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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면담을 마친 뒤 백악관 남쪽 뜰에서 기자들에게 면담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면담을 마친 뒤 백악관 남쪽 뜰에서 기자들에게 면담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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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선 비핵화 행동'을 강력하게 요구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와 '과정'을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확신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교환하는 대략적인 로드맵도 윤곽을 드러냈다.

미국 동부시각으로 1일 오후 백악관에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을 약 1시간 30분가량 접견한 트럼프 대통령은 대표단과 함께 백악관 남쪽 마당(사우스론)에 나섰다. 이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로부터 비교적 많은 질문을 받고 상세히 설명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확신에 가까운 믿음을 표현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보느냐, 한 번에 다 하는 거라 보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하려는 걸로 본다. 그들은 이후에 다른 것도 원한다. 발전을 원한다. 그렇게 될 거고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 (I have no doubt)"고 답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믿느냐'는 질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그는 실현하고 싶어 한다"며 "그런데 그는 조심스럽다. 아시다시피 그가 허겁지겁하려고 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이날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못 박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 회담을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번의 만남으로 일이 될 거라고 한 적은 없다. 그것은 과정이 될 것이다. 관계는 형성되고 있고 매우 긍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먼저 무장해제 수준의 비핵화 행동을 보여야, 관계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입장이 다소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과정'과 '관계'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말한 '단계적·동시적 해법'에 어느 정도 접근했다.

새 제재 시행 '중지',  "최대압박이란 말 쓰고 싶지 않다"

'두 번째, 세 번째 회담의 날짜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나는 아마도 다른 만남을 하게 될 거라고 그들에게 말했다. 몇 시간 동안 앉아서 갑자기 모든 것이 정리되고 우리가 걸어 나온다면 아주 멋질 것 같지 않은가? 그런 일은 없다. 시간이 걸린다고 본다.

그리고 솔직히, 내가 말했다 '여유를 갖고 해. 여유를 갖고 해. 그대로 있을 테니까 여유를 갖고 해'.

매우 중요한 것은, 우리는 시행할 준비가 된 수백 개의 새로운 제재가 있었다는 것이다. 국장(the director :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말하는 듯)은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나는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이런 시기에는 그 제재를 실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매우 중대한 제재가 시행되고 있다. 수백 개의 제재가 준비돼 있다. 그러나 나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우리가 그렇게 멋진 대화를 하고 있는데 그럴 필요가 어디 있나?"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지난달 29일(미국동부시각) 미국 재무부는 북한에 대해 취하기로 예고돼 있었던 제재 조치를 연기했다.

한편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제재를 실행하고 있다. 아주 강력한 제재다. 그들이 그걸 하기 전엔 제재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에 제재가 가해지면 얼마나 강력한지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서 "어떤 시점이 되면, 북한에 대해 제재를 철회하는 그 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도 했다. 또 "최대 압박(maximun pressure)이란 말도 더 이상 쓰고 싶지 않다. 우리는 서로 잘 어울릴 것이기 때문에 그 말을 쓰길 원치 않는다"고도 했다.

'강력한 새로운 제재가 얼마든지 준비돼 있지만 '관계'와 '과정'이 지속되고 있는 동안에는 시행하지 않을 것이고, 비핵화의 달성 시점에는 제재를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관계 개선에 따라 '최대압박' 상태에서 다소 완화할 가능성도 내비쳤다고 볼 수 있다.

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왼쪽)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접견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면담을 마친 뒤 집무동 밖에서 김 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왼쪽)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접견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면담을 마친 뒤 집무동 밖에서 김 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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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 종전 가능하지만 서명은 하지 않는다, 과정 시작"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2일 북·미 정상의 첫 만남에서 한국전쟁을 휴전에서 종전으로 바꾸는 문제를 논의할 것이지만, 종전협정과 같은 결과가 바로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6월 12일 정상회담 중에 한국전쟁을 끝내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럴 수 있다. 그에 대해 대화했다"면서 "이 전쟁은 진행 중이고 거의 70년을 이어가는 아마 가장 긴 전쟁일 것이다. 문서에 서명하는 것을 넘어 그것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지켜볼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문서가 준비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회담에 앞서 그 문제를 논의할 것이다. 그것은 회담의 결과물로 나올 것"이고 답했다. 종전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 중이란 얘기로 들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2일에 빅딜이 있을 것이지만 서명은 하지 않는다. 6월 12일에 들어가서 무언가에 서명하는 것을 하지 않는다. 과정을 시작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싱가포르 회담에서 종전과 관련한 합의를 도출하되, 이것이 조약과 같은 효력이 있는 문서의 형태는 아닐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선언'과 같은 합의 수준이 먼저 나오고, 종전·평화·수교와 같은 조약과 같은 최종 형태까지는 가려면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핵화 끝나면 확실한 체제보장, 북한은 저력 있다"

'북한의 체제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거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우리는 안전보장을 확실히 할 것이다. 이 국면이 끝날 때 (체제보장을) 확실히 할 것이고, 그러면 다 끝난다. 다시 시작되진 않을 것이다. 그들(북한)은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있는 저력이 있다. 한국이 그들을 많이 도울 거라 생각한다. 일본도 많이 도울 것이다. 중국도 많이 도울 거라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체제 안전을 확실히 보장하는 시점을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되는 시점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이 직접 물리적인 보호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한·중·일 3개국의 참여로 북한의 경제개발이 시작되는 게 실질적인 체제 안전 보장이라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종합하면, 미국 측이 생각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이 교환되는 로드맵의 얼개를 추론할 수 있다. 현 대화국면으로부터 미국이 추가 제재를 취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 6.12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약속 확인 및 종전 선언이 이뤄질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 진행 상황에 따라 미국의 제재가 완화될 수 있으며, 비핵화 달성 단계에선 제재의 완전 철회 및 수교·평화협정을 맺는 방식이다.


태그:#트럼프, #최대압박, #김영철, #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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