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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두번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통일각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포옹하고 있다.
▲ 두번째 정상회담, 통일각앞 남북정상의 포옹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두번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통일각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포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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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5월 넷째주)에 전개된 긴박한 한반도 정세는 전무후무한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주일의 단기간에 공전의 대사건은 5월 22일 한미정상회담의 미묘한 분위기에서 시작돼,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와 번복을 거쳐 26일 2차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로 마무리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과정에 대한 온갖 억측과 분석이 모든 종류의 미디어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번 역사적 대사건에 대한 향후 분석과 연구를 위해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사회현상에 대한 사회과학적 접근(approach)은 대략 규범적·경험적·비판적 접근으로 분류되지만, 지금 동북아시아 정세에 대한 분석은 거의 대부분 규범적이거나 경험적이다. 다른 하나는 분석의 차원 문제로서 미시적 및 거시적 차원인데, 역시 대부분 미시적 차원, 즉 트럼프, 존 볼턴, 김정은, 김계관 등의 주요 행위자의 언동에 집중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통일각 방명록에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라고 적었다고 일부 종편에서 이를 문제 삼았다. 냉전적 관점에서 보면 북한 국명을 호칭하는 것이 불편하겠지만, 북한도 UN 가입국으로서 분명히 한 국가다. 최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북한을 불량국가가 아닌 정상국가로 존중하고 인정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논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냉전시대에는 '북괴'라고 부르다가 현재 우리는 일반적으로 북한 호칭을 지명과 국명으로 병용함으로써 혼란을 빚고 있다. 트럼프도 5월 18일 북한 비핵화를 거론하면서 북한의 완전 초토화를 언급했다. 여기서 트럼프 의중에서 초토화의 대상이 북한 지역인지 북한 체제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태영호 전 공사의 이른바 '적대행위' 때문에 방송에 나온 한 탈국민 평론가는 자기들이 비판하는 것은 북한 체제이지 고향인 북한이 아니라고 울먹이면서 말했다. 통일 문제도 마찬가지다. 통일이 남북한 지역의 통합인지, 한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소위 '연방제 통일'이나 아니면 흡수통일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현 정부의 통일 의지가 부질 없는 의혹을 받고 있다.

DDR, 독일민주공화국을 아십니까... 그렇다면 '북한' 역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두번째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영철 부위원장.
▲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배석한 김영철 부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두번째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영철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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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독일 이전에 동독의 국명은 '독일민주공화국'이다. 독일에서는 동독을 지명으로 호칭하지 않고 독일민주공화국(Deutsche Demokratische Republik)의 약칭인 'DDR'로 불렀다. 우리도 이제 북한을 독일처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준말인 '조민공'으로 부르는 것이 북한에 대한 객관적 연구와 남북관계의 정상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막연히 '북한'이라고 하기 보다는 조민공으로, 북한은 남한을 대한민국의 준말인 '한국'으로 호칭하는 게 바람직하다. 상호존중은 개인 간에도 호칭에서 시작된다. 북한은 걸핏하면 한국을 괴뢰라고 불렀고, 지금도 한국의 제1야당을 괴뢰보수패당으로 비난한다. 야당이 그렇다면 한국의 여당은 괴뢰진보작당일까. 남북한 신뢰구축의 토대는 상호비방과 내정간섭의 근절이다.

한국에서는 한때 북한 연구에서 내재적 접근이 유행했지만, 이 접근의 기원은 독일 학자 루츠(P. C. Ludz)다. 그러나 그의 접근은 국내에 왜곡 소개돼 국내 내재적 접근론자들은 이 접근을 북한 체제를 서구적 잣대나 남한의 잣대로 연구하지 않는 방법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루츠는 "체제 스스로가 설정한 강령목표와 체제의 성과를 비교하는" 접근이라고 했다. 풀어서 설명하면 북한이 제시한 국가이념, 국가목표, 정책노선과 실제를 비교해서 이해하고 평가하는 비판적 접근의 특수한 형태다(관련 논문: 독일 내재적 접근의 한국적 수용와 함의 - 북한연구에 대한 함의, 통일문제연구, 2008년 하반기, 통권 제50호).

이런 접근에서 보면 북한 미디어에서 자주 '공화국'이라는 표현이 나오지만, 조민공이 과연 공화국인지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한편으로는 2012년에 열린 한 토론회에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김정은은 혈통적 정통성 가지고 지도자가 되고 ··· 북한이 왕조적 성격을 가진 가족국가 형태의 사회국가다"라고 했다. 북한이 왕조적 성격을 가진 사회주의 국가라면, 왕조적 공화국은 형용모순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당과 국가기관의 공식적인 절차가 김정일 집권기에 비해 정상화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대외적인 관계에서는 지난 주에 조민공 외무성 고위관료들의 발언으로 국제관계에서 정상국가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는 곤욕을 치렀다.

대내적 정치과정에서는 조민공이 헌법국가를 지향하는 외양을 보이는 듯하다. 최근 최고인민회의, 당 전원회의와 당 중앙군사위원회를 거치면서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경제발전에 총력을 집중하는 새노선으로 전환했다. 새노선이 과연 완전한 비핵화를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북미정상회담을 목전에 앞둔 지금도 논란이 무성하다.

내재적 접근의 관점에서 보면, 조민공이 2012년에 개정한 헌법 서문에 명기된 '핵보유국'의 수정 여부가 앞으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그 수정이 - 북미정상회담의 결과인 완전한 비핵화의 구체적인 내용에 좌우되겠지만 - 가능할지, 가능하더라도 언제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트럼프의 협상기술? 개성?... 공화당의 전략으로 접근해야

(워싱턴DC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전날 자신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표 이후 나온 김계관 북한 외무성의 담화에 대해 "따뜻하고 생산적인 담화"라며 "아주 좋은 뉴스를 받았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단지 시간(그리고 수완)이 말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열린 소비자 보호 및 규제 완화, 경제성장 관련 법안 서명식에서 북한문제에 언급하며 손제스처하는 모습.
▲ '거 한번 따뜻하고 생산적인 담화군' (워싱턴DC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전날 자신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표 이후 나온 김계관 북한 외무성의 담화에 대해 "따뜻하고 생산적인 담화"라며 "아주 좋은 뉴스를 받았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단지 시간(그리고 수완)이 말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열린 소비자 보호 및 규제 완화, 경제성장 관련 법안 서명식에서 북한문제에 언급하며 손제스처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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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북미정상회담 취소에 대한 배경으로서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언동이 주목됐다. 그는 2002년 이라크가 핵무기도 아닌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했다고 주장해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3년 이라크 침공에 대한 명분을 제공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해석이 미시적 차원의 분석이다. 이후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은닉은 그의 주장과는 달리 실제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면 당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동기가 단지 대량살상무기의 제거였는가? 모든 전쟁에서 전쟁 정당화를 위한 레토릭과 실제 전쟁 목표는 다르다. 2차 걸프전 이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동기에 대한 연구는 주로 석유 확보와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가 전쟁 동기였다고 본다. 물론 이런 요인도 중요한 변수일 수 있지만,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부시 행정부가 침공을 결행했다는 해석이 주목됐다.

미국은 오사마 빈라덴이 주도한 2001년 9.11 테러 이후 중동에서 새로운 동맹국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빈 라덴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명문가 부호 출신이었고, 사우디 내부에서 반미성향이 고조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사우디가 미국의 유력한 중동 동맹국으로서 역할이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이라크를 새로운 동맹국으로 만들었고, 최근 이라크의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군사행위를 보면 미국의 세계전략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당시 존 볼턴의 역할을 과대평가할 수 없고, 트럼프의 대북정책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민공과 한국의 일부 인사들이 트럼프의 존 볼턴 경질을 기대했지만, 과거 이라크 침공을 반대했던 트럼프가 그를 기용한 원인을 추정하면 경질 가능성은 애초부터 기대난망이었다. 트럼프는 북미정상회담의 개최·취소 여부를 두고 23일 오후에 핵심참모들과 논의하고 24일 오전에도 전화 통화를 거쳐 취소를 결정했다고 전해진다. 존 볼턴은 핵심참모 중 한 명일 뿐이다.

심지어 방송 시사 프로에 자주 나오는 한 평론가는 트럼프가 취소를 자동차 안에서 즉흥적으로 결정했다고 맹비난했는데, 이런 시각도 지나치게 미시적이다. 마찬가지로 트럼프가 군사 옵션을 자주 거론하는 언동을 보고 여론 주도층의 일부에서는 그를 전쟁광으로 매도했지만, 그의 군사 옵션 발언은 그의 협상기술이나 개성 탓이라기 보다는 미국 공화당의 세계·동아시아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미국 정부는 조민공의 ICBM 위협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도 해야 하지만, 조민공의 핵무장이 동아시아의 세력 균형을 깬다고 보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 미국과 같은 강대국은 국제 차원에서 세력 균형의 유지를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했다.

여아의 '문제 있는' 상황 인식 그리고 발언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오른쪽)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오른쪽)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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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판 같은 한반도 정세에서 여야 대표의 언동은 정말 가관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판문점선언을 두고 "위장평화쇼"로, 5.26 남북정상회담을 "지방선거용 쇼"라고 폄하 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민족·평화·통일이라는 가치에 집중해 안보 위기와 대북 문제에 규범적으로만 접근하는 측면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옵션 선택을 저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쇼"라고 하는 것은 홍준표 대표가 과거 남북관계의 경험을 중심으로 현재 상황에 접근하는 것이지만, 정상회담을 구경거리나 일부러 꾸미는 일로 보는 시각은 정당 대표로서 그의 정치적 식견에 대해 의구심을 들게 한다.

그러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반도 안보에 가장 위험하고 불안한 존재가 이제는 북한 아닌 한국당"이라고 비난한 것도 맞지 않다. 조민공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하기 전에는 여전히 북한이 한반도의 가장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두 대표가 지지층의 선동에 매몰돼 있는 양상을 보면,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야가 안보위기와 대북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점이 없이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프로세스는 남남갈등에 의해 좌초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 프로세스는 단기간에 달성되지 않는 장기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끝날 때까지 지금 여당이 계속해서 집권한다는 보장이 없다. 최소한의 희망은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대표가 교체돼 새로운 대표들이 한국의 적대정치를 종식시키는 노력을 하길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국영씨는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입니다.



태그:#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재적 접근, #적대정치 , #홍준표 , #추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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