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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창익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중앙집행위원들이 1일 오전 청와대앞 분수광장에서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철회, 성과급 교원평가 폐지, 교육적폐 청산’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돌입하기전 삭발을 하고 있다. 2017.11.1
 조창익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중앙집행위원들이 지난해 11월 1일 오전 청와대앞 분수광장에서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철회, 성과급 교원평가 폐지, 교육적폐 청산’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돌입하기전 삭발을 하고 있다. 2017.11.1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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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교직 사회는 성과급 문제로 한바탕 몸살을 앓는다. 교사들마다 쇠고기의 육질을 평가하듯 등급이 매겨져 급여 통장에 액수가 찍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1등급(S)을 받았다고 스스로를 유능한 교사라고 생각하는 이도 없고, 3등급(B)으로 낙인찍혔다고 1등급 교사에 비해 자질이 부족하다고 자학하는 경우도 없다.

대신 서로 이간질을 시키고 협력을 방해하는 등 교직 사회를 황폐화시켰다는 점에 발끈하며 성과급제를 성토한다. 이미 균등 분배 원칙이 자리 잡은 학교의 경우에는 이참에 성과급제를 아예 폐지하자며 의기투합하는 모습이다. 지금껏 별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여기저기 눈치를 보던 교사들도 하나둘 성과급제 폐지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는 않아 보인다. 작년 대거 10만 명이 넘는 교사들이 서명에 동참하며 성과급제 폐지를 요구하였는데도,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 역시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등급별 차등 지급률을 줄이겠다는 '개선책'이 고작이다.

주변의 교사들 중 성과급제 폐지에 찬성하지 않는 경우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지난 3월 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 실시한 교사 대상 긴급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려 95%의 교사들이 성과급제를 당장 폐지해야 하며, 성과급제에 맞서 균등 분배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실제 전국의 많은 학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성과급 균등 분배를 실시하고 있다.

교육부의 추상과 같은 지침을 어긴 셈이지만, 처벌을 두려워하는 교사는 거의 없다. 학교장도 대놓고 폐지 의사를 밝히진 못하지만, 균등 분배를 하며 성과급제의 무력화를 시도하는 교사들을 짐짓 못 본 척 묵인하는 모양새다. '지침 따로, 현실 따로'인 어색한 상황을 방치할 게 아니라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정부가 당장 결정을 내려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성과급제란 교사들에게 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교육활동에 임하도록 유도함으로써 학교 현장에 변화를 주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성과급제가 과연 의도했던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싸늘하기 그지없다. 현직 교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추진했던 정부 당국자들조차 확신이 없는 눈치다.

긍정적인 효과는커녕 성과급의 배분을 둘러싸고 동료교사들끼리 반목과 갈등이 생기면서 교육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학교마다 평가 기준을 다양화, 세분화하고, 급간 점수를 조정하는 등 온갖 시도를 다해봤지만, 결과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해마다 수정을 거듭하다보니 평가 기준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웃픈' 이야기도 있다.

'운영의 묘'를 살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본질은 '돈으로 침체된 교사의 교육 활동을 자극할 수 있다'는 천박한 사고방식에 있다. 교사의 교육적 효능감은 결코 돈과 등가 교환될 수 없다. 그런 교사가 어디 있을까마는, 만약 돈을 바라고 하는 교육 활동이라면 그 대상인 아이들이 돈으로 보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국민들의 여론은 교사들을 줄 세워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것에 대해 대체로 호의적이다. 정부가 성과급제 폐지에 그토록 주저하는 이유다. 당장은 우리 교육에 대한 불신이 오롯이 투영된 결과일 테지만, 성과급제에 대해 잘못 이해한 탓이 더 커 보인다. 시행 초기 정부는 교육에 대한 불신을 은근히 조장하며 교묘하게 문맥을 뒤집은 채 성과급제 도입 취지를 이렇게 홍보했다.

'열심히 교육 활동을 한 교사에게는 돈으로 보상한다.'

언뜻 듣기엔 너무나 당연한 말로, 요즘 아이들 표현대로, '반박불가'다. 성과급제에 찬성하는 분들을 만나 그 이유를 물어보면 열이면 열 모두 이 말로 답변을 대신한다. 무능하고 나태한 교사들보다 능력 있고 열정적인 교사들에게 더 많은 금전적인 보상을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고 교육적이며, 심지어 '정의'라고까지 말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들은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의 성과를 대체 무슨 잣대로 평가하느냐는, 기본적이고도 합리적인 의문을 갖지 않는다. 사람은 당최 못 믿겠고, 그들을 평가하는 제도는 신뢰할 수 있다는 뜻일까. 백 보 양보해도,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숙고도 없이, 교육에 대한 불신을 교직 사회 전체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화풀이하는 셈이다.

학교마다 평가 기준은 대동소이하다. 대개 담임과 보직교사 여부, 연수 시간, 수업시수, 학생 상담실적 등 계량화할 수 있는 항목으로 구성된다. 정량적인 비교가 어려운 건 애초 기준에서 배제된다. 교사의 자질로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할 '수업의 질' 등은 끼어들 자리가 없는 셈이다. '질'보다 '양'이 중요한 건 여느 평가와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런데, 평가 기준을 찬찬히 살펴보노라면 굳이 성과급으로 차등할 만한 내용인가 의구심이 든다. 담임과 보직교사는 매월 직무수당이 지급되고 있으니 이중 혜택일 뿐만 아니라 부족하다면 수당을 올릴 일이다. 수업시수는 교사로서 연간 업무의 강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니만큼 '1/n'이 원칙이고, 대부분의 학교가 이에 맞추고 있다.

학생 상담실적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상담 후 해당 학생이 어떻게 변화되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상담을 했는지 여부만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면 산정에 반영된다. 상담기록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고서야 부랴부랴 서류를 챙기는 교사들의 모습은 어느덧 교무실의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연수 시간을 채우기 위한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연수의 내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기준에 반영되는 건 시간이기 때문이다. 다다익선, 마음에도 없는 연수를 받으려니 온갖 편법이 횡행하기도 한다. 온라인 연수의 경우, 여러 학습 창을 동시에 띄워놓는 기술을 찾아내기도 하고, 어느 학교에서는 수십 시간짜리 연수를 하루아침에 끝낼 수 있는 자동 매크로 프로그램이 돌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단언컨대, 어떤 새로운 기준을 내세우든 성과급제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다른 곳에서라면 몰라도 미래세대 아이들에게 공존과 협력을 가르치고 몸소 실천해야 할 교육 현장에서는 결코 어울릴 수 없는 제도다. 해를 거듭할수록 성과급제의 취지는 사문화되고 껍데기만 남았다. 이미 시행할 명분을 잃은 셈이다.

모름지기 참교사라면 자존감 없이는 단 하루도 아이들과 마주할 수 없다. 그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저 '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며 무릎 꿇기보다 돈의 유혹으로부터 자존감을 지켜내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짓궂게 선생님의 등급을 묻는 아이들과 학부모들 앞에서 당당해지려면 그 방법밖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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