 예술 창작에 있어서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베를린에서 창의적 상상력을 키운 추억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씨는 한국의 젊은 예술인들이 베를린에서 짧게라도 생활해 보면 좋겠다고 추천한다.

최씨는 "베를린에 온 특별한 계기는 없다"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서 한번도 가보지 않은 지역을 찾던 중 아는 사람이 없는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고 발혔다. 좋아하는 독일 사진 작가들이 베를린에서 활동한 것도 한 계기였다고 했다.

최다함씨는 "베를린 경험을 살려 앞으로는 아시아 시장에 더 집중하고 싶다"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경제적인 수입에 부담 갖지 않고) 작품 창작에 좀 더 몰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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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기사를 써옴.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백석대, 인덕대 등서 강의함.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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