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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 의견 나누는 문재인-트럼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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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판문점 회동에서는 남북관계의 발전방안, 또 북미정상회담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개최할 것인가에 대한 양 정상간 허심탄회한 논의가 있었다고만 말씀드리겠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2차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내용을 묻는 질문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현재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 개선여부에 달려있고,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갑자기 '6․12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핵심은 '북미정상회담 되살리기'로 요약할 수 있다.

애초부터 남북정상회담의 위상을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길잡이'라고 규정해온 문 대통령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자칫 궤도에서 완전히 이탈할 위기에 빠진 북한과 미국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무대로 만들었다.

트럼프-김정은, '길잡이 문재인' 통해 간접 대화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한 27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저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지난주에 있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결단하고 실천할 경우, 북한과의 적대관계 종식과 경제협력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다는 점을 전달하였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 얘기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기자회견에 이어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게 되면 미국은 북한과 경제협력을 대규모로 할 의사를 갖고 있다고 몇 번 말했다"고 추가 설명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문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에게 불분명한 건 비핵화 의지가 아니라 자신들이 비핵화 할 경우에 미국에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체제 안정을 보장한다는 것을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7일 정상회담에서 한 장시간 대화를 통해 김 위원장이 불안해하는 핵심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했으며, 이를 지난 22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 이어 다시 한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정은이 정말로 비핵화 의지가 있느냐'고 의심하는 미국내 네오콘 등 대북 강경파들에게 자신이 직접 '보증'하고 나선 것이다.

김정은, 문재인 통해 트럼프에게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확고한 의지" 밝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두번째 남북정상회담을 하기위해 만나며 악수하고 있다.
▲ 통일각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두번째 남북정상회담을 하기위해 만나며 악수하고 있다.
ⓒ 사진제공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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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했다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남북 고위급 회담을 '한미연합 맥스썬더 공중 훈련'을 이유로 무기연기하고, "북남고위급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을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라고 했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에서 문 대통령의 '길잡이' 역할을 확실히 인정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북)미수뇌회담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문 대통령의 노고에 사의를 표한" 김 위원장은 이 정상회담 자리를 통해 "역사적인 조(북)미수뇌회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 문 대통령 앞에서 한 발언이지만, 당연히 최종 청취자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종합해보면,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통해 간접 대화를 한 것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의전이 대폭 축소된 실무적인 회담이었음에도 북한은 평소에 비해 대단히 이례적으로 다음날 오전 6시부터 대외용인 <조선중앙통신>은 물론 대내용 성격이 강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신속하고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가 하면, 회담 주제가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이라는 점도 분명하게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취소 발표를 한 상황임에도, 이번 남북정상회담 발표문에 "6월 12일로 예정되어 있는 조미수뇌회담"이라고 표현했다.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대내외에 보인 것으로, 이는 이후에도 문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할 것임을 예고한다.

문재인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할 때, 트럼프 "북과 정상회담 논의, 잘 진행 중"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던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에서 베네수엘라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미국인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정상회담 개최 문제와 관련해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hasn't changed)"면서 "우리가 말하고 있는 지금, 어떤 장소에서 미팅이 진행 중이고 논의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에는 전날 남북정상회담 논의 내용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6.12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앞두고 미국과 긴밀하게 관련 정보를 상세하게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그:#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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